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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동계 AG] 金 수확한 '피겨 남매' 차준환·김채연

가기야마·사카모토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 제쳤다

백재호  기자 1oo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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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준환·김채연 모두 쇼트프로그램에서 일본의 강자들에 밀려 2위였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대역전극
◉ 차준환 발목부상 딛고 이뤄낸 金... 4회전 단독 점프를 2개만 구사하는 등 난도를 낮춘 대신 전반적으로 완벽한 연기 펼쳐
◉ 김채연은 프리스케이팅에서 감점을 하나도 받지 않아, 반면 사카모토는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시도하다 빙판 위에 넘어져... 실수 하나가 '희비' 갈랐다
13일(현지 시간)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남녀 피겨스케이팅 싱글 각 종목에서 김채연(오른쪽)과 차준환이 각각 금메달을 차지했다. 사진=뉴시스

'피겨 남매' 차준환(고려대)과 김채연(수리고)이 피겨스케이팅 강국인 일본을 넘고 '금메달 합창'을 선보였다.


차준환과 김채연은 13일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끝난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남녀 싱글에서 동반 금메달을 합작했다. 남자 싱글의 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 94.09점, 프리스케이팅 187.60점을 합해 총점 281.69점을 받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김채연은 여자 싱글에서 쇼트프로그램 71.88점, 프리스케이팅 147.56점을 더해 총점 219.44점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둘 모두 쇼트프로그램에서 일본의 강자들에 밀려 2위였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대역전극을 일구며 금메달에 입맞춤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따는 등 피겨 강국으로 군림하는 일본은 이번 대회에 주축 선수들을 파견했다. 모두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거론됐다. 남자 싱글에서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가기야마 유마가 출전했다. 가기야마는 2021년, 2022년, 2024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은메달을 따는 등 세계적인 강자로 활약했다.  

 

2022~2024년 세계선수권에서 여자 싱글 3연패를 달성한 사카모토 가오리도 이번 대회에 나섰다. 사카모토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에서 동메달을 따는 등 현재 여자 싱글의 최강자로 꼽힌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차준환과 김채연은 각각 가기야마, 사카모토에 밀렸다. 


지난 11일 열린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가기야마는 103.81점을 받아 선두로 나섰다. 차준환을 9.72점 차이로 따돌리며 금메달 획득에 청신호를 켜는 듯했다. 한편 사카모토는 12일 벌어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5.03점을 획득해 김채연을 3.15점 차로 제쳤다. 

 

가기야마와 사카모토 모두 세계적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들이라 차준환이나 김채연이 역전을 일구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특히 차준환의 역전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점수 차가 큰 데다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의 난도가 가기야마가 더 높았기 때문이다. 


차준환은 지난해 11월 중순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2024~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5차 대회 도중 고질적인 발목 부상이 악화해 프리스케이팅 출전을 포기했다. 부상 여파로 이후 대회에서는 프리스케이팅 난도를 낮췄다. 지난 시즌까지 콤비네이션 점프를 포함해 4회전 점프를 세 차례 뛰었으나 부상 이후 4회전 단독 점프를 2개만 구사했다. 


반면 가기야마는 프리스케이팅에 4개의 4회전 점프를 넣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점수 차도 적지 않았기에 가기야마가 유리해 보였다. 하지만 차준환은 난도를 낮춘 대신 전반적으로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트리플 플립-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연결 점프의 언더로 테이티드(점프의 회전수가 90도 이상 180도 이하로 모자라는 경우) 판정이 나왔을 뿐 나머지 요소에서는 감점을 받지 않았다. 쿼드러플 살코와 쿼드러플 토루프는 완벽하게 소화했다. 


반면 가기야마는 두 차례나 빙판에 넘어지는 등 점프 난조를 겪었다. 결국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높인 차준환은 10점에 가까운 점수 차를 극복하고 대역전극을 일궜다.


한편 김채연은 프리스케이팅에서 감점을 하나도 받지 않았다. 10%의 가산점이 붙는 연기 후반부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비롯해 모든 구성 요소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반면 사카모토는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를 시도하다 빙판 위에 넘어지면서 실수가 나왔다. 점수 차가 별로 크지 않은 상황에서 실수 하나가 희비를 가른 셈이다. 


차준환은 한국 피겨 남자 싱글 사상 최초의 동계아시안게임 메달을 금빛으로 물들였고, 김채연은 2017년 삿포로 대회 최다빈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여자 싱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상 최초 남녀 싱글 동반 금메달이라는 역사도 써냈다.


글= 백재호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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