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IMF로 암울하던 그때, 수잔 잭슨의 ‘Evergreen’ 인기 : 월간조선

1997년은 대한민국호(號)가 부도가 난 해다. 12월 3일 IMF 자금지원 협상이 정부종합청사에서 5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타결됐다.

전조(前兆)는 이전부터 있었다. 그해 1월 재계 서열 14위였던 한보그룹이 넘어지기 시작해 4월 22일 진로그룹이 부도가 났고 6월 2일 한신공영그룹이 가라앉았다. 10월 15일 쌍방울 그룹이 화의를 신청했으며 기아, 해태그룹도 회생이 어려웠다. 11월 21일 정부는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그해 12월 19일 김대중 대통령은 제1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MBC FM의 인기 DJ 김기덕은 ‘2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를 하차하고 1997년부터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를 진행했다. 이 프로는 오전 11시부터 정오까지 진행됐는데 2010년 4월 25일까지 이어졌다.

그해의 팝 음악도 이전과 비슷하게 올드 팝 위주로 신청곡이 쏟아졌다. 한가지 특징이라면 수잔 잭슨의 ‘Evergreen’이 7위에 올랐다. 원래 1981년에 발표된 곡인데 10여년이 훨씬 지나 한국인의 사랑을 받았다. 당시(97년)는 얼터너티브와 테크노의 거친 회오리가 지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1992년 10월부터 1993년 5월까지 방송된 MBC 주말 드라마 <아들과 딸>의 배경음악으로 ‘Evergreen’이 삽입됐는데 김희애, 최수종, 채시라, 오연수, 한석규 등 엄청난 배우들이 출연한 만큼 곡도 꾸준히 사랑 받았다. “늘 푸른 초원처럼 싱그러운 분위기의 이 노래는 꺼져가는 포크에 불씨를 붙인 한국적인 포크였다”(DJ 김기덕)는 평가다.

한편, 고(故) 다이애나 (Diana Frances Spencer·1961~1997) 전 영국 왕세자비가 세상을 떠난 1997년. 그해 12월 2일 추모앨범 《Diana, princess of wales tribute》이 출시됐다. 국내에서도 CD 2장, 카세트테이프 2개로 각각 발매됐다. 이 앨범에는 모두 36곡이 담겼다. 어마어마한 뮤지션들이 자신의 노래를 고인에게 헌정했다. 앨범 수익금은 다이애나를 추모하는 사업에 전액 기부됐다.

생전 그녀는 엘튼 존, 마이클 잭슨, 조지 마이클, 브라이언 아담스 같은 가수와 절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엘튼 존은 다이애나 사후(死後) ‘Candle in the wind’란 곡으로, 슬픔에 빠진 영국인의 마음을 달래기도 했는데 그해 빌보드 연말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 1997년 DJ 김기덕이 애청자 엽서를 통해 집계한 베스트 100 중 10곡

(참조 《김기덕의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베스트 100》)

1 ‘Yesterday’ Beatles

2. ‘Let It Be’ Beatles

3. ‘Love Of My Life’ Queen

4. ‘Bridge Over Troubled Water’

5. ‘Can't Take My Eyes Off You’ Morten Harket

6. ‘Hard To Say I'm Sorry’ Chicago

7. ‘Evergreen’ Susan Jackson

8.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Elton John

9. ‘Honesty’ Billy Joel

10. ‘Love Song’ Tes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