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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추적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인물 김사복은 육영수 여사 저격범 문세광이 탔던 택시 실소유주였다

김사복은 고급차 3대로 호텔택시 영업하던 운수사업자... 1974년 8월 15일 문세광이 국립극장으로 갈 때는 보조 기사가 운전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1974년 8월 17일자 <동아일보> 기사. 뒷부분에 '김사복'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12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광주사태 당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씨를 태우고 광주로 내려갔던 택시운전사 김사복(송강호 분)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런데 김사복씨는 1974년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 당시 문세광이 조선호텔에서 국립극장으로 이동할 때 탔던 콜택시의 실소유주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를 확인하게 된 것은 인터넷과 SNS상에서 떠도는 1974년 8월 17일자 <동아일보>기사 사진 때문이었다. 이 기사에는 1974년 8.15 저격사건 당시 문세광의 행적이 자세하게 나온다.
  
기사에 의하면, 문세광은 8월 15일 아침 8시 조선호텔 데스크에 전화를 걸어 “급한 볼 일이 있으니 리무진 한 대를 불러달라”, “중요한 손님을 모시고 장충단 국립극장에 갈 일이 있으니 30분만 전세내자”고 요청했다. 데스크 김문희씨가 "이 호텔에는 전용차가 없다"고 했지만, 문세광은 계속 졸랐다. '김사복'이라는 이름은 그 다음 대목에서 등장한다.
 
<김씨(조선호텔 안내데스크 김문희씨-기자 주)는 범인 문의 끈질긴 요청으로 도어맨인 엄성욱씨 (36)에게 범인을 소개, 마침 다른 손님을 태우고 온 서울2바1091 포오드20M에 태워주었다. 이 차는 서울 회현동 1가 92의 6에 있는 팔레스호텔 소속 콜택시로 운전사 金砂福(41)씨 대신에 스페어운전사였던 황수동(32)씨가 운전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영화 <택시운전사>가 나온 후, 김사복씨의 실체에 대해서는 별의별 얘기가 다 나오고 있었다. 심지어 그가 조총련과 연계된 고정간첩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동아일보>기사 사진이 SNS상에서 유포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동아일보> 속 김사복씨가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과 동일인이라는 사실은 의외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오늘 아침 KBS 인터넷 멀티미디어 뉴스에 올라온 기사 덕분이었다. <실존인물 ‘택시운전사’ 김사복, 영화와 다른 세 가지는?>이라는 기사이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3546468&ref=A). 김사복씨 아들 등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기사였다. 
 
<영화에서는 서울 번호판을 단 초록색 브리사(기아자동차) 개인택시가 등장하지만, 실제 김사복 씨는 개인택시 운전사가 아니라 서울 팔레스호텔 소속 호텔 택시를 운전하던 운수사업자였다.1969년 처음 생긴 호텔 택시는 호텔 투숙객을 상대로 영업하던 택시로, 별도의 택시 표시가 없으며 차종도 검은색 세단이다.>
 
팔레스호텔 소속 호텔 택시, 검은 색 세단이라는 점에서 <동아일보>기사와 일치한다. 하지만 아들 등의 증언에 따르면 김사복씨는 단순한 '운전사'가 아니라 자기 소유의 고급차 3대를 가지고 호텔 택시 영업을 하던 '운수사업자'였다. <오마이뉴스> 등에 의하면, 1980년 당시 팔레스호텔에서 호텔 택시를 운영하던 사람은 김사복씨와 이 모씨 두 사람이었다.
  
<생활 형편도 영화 속 송강호처럼 친구 집에 근근이 월세를 내며 살 정도로 가난하지 않아 고급 차 3대를 소유하며 호텔 택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영화에서는 송강호가 "광주? 돈 워리, 돈 워리! 아이 베스트 드라이버"라며 어설픈 콩글리쉬로 웃음을 주지만 실제 김사복 씨는 외국어에 능통했다. 당시 김 씨와 함께 호텔 택시를 운전했던 지인들은 "사복 씨는 영어와 일본어를 잘했고, 중요한 외국인이 오면 호텔 측에서도 김 씨의 택시를 불렀다"고 회고했다. 또, 영화에선 김사복 씨가 기사식당에서 다른 기사로부터 얘기를 듣고 약속 장소로 먼저 나가 외국인 손님을 가로채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피터 기자와 사전에 광주행을 약속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위르겐 힌츠피터의 회고록에는 "우리를 안내할 차를 운전하기 위해 김사복이라는 한국사람이 우리가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공항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라고 썼다.>
 
1974년 8.15 저격사건 당시 문세광을 태운 택시를 운전했던 사람은 김사복씨가 아니라 스페어운전사 황수동씨였다. 그가 문세광을 태우게 된 것도 <동아일보> 기사에 의하면 '우연'이었다.
 
6년 후 그 택시의 실소유주 김사복씨는 광주사태가 터지자 독일인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갔다. 이번에는 영화와는 달리 '우연'이 아니었다. 김사복씨는 재야 원로 함석헌 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남긴 것이나, 꽤 먹고 사는 편이었음에도 1980년에 독일 기자를 태우고 유혈사태가 일어난 광주로 간 것으로 미루어보아 현실비판 의식이 상당히 강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하여튼 한 '택시운전사' 혹은 '운수사업자'가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바꾼 두 커다란 사건에 등장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공교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글=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7.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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