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감 중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란 여성 인권 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가 지난 4월 21일 남긴 음성 메시지를 4월 23일(현지시각)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번역 보도한 가운데, 모하마디 측 관계자는 26일 《월간조선》에 MS워드 파일 4장 분량의 녹취록 전문을 보내왔다. 해당 녹취록은 이란어 1장과 영어 번역본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모하마디는 "한 시간 전 한 여성이 성폭력을 당한 후 온몸이 멍으로 뒤덮인 채 교도소 내 병동으로 끌려갔다"며 "수년 동안 우리는 전국 수많은 여성들이 정부 요원들에 의해 성적 학대나 폭행당하는 걸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날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절박한 심정으로 모든 여성을 상대로 전면전(a full-scale war)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 무자비한 전쟁을 종식하고 이슬람공화국을 후퇴시키기 위해서는 이란 국민 모두와 전 세계인이 우리와 함께 싸워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다음은 모하마디 측이 보내온 녹취록 전문 번역본.

이란 국민에게

저는 나르게스 모하마디입니다. 당신은 에빈 교도소에 있는 제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제 전화 카드는 5달 가까이 사용이 불가한 상태입니다. 동료 수감자(실명 비공개)의 전화 카드를 이용해 이 메시지를 보냅니다.

한 시간 전 한 여성(실명 비공개)이 성폭력을 당한 후 온몸이 멍으로 뒤덮인 채 교도소 내 병동으로 끌려갔습니다. 수년 동안 우리는 전국 수많은 여성들이 정부 요원들에 의해 성적 학대나 폭행 당하는 걸 목격해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이란이슬람공화국은 무력이 아닌 절박한 심정으로 여성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목숨을 잃을지라도 이 무자비한 전쟁을 종식하고 이슬람공화국을 후퇴시키기 위해서는 이란 국민 모두와 전 세계인이 함께 싸워줘야 합니다.

예술가, 지식인, 노동자, 교사, 학생 등 이란 국민 모두에게 고합니다. 여성을 상대로 한 이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를 이란 안팎에서 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전 세계 시민에게 고합니다. 이 야만적인 전쟁을 끝내주시길 부탁합니다. 이 전쟁은 이란 성 차별의 추악한 얼굴입니다. 저는 이란의 존엄한 여성들을 위한 메시지를 갖고 있습니다.

무자비한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여성 존엄성을 공격하고, 강간하고, 위반하면 우리가 두려워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시스탄, 발루치스탄, 쿠르디스탄 그리고 테헤란에 이르기까지, 이란 전역에 걸쳐 이름 모르는 여성들은 후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부를 밀쳐냈습니다. 우리 여성들은 독재의 발굽 아래서, 교도소에서, 거리에서 매일 저항합니다.

친애하는 여러분, 경험 공유가 갖는 힘을 과소평가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한다면 여성을 혐오하는 이란 정부의 민낯이 드러날 것입니다. 그리고 무릎 꿇게 될 것입니다.

체포, 폭행, 학대, 폭력, 굴욕, 강간 경험을 제 인스타그램(@narges_mohamadi_51) 페이지에 공유해주세요.

저항 만세!

자유 만세!

용감한 불굴의 이란 여성들이여, 만세!

에빈 교도소에서 나르게스 모하마디

2024년 4월 21일

글=김세윤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