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조력존엄사법’ 발의에 의사들 반발

의료윤리연구회 “가운 입고 환자 자살 도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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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선DB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조력존엄사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데 대해 의사단체가 “조력자살법”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의료윤리연구회(회장 문지호)는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의사가 자신이 담당하던 환자에게 자살약을 처방하고 주입하는 행위는 치료자라는 의사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윤리 위반”이라며 “의사의 전문적 윤리를 무너뜨리는 법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안규백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0명(권칠승, 김준혁, 문금주, 문대림, 박홍배, 안도걸, 양부남, 이건태, 정진욱)과 조국혁신당 대표 조국 의원은 지난 5일 ‘조력존엄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그간 소극적인 차원에서 시행돼 온 ‘연명의료 중단’에서 나아가 “의사의 조력을 통해 환자가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질을 고려한 존엄한 죽음을 보장”한다는 취지를 담았다.

 

이에 대해 의료윤리연구회는 “현재 조력자살이 합법화된 나라에서 조력자살 중 깨어난 치매 환자를 붙잡고 치사 약물을 억지로 투약한 사례나, 자살 충동을 치료받으러 온 우울증 환자에게 조력자살을 권하는 등 생명경시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들 나라에서는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말기 환자가 아니어도 삶의 고통이 있다고 호소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나이 제한 없이 청소년과 어린이에게도 조력자살이 가능하도록 법률을 개정하고 있다”며 “OECD 1위 자살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조력자살법을 발의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의사는 환자가 죽는 날까지 고통을 돌보고 존엄한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존재”라며 “의사를 조력자살 도구로 삼으려는 법안의 시도는 결코 고통 중의 환자를 위한 것도, 국민의 존엄한 죽음을 돕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생명 경시 현상을 불러오고 의사의 전문직업 윤리를 훼손하는 조력자살 입법은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 법안 원문엔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약 82%가 조력존엄사 입법에 찬성”한다며 “2023년 안규백 국회의원실이 KBS와 서울신문과 공동으로 21대 국회의원 2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회의원 100명 중 87명이 조력존엄사법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는 이유가 포함됐다. 제1조는 “이 법은 회복의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조력존엄사 및 그 이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환자의 죽음과 관련한 자기결정을 존중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이어지는 조항에선 “조력존엄사란 조력존엄사대상자가 본인의 의사로 담당의사의 조력을 통해 스스로 삶을 종결하는 것을 말한다”며 “담당의사란 의료법에 따른 의사로서 말기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사를 말한다”고 규정했다. 

 

반면 의료윤리연구회는 이 법안에 대해 “환자의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의료윤리를 훼손하는 법안의 발의를 반대한다”며 세 가지 근거를 들었다. ▲환자의 자살을 방조 또는 관여하는 건 의사윤리지침에 어긋남 ▲과도한 간병비로 가족에게 짐이 될 것, 돌봄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인해 조력 자살에 내몰릴 수 있음 ▲조력자살이 자기결정권을 증진하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다.

 

의료윤리연구회는 “조력자살법이 마련되면 ‘아파서 차라리 죽고싶다’는 호소를 환자의 자기결정권으로 오해하여 의사가 환자를 죽음의 길로 유도하는 비극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윤리연구회는 지난 강연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다뤘다. 

 

현직 의사들로 구성된 의료윤리연구회는 2010년 출범한 이래 매월 서울 용산구 소재 대한의사협회 회관 4층 회의실에서 학술 대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의사로서의 직업적, 의료적 윤리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지난해 11월 6일 김아진 인하대병원 입원의학과 교수는 이 자리에서 환자의 ‘의사 결정 능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그것이 갖는 의미나 결과, 그다음에 어떻게 될 건지 추론하고, 이것이 나한테 득이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얘기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에겐 이러한 능력이 없다고 보고 있고요.”

 

김 교수는 “극단 선택을 한 환자의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이 발생한 상태로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환자가 오면, 일단 환자의 의견을 묻지 않고 치료부터 한다”고 했다. 이날 강연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선 자살을 병증(病症·병의 증상)으로 본다. 환자의 결정 능력이 온전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자살을 하는 경우가 줄어들고 생존에 대한 안심 의식이 생긴다. 우울감은 통증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환자의 의사 능력이 불완전하다고 볼 근거가 된다.

 

의료윤리연구회는 성명서 말미에 “조력자살은 절대로 생명의 존엄함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없다”며 “인생 말기의 존엄한 돌봄을 위한 시스템과 마련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글=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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