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밀레니엄 시대 국내 1위 팝송은 비틀스 ‘Yesterday’ : 월간조선

20세기가 저물었다. 그리고 21세기가 밝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6월 15일 김정일과 만났다. 7월 16일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8.15 이산가족 상호방문단 명단 200명씩을 주고 받았다. 그해 9월 11일 김용순 조선노동당 비서가 서울을 찾았고 금강산에서 제2차 남북적십자회담이 개최되었다.

그러나 훗날 남북 정상이 만난 이면에 불법적 대북송금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정상회담 성사와 현대의 대북사업 대가로 현금 4억5000만 달러, 현물 5000만 달러 등 5억 달러가 비밀리에 북한에 전달됐다는 사실이 특검을 통해 드러났다. 김대중 대통령의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해 “돈 주고 산 노벨상”이라는 비판이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등장했다. 햇볕정책과 대북송금으로 꺼져가던 북한을 다시 살렸고 북핵의 빌미를 제공했단 비난이 두고두고 이어졌다.

세기가 바뀌어도 DJ 김기덕을 따르던 팝 팬들은 비틀스의 ‘Yesterday’와 ‘Let It Be’를 들었다. 이유 불문, 오직 비틀스였다. 핸리 넬슨과 퀸, 수잔 잭슨의 곡은 팝팬의 단골 신청곡이었고 70년대 가족 밴드인 비지스도 다시 10권 안에 올랐다.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는 1999년 5위에 오르더니 2000년에는 4위를 차지했다.

스웨덴 출신 여성가스 제스카의 데뷔곡인 ‘Goodbye’가 3위에 올랐다. 박신양, 전도연 주연의 영화 <약속>(1998)에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빅 히트했다. ‘Goodbye’는 영화 중 마지막 이별하는 장면에서 흘러나왔는데 슬픈 멜로디와 애조 띤 목소리가 화면과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1999년 2월 개봉한 영화 〈쉬리〉의 배경음악인 캐롤 키드의 ‘When I Dream’도 6위에 오르며 놀라움을 주었다. 〈쉬리〉는 당시 243만 명의 관객을 동원, 〈타이타닉〉(1998년 2월 20일 개봉)의 흥행기록을 1년 만에 깨뜨렸다. 요즘엔 천만 관객도 쉽지만 IMF 직후인 당시엔 243만 명도 대단했다. 1999년 8월 KBS 2FM ‘김광한의 추억의 골든팝스’가 5000여 청취자에게 ‘20세기 가장 좋아하는 영화음악’을 물은 설문조사에서 한국영화 음악으로는 최고인 12위에 올랐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칭호를 얻은 덕분인지 영화 〈쉬리〉는 일본과 홍콩, 타이완에서도 개봉되면서 ‘When I Dream’ 인기가 아시아 전역으로 퍼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