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도발] 다시 주목받는 故 황장엽 선생의 경고..."제일 나쁜 것이 햇볕정책" : 월간조선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핵무력 건설 구상에 따라 우리의 핵 과학자들은 9월 3일 낮 12시 북부 핵시험장에서 대륙간 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했다.”

북한 조선중앙TV이 3일 중대보도를 통해 수소탄 시험의 ‘완전 성공’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명은 이어 “이번 수소탄 시험은 대륙간 탄도로켓 전투부(탄두부)에 장착할 수소탄 제작에 새로 연구·도입한 위력 조정 기술과 내부구조 설계방안의 정확성과 믿음성을 검토·확증하기 위하여 진행됐다”면서 “시험 측정 결과 총폭발 위력과 분열 대 융합 위력비를 비롯한 핵 전투부의 위력 지표들과 2단열 핵무기로서의 질적 수준을 반영하는 모든 물리적 지표들이 설계값에 충분히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날 인공지진 규모는 북한의 5차 핵실험(2016년 9월)과 비교해 5~6배의 위력을 지난 것으로 역대 최고 규모인 5.7에 달한다고 정부 당국자는 밝혔다.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사진=디지털글로브/38노스

그렇다면 북한은 정말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한 것일까.

북한은 그동안 ‘수소탄 개발 성공’을 여러 차례 거론했다. 2015년 12월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조국은 자위의 핵탄, 수소탄의 거대한 폭음을 올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이 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미국 역시 북한의 주장을 무시했다.

일반적으로 수소폭탄은 원자폭탄에 비해 수십~수백 배의 위력을 갖고 있다. 원자탄은 기술적 측면에서 구식(舊式)으로,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응축시켜 ‘핵분열’을 통해 폭발력을 발휘한다. 이에 비해 수소탄은 기폭장치로 원자탄을 사용한다. 원자탄이 터지면서 폭탄 내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또 다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수소폭탄은 ‘원자탄의 핵분열’ ‘핵융합’ ‘핵분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 파괴력에서 원자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월간조선》은 “북한이 원자탄에 이어 수소폭탄을 개발하고 있다”는 관계자의 증언을 끊임없이 보도해왔다. 가장 최근 보도는 《월간조선》 2016년 2월호(취재 이정현 기자)이다. 2010년 10월 사망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비서가 사망하기 전 ‘북한의 원자탄·수소폭탄 개발 야욕’을 폭로한 육성 녹음테이프를 입수, 핵심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1997년 한국으로 넘어온 황장엽 선생은 망명 직후부터 줄곧 북한의 핵개발 음모와 핵무기 보유 사실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망명 이듬해인 1998년 ‘햇볕정책’을 내건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실상 연금 상태에 들어가면서 그의 주장은 묻혀버렸다. 노무현 정권 들어 상황은 전과 비슷했지만 외부 활동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었다.

황장엽 선생은 2004년부터 북한전문가, 북한철학연구자, 시민사회단체 등 세 그룹의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강연 및 토론을 벌여왔다. 일주일에 한 번씩 5~20명 규모로 구성한 스터디 그룹에 참석해 북한의 주요 이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의 강연활동은 2010년 10월 사망 일주일 전까지 계속됐다.

황장엽 선생은 2007년 3월 14일 강연에서 북한의 수소폭탄 개발 능력에 대한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플루토늄은 우라늄을 2번 재가공해야 됩니다. 재처리라고 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몇 번 재탕을 해야 하는데 그 플루토늄은 자연 발생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재탕을 하면 우라늄 239가 되고 이것은 우라늄 235와 같이 일정한 양만 모아 놓으면 자연 분열됩니다. 이것을 이용하는 것이 원자탄입니다.

삼중수소라는 것이 있습니다. 삼중수소는 수소 원자 1개에 중성자 2개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불이 아주 잘 붙습니다. 100g의 삼중수소를 만들려면 1억 달러가 듭니다. 그런데 삼중수소는 12년밖에는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못합니다. 여기에 중수소 1t과 삼중수소 100g을 합하면 수소탄이 됩니다. 수소탄이 되면 원자탄 1000배의 위력이 나옵니다.(하략)"

황장엽 선생은 강의를 통해 "1997년 2월 망명하기 전에 이미 북한이 수소폭탄을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황 선생과 오랫동안 교류했고, 실제 그의 강의를 들었던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당시 북한이 수소폭탄을 개발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 그와 관련해 황 선생은 자신의 소중한 정보를 밝혔다”면서 “황 선생은 북한이 핵은 이미 개발을 마무리했고 수소폭탄도 개발 중이라고 털어놨다”고 밝혔다.

당시 강의에 참석했던 몇몇 관계자는 북한이 2016년 1월 6일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자, 황장엽 선생의 관련 발언을 SNS 등에 일부 소개하기도 했다.

이회창(왼쪽) 당시 자유선진당 총재가 2008년 9월 25일 당 정책간담회의 연사로 초청한 황장엽 전 북한 조선노동당 비서를 자리로 안내하고 있다. 사진=조선DB

북한은 노무현 정권 때였던 2006년 10월 핵실험을 처음으로 강행했다. 이후 일부 친북인사는 “북한의 다음 목표는 수소폭탄”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당시 김정일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렸던 재일교포 김명철 조미평화센터 소장은 한 라디오방송을 통해 “규모를 확대해 추가 핵실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수소폭탄도 실험할 수 있다”며 “전쟁을 한다는 것은 도쿄도 뉴욕도 불바다가 된다는 것이다. 헛소리인가 아닌가 진짜로 해보자는 것이다”고 협박했다. 황장엽 선생의 수소폭탄 개발 폭로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이다.

좌파 쪽에서는 "황장엽이 북한에 있을 때 핵개발 라인에 있지 않았다”며 이를 근거로 황 선생의 증언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황장엽 선생은 자신이 핵 관련 정보를 얻게 된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핵무기 제조를 성공했다는 것을 김정일이 나한테 전화로 얘기를 했어요. 핵무기 제조를 성공했는데 그것을 지휘한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인 박성봉을 표창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해요. 박성봉이 지휘를 해서 이렇게 성공을 했다고 그래요. 박성봉이란 사람은 내가 교육비서를 할 때 교육부장을 했거든. 그런데 군수공업부의 제1부부장으로 들어가게 된 것은 그 군수공업부 부장을 하는 전병호라는 비서가 뇌졸중으로 두어 번 넘어졌어요. 그래서 일을 제대로 못하니까 박성봉을 데려다 제1부부장으로 했는데 제1부부장은 부장과 같습니다. (중략) 박성봉이 지휘를 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박성봉을 표창해야겠다고 말을 해요.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다음에 사찰 문제가 자꾸 제기되니까 김정일이 NPT조약에서 탈퇴한다고 성명을 냈거든. 그러고는 또 자꾸 교섭이 되었지요.(2006년 10월 11일 증언)”

북한의 핵기술과 관련해, 소련과 중국이 기술을 이전했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황장엽 선생은 “순수하게 북한 국내 기술로 개발했으며 기술적 일부 한계는 파키스탄의 도움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네바 회담이 끝난 다음에 군수공업 담당비서가 거기는 체계가 어떻게 되었는가 하면 신형무기, 핵무기, 미사일 이런 것은 군수공업부가 주관합니다. 그것을 행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제2경제위원회이고 내각에서는 전혀 관계를 안 합니다. 다 만들어져서 군대에 넘긴 다음에는 군대가 관리를 합니다. 그런데 전병호 군수공업 담당비서가 나를 만날 때마다 그래요. 국제비서가 왜 그렇게 무관심하냐고요. 플루토늄을 좀 사다주지 않겠느냐고 해요. 그래서 아직도 부족해서 그런가 했더니, 그래도 몇 알 더 만들어 놓으면 좋지요. 그러니까 그만큼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것은 김정일도 나한테도 얘기를 했고 거기 중요한 간부들은 다 알고 있는 것입니다. (중략) 그런데 하루는 회의를 하는데 전병호 비서가 보이지를 않아요. 20일 있다가 왔는데 나보고 그래요. 이제는 플루토늄이 필요 없어요. 구할 필요 없어요. 이제 우라늄 235로 만들게 되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고 했더니 내가 이번에 파키스탄에 가서 다 협정 체결을 하고 거기 기술을 다 넘겨받아서 우라늄 235로 만들기로 했다고 해요. 그것이 1996년 여름인가, 가을인가 그래요.(2006년 10월 11일 증언)”

이처럼 황장엽 선생은 북한의 원자탄 및 수소폭탄 개발 야욕을 사망 직전까지 일관되게 강조해왔지만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의해 결국 그의 주장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황장엽 선생은 사망 직전까지 햇볕정책을 골자로 한 대북(對北) 유화정책을 적극 반대했다. 그는 2007년 3월 14일 강연에서 이런 요지로 말했다.

“민주주의를 지켜야 합니다. 단결해야 됩니다. 걱정만 하지 말고 단결해서 싸워야 합니다. 제일 나쁜 것이 햇볕정책입니다. 지금 자꾸 평화롭게만 살게 되면 그런 햇볕정책을 요구하지요.(중략) 햇볕정책 지지하는 놈들은 북한으로 다 가라고 하면 됩니다. 그런데 가라면 또 안 갑니다.”

글=백승구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