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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코로나19 확진자 발생한 '찜방'의 정체는? 10년 전 <월간조선> 내용 보니

“‘뚱, 베어, 스탠, 중년’ 등으로 식성 분류, 찜방에선 하루 수차례 집단 성관계"

[편집자주] 동성연애자들이 모이는 장소, 일명 '찜방'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남구청은 9일 블랙수면방(찜방)을 방문한 19살 남성이 9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해당 장소를 방문한 사람은 반드시 검체검사를 받으라고 밝혔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찜방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월간조선>은 8년 전 인터뷰 기사를 통해 '찜방'의 실체를 보도했다. 2010년 10월호에 실린 동성애자 김정현(가명)씨의 인터뷰를 다시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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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성애자 양심고백’ 신문광고 게재한 김정현씨

식성으로 상대 고르고,‘찜방’에선 집단 성행위

 
글 : 김정우  월간조선 기자
 
 
“감성적 인권론자들이 실상을 외면한다”

⊙ 신문 전면 광고 통해 동성애 실체와 성병 실태 폭로
⊙ “‘뚱, 베어, 스탠, 중년’ 등으로 식성 분류, 때짜(男)와 마짜(女)로 性역할 분담, 찜방에선 하루 수차례  性관계”
⊙ “책 보고 동성애 공부한 인권론자들이 철학과 역사 들먹이며 토론하는 것 보면 역겹다”
⊙ “동성애차별금지법은 ‘동성애자들의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 무시한 反인권법안”
⊙ 광고 본 동성애자들 “성적 소수자들의 20여 년 인권운동 역사를 호도하고 먹칠하는 글”이라며 반박
 
 
  지난 11월 10일, <조선일보>에 특이한 전면광고가 실렸다. “동성애자들이 말해 주지 않는 ‘동성애에 대한 비밀’”이란 제목의 ‘양심고백’ 광고다. 대통령, 법무장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SBS 회장 등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이 광고는 ‘김정현’이란 이름을 쓰는 한 동성애자가 ‘지금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동성애의 실태’라며 적나라한 내용까지 묘사하고 있다. 편지의 ‘수신인들’은 모두 동성애 차별금지법, 군내(軍內) 동성애 관련 헌법소원, TV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등과 관련된 인사들이다.
 
  김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동성애자로 살아오다 29살 때 동성애 극복을 결심했다. 6년이 지난 지금은 여성과 교제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전향(轉向)’에 성공했다. 그는 “영화와 드라마에 나오는 동성애자들의 사랑에 대해 이성애자들은 감동했지만, 동성애자들은 그다지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서울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동성애자들의 ‘또 다른 문화’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했다.
 
  광고의 파장이 컸다. 법무부, 헌법재판소 등 정부 홈페이지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글이 빠른 속도로 퍼졌다. 광고에 실린 요약본 외에 전문이 게재될 예정인 ‘동성애 진실’ 사이트엔 하루 수천 명이 방문해 글을 읽은 소감을 남겼다. “김씨의 용기에 감동했다”며 응원 댓글을 단 이들이 있는가 하면, “소수의 사례를 일반화시킨 편견과 혐오의 글”이라며 광고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한 동성애자들도 있었다.
 
  여러 관련 단체를 수소문한 끝에 김정현(가명·35)씨를 찾을 수 있었다. 많은 방송사와 신문사들이 그를 만나 인터뷰하려 했다. 그는 실명, 얼굴,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김씨는 “광고에 적은 내용은 단 하나도 거짓이 없다.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한 것도 아니다”라며 “이성애자들이 잘 모르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소개했다”고 말했다. 또 “곧 때가 되면 내 신분을 드러내고 공개적으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성이 어떻게 되나요”
 
  김씨에 따르면 동성애자들은 ‘식성’이란 표현을 자주 쓴다. 그들에게 식성은 자신의 입에 맞는 음식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방의 체형과 스타일이다. 김씨가 광고에 공개하지 않은 전문(全文) 중 일부다.
 
 < 동성애자 A는 처음 동성애자 세계에 나왔을 때 모임을 통해 B를 알게 됐다. A는 B가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B는 “나는 뚱뚱한 체형이 식성이라 너같이 평범한 체형은 좋아할 수 없다”라고 대답했다. A는 의아했지만, 곧 자신 또한 특정 체형과 스타일만 선호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학창시절 짝사랑하던 남자도 모두 비슷한 체형에 비슷한 스타일이었고, 그 이후 만난 동성애자들도 모두 그랬다.>
 
  김씨는 “동성애자에게 있어 식성은 절대적인 요소”라며 “게이바에서 마음에 드는(식성에 맞는) 사람을 만나면 첫 질문이 ‘식성이 어떻게 되나요’다”고 했다. 서로 식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녀 간에도 각자의 취향과 스타일이 있습니다. 그냥 표현방식의 차이 아닌가요.
 
  “인터넷에서 동성애자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단어가 바로 ‘뚱’, ‘베어’, ‘스탠’ 등 식성을 표현하는 은어들입니다. 식성은 이성애자들이 보는 외모나 이상형과는 다릅니다. 식성이 맞아야 성관계가 가능하죠. 주로 성관계가 먼저고 연애나 사랑은 그 후의 과정입니다.”
 
  식성을 해석하면 ‘뚱’은 단순 비만, ‘통’은 통통한 사람, ‘베어’는 몸에 털이 많은 근육질, ‘스탠(스탠더드)’은 평범한 체형, ‘중년’은 중년층 남자 등을 뜻한다. 김씨는 “상대방과 교제를 하려면 반드시 서로 식성이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뚱을 추구하는 사람이 스탠을 좋아하는 일은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김씨가 정의한 그들의 사랑 방식은 “식성 발견→성욕 증대→성관계→애정관계 형성”이다.
 
  ―이성애자들도 외모에 대한 선호도가 분명하고, 사랑의 순서나 방식이 다양하기도 합니다.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성애자들은 이상형이 바뀌기도 하고, 또 이상형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이성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동성애자들의 식성은 웬만하면 바뀌지 않습니다. 상대 남자의 외모에서 느껴지는 식성의 정도(성적 모티브)가 최고 수준일 땐 ‘올(all)식’이라고 표현합니다. ‘올식’을 만나면 성적 욕구가 증대돼 그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연애 감정을 느끼게 되죠. 이것은 정상적인 ‘짝사랑’이 아닙니다.”
 
 
  ‘때짜’와 ‘마짜’로 나뉘는 性역할
 
‘동성애자 양심고백’이란 제목으로 김정현씨가 게재한 신문광고.
  ‘때짜’는 성관계에서 남성 역할을 하는 동성애자다. ‘마짜’는 여성 역할이다. ‘탑(top·남성 역할)’과 ‘바텀(bottom·여성 역할)’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마짜들은 상대가 높은 남성성을 보여줘야 진짜 때짜로 인정한다. 여성성이 다분할 경우, 자신이 아무리 때짜라고 우겨도 인정하지 않는다.
 
  마짜들은 자존심 때문에 본인이 마짜라고 잘 말하지 않고, 대신 ‘올(all)’이라고 표현한다. 원래 때짜와 마짜 둘 다 가능함을 일컫는 말이지만, 대부분 ‘올마(완전한 마짜)’일 경우가 많으며 진짜 ‘올’은 드물다고 한다. 올마들은 상대방이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 이상 때짜 역할을 거의 하지 않는다.
 
  ‘평때박마’란 용어도 있다. “평소엔 때짜인 척하다가 박을 타는(성관계의 속어) 순간에 마짜로 돌변하는 사람”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이럴 때 자신이 마짜 역할이라 생각했던 동성애자는 당황하게 된다. 마짜끼리는 연인 관계를 잘 맺지 않기 때문이다.
 
  ‘번개(즉석) 모임’은 주로 종로 부근에서 이뤄진다. 인터넷 이반(동성애자) 커뮤니티 사이트에 뜬 공지를 본 이들이 참여신청을 하고 모인다. 대형 호프집에 자리를 잡으면 일단 각자의 식성과 성역할을 밝힌다.
 
  “참여자들은 그 순간 모든 정신을 집중합니다. 각자의 입에서 나온 데이터를 자신의 식성과 성역할과 대조해 가장 적합한 상대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죠. 게임도 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의 행동을 살펴본 후 마지막에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찜’합니다. 때짜와 마짜는 식성과 함께 동성애자를 묶는 강한 굴레입니다.”
 
  게이바나 번개 모임에서 짝을 못 찾는 동성애자들은 ‘찜방’으로 간다. 5000원에서 1만원 정도 하는 입장료를 내면 여러 방을 옮겨 다니며 성관계를 나눌 수 있는 곳이다. ‘사우나’로 불리기도 한다. 상가 지하나 외진 곳에서 간판 없이 주로 새벽에 영업하기 때문에 바로 이웃 상인들도 뭘 하는 곳인지 잘 알지 못한다고 한다.
 
  “일단 입장하면 수건과 수면가운을 줍니다. 실내는 어둠침침한데 큰 방에 여러 명의 동성애자가 누워 있어요. 라이터나 휴대전화 불빛으로 서로 얼굴을 비춰 본 후, 식성이 맞으면 작은 방으로 옮겨 성행위를 합니다. 여러 방을 옮겨 다니며 수차례 성행위를 하는 이들도 있고, 한 방에서 집단으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큰 방에서 공개적으로 성행위를 하는 장면도 볼 수 있습니다.”
 
  ―동성애자 모두가 찜방을 이용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서울에만 수십 곳이 있고, 수입이 짭짤하다는 소문에 그 수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하루 수백 명이 이용하는 셈이죠. 물론 모든 동성애자가 이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상당수가 이용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동성애자 커뮤니티엔 자신의 ‘찜방 무용담’을 올린 글들이 수두룩한데, ‘부럽다’ ‘못 봐서 안타깝다’는 댓글이 달립니다. 그들에게 찜방은 ‘나쁜 곳’이 아니라 ‘대놓고 다닌다고 밝히기 어려운 곳’일 뿐입니다.”
 
 
  찜방, 위생의 사각지대
 
  김씨는 찜방의 ‘성병(性病) 무방비 실태’를 가장 걱정했다. 일단 여러 사람과 성관계를 갖는 경우가 많고, 관계 도중 몰래 콘돔을 빼기도 한다. 에이즈에 걸린 동성애자가 보복심리로 콘돔에 구멍을 뚫는 경우도 있다. 성관계 후 나오는 여러 분비물은 입장 시 받은 수건으로 닦는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바닥에 널브러진 수건을 재사용하거나 침대 시트, 이불, 베개에 대충 닦아 버린다고 한다. 업소 운영자가 이불과 수건을 얼마나 깨끗하게 세탁할지도 의문이다.
 
  “보통 동성애라고 하면 에이즈만 생각하는데, 다양한 성병이 존재합니다. ‘곤지름’이란 병은 동성애자들이 가장 치를 떠는 성병입니다. 항문이나 성기에 생기는 사마귀인데, 치료해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비록 찜방에 가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 찜방 출입자를 상대로 만날진 알 수 없습니다. 식성이 통하는 사람을 찾지 못해 홀로 있는 시간이 길어져 허탈감에 결국 찜방을 찾는 사람도 많고요.”
 
  ―일반 남성들에게도 윤락업소가 있고 변태적 밤 문화가 있습니다.
 
  “일반 윤락업소에서의 에이즈 전파력이 찜방처럼 강하다면 인류는 이미 멸종했을 겁니다. 이성애자들이 잘한다는 게 아니라, 찜방의 성병 전파력이 일반 윤락업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합니다.”
 
  김씨는 에이즈와 동성애의 상관성을 설명하기 위해 표를 하나 꺼내 보였다. 2009년 국내 에이즈(HIV/AIDS) 감염 현황 자료였다. 질병관리본부에서 공개한 이 통계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발견된 감염자는 771명, 1985년부터 2009년까지 누적 감염자 수는 6888명이다. 771명 중 398명이 감염경로가 밝혀졌는데, 그중 373명이 남자(여자 25명)다. 204명(54.7%)이 이성 간 성접촉으로, 169명(45.3%)이 동성 간 성접촉으로 감염됐다.
 
  누적 통계도 비슷하다. 감염 경로가 밝혀진 전체 감염자 5634명 중 남자가 5157명(여자 477명)이다. 그중 2897명(56.2%)이 이성 간 성접촉으로, 2216명(43%)이 동성 간 성접촉으로 감염됐다. 여자의 경우 동성 간 성접촉 감염은 없었다.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의 경우 신체구조 특성상 동성 간 성접촉으로 에이즈에 걸릴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남자인데요. 우리나라 전체 에이즈 감염자 중 91%가 남자입니다. 그리고 그중 43%가 동성 간 성접촉을 했죠. 보통 국내 동성애자 비율을 많게 잡아도 2% 남짓으로 봅니다. 숫자로는 분명 ‘소수’인 이들이 에이즈 감염으론 절반 가까운 걸 보면 그 역학 관계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동성애자 인권단체와 진보 성향의 관련 기관들은 국내 동성애자 인구를 10만~50만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물리학과 길원평(吉源平) 교수는 2009년 9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유엔은 2006년에 중남미 지역 약 160만명의 에이즈 환자 중 절반 정도가 동성애를 통해 감염됐으며, 동성애자는 이성애자보다 3~4배 많은 성적 파트너를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면서 “동성애로 인한 에이즈 환자가 많은 이유는 항문성교와 무질서한 성관계 때문”이라고 했다.
 

 
  항문성교와 ‘변실금’
 
  김씨는 항문성교와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말했다.
 
  “보통 항문성교는 소수의 욕정이 강한 동성애자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이성애자들은 ‘설마’ 하면서 항문성교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를 꺼립니다. 사실 항문성교는 동성애자들 사이에 널리 이용되는 성관계 방식입니다.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동성애자 중 상당수가 하고 있습니다.”
 
  김씨에 따르면 항문성교는 처음엔 고통이 뒤따르지만, 한번 적응하면 그 쾌감이 상당하다고 한다. 정상적인 남자가 알 수도 없고, 알아서도 안 되는 쾌감이다. 남성의 성기가 클수록 전달되는 자극이 강하기 때문에 많은 동성애자가 ‘대물’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 쾌감을 안 이들은 동성애 세계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남성 역할인 ‘때짜’들도 쾌감이 궁금해 여성 역할을 해 봅니다. 그러다 여성 역할로 바꾸는 경우도 있죠. 이것이 동성애 세계에서 때짜(남)보다 마짜(여)가 월등히 많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오래전부터 ‘때짜 씨가 말랐다’는 말이 종종 나오곤 했어요.”
 
  항문성교는 항문의 기능과 건강을 해친다. 만성 항문소양증(항문 주변이 불쾌하게 가렵거나 타는 듯이 화끈거리는 질환)에 걸릴 수 있고, 성기가 지속적으로 삽입되면 항문이 늘어날 수도 있다. 김씨는 “나이가 들고 항문이 늘어나면 변을 참기 어려울 수 있다”며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선 이런 현상을 ‘변실금’이라 부르며 서로 키득거린다”고 했다. 찜방에서 비위생적 성관계를 한 후 수건으로 정액, 변 분비물, 피를 함께 닦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항문성교의 이런 특성 때문이다.
 
  ―모든 동성애자가 항문성교를 하진 않을 거라 봅니다.
 
  “물론 모두 항문성교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부분 합니다. 동성애자들이 초면에 묻는 것이 식성과 때짜와 마짜 여부(성역할)입니다. 번개 모임에서 가끔 항문성교를 하지 않는다는 동성애자들이 나오는데, 거의 장애인 취급을 받습니다.”
 
  ―이성애자 중에서도 항문성교를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고 그게 정상이라고 봅니까. 게다가 동성애자에 비하면 훨씬 적은 비율입니다. 남성이 자신의 쾌감을 위해 여성을 성도구로 취급하는 행위라고 봅니다. 그로 인해 여성이 어떤 부작용과 아픔을 겪게 될지는 생각도 안 하면서 말이죠. 다시 말하지만 한 번 늘어난 항문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당신 아들이 남자와 성관계 가져도 좋겠나”
 
  김씨의 설명은 지나치게 적나라했다. 수사(修辭)가 전혀 없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듯 지금까지 수면 아래 있던 ‘게이의 뒷얘기’들을 쏟아냈다. ‘소수자들’에겐 익숙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다수자들’에겐 충격적 실태 그 자체였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접했던 모습과는 너무 달라 혼란스럽습니다.
 
  “대충 덮어 두고 멋지게 꾸미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기사 쓸 때 대상을 멋지게 꾸며서 기사 쓰기가 쉽습니까, 아니면 감춰진 사실과 실체를 끄집어내 전하는 게 쉽습니까.
 
  ―전자(前者)죠.
 
  “마찬가지입니다. 소재 고갈로 어려움을 겪는 문화계에서 ‘동성애’는 좋은 이야깃거리 중 하나죠. ‘감성적 인권론자’들은 정확한 실상을 외면한 채 무조건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증)’로 몰아붙입니다. 책 보고 동성애 공부한 사람들이 철학과 역사 들먹이며 토론하는 것 보면 역겹습니다.”
 
  김씨는 얼마 전 동성애를 지지하는 한 남자의 블로그에다 반대의견 댓글을 달았다. 두 사람의 댓글 논쟁이 시작됐고, 김씨는 “당신의 아들이 동성애자가 돼 여자같이 행동하고 종로 나가서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가져도 좋으냐”고 물었다. 그는 더 이상 대답이 없었다.
 
  “제가 동성애자의 인권을 몰라서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동성애자의 인권을 누구보다 존중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동성애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동성애자는 인권을 보호받을 권리와 함께 치료를 받을 권리도 있습니다. 동성애는 분명 고칠 수 있습니다. 금연이 어렵다고 금연 치료 자체를 부정하진 않습니다. 동성애 차별금지법안이 통과될 경우, 치료의 길이 완전히 막히게 됩니다. 그 법안이 과연 동성애자를 진정으로 위하는 법안일까요. 아니면 정치권의 지지세력 확충에 동성애자들이 이용당하는 것일까요.”
 
  김씨는 어린 시절 누나들 틈에서 자랐다. 누나들과 함께 여장놀이를 했고,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동성애를 경험하기 시작했고, 학창시절 남자를 향한 짝사랑으로 이어졌다. PC통신을 통해 처음 게이 커뮤니티를 알게 된 그는 동성애자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됐다.
 
  김씨는 29살 때까지 종로와 이태원 게이바를 전전하는 동성애자로 살았다. 식성에 맞는 남자를 보면 밤잠을 이루지 못했고, 상대의 성기와 육체를 갈구했다. 하지만 동성애를 벗어나기로 결심한 후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얼마쯤 지나니 남자 생각이 안 났습니까.
 
  “처음 몇 개월 동안 힘들었어요.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계속 생각이 났습니다. 길에서 식성에 맞는 사람을 보는 날이면 밤을 뜬눈으로 지새울 수밖에 없었죠. 선천적인 동성애자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꾸준하게 참으며 3년 정도가 지나니 더 이상 남자 생각이 안 나더군요. 6년이 지난 지금은 완전히 회복됐습니다. 여자친구도 빨리 만나고 싶어요.”

   동성애자가 되기까지
 
남자 주인공들의 동성애로 논란이 컸던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의 한 장면. (SBS 제공)
  김씨는 20대 당시 여러 남자를 만나며 그들과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김씨가 밝힌 ‘평범한 남자가 동성애자가 된 과정’들이다.
 
  ▲동성애자 A씨는 동네 사우나 수면실에서 자는 중 옆에 누운 중년 남성이 자신의 성기를 만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엔 기분이 나빴지만, 욕구나 풀자는 생각에 그냥 뒀다. 그런데 이후 자꾸 그 생각이 났고, 결국 다시 사우나를 찾았다. 수면실에서 다시 그 남자를 만난 후 몸을 허락했다. A씨는 식성이 중년 남성으로 굳어졌고, 동성애 세계에서 계속 중년 남성만 찾아다니고 있다.
 
  ▲B씨는 결혼도 했고, 아내와 관계도 좋았다. 단지 가끔 포르노물을 보곤 했는데, 한 번은 자극적인 것을 찾다가 게이 포르노를 보게 됐다. 색다른 맛에 그는 점점 동성 섹스에 몰입했다. 아내와 이혼한 그는 지금도 자신이 원래부터 동성애자라고 굳게 믿고 있다.
 
  ▲대학생 동성애자 C씨는 고교 시절 부모가 자신의 PC에 음란사이트를 막는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일반 음란물은 볼 수 없지만, 게이 사이트는 연결이 가능했다. 자위행위를 하려고 게이 포르노를 접한 그는 짧은 시간에 동성애에 휘말렸다. 그는 자신이 정상이며, 원래부터 동성애자였다고 포장하지 않는다.
 
  ▲동성애자 D씨는 유년기부터 아버지의 폭압적인 분위기에 늘 위축됐다.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다정한 아버지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다. 그의 식성은 스탠(보통) 체형에 자신이 온전히 안길 수 있는 나이여야 한다.
 
  ▲E씨는 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던 시절 친한 형 집에서 옷을 갈아입는 형의 알몸을 봤다. 자신과 다른 성기(포경수술을 하고 털이 난)를 본 후 그 형을 볼 때마다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대중탕에서 흔히 봤던 어른들의 느낌과는 달랐다. 그는 사춘기 때부터 형의 성기를 상상하며 자위를 했고, 성인이 된 지금도 그런 형 스타일을 찾아다닌다.
 
▲동성애자 F씨는 군에서 동성애를 배웠다. 취침 중 고참이 자신의 성기를 만졌지만, 이등병 입장에서 거부할 수 없었다. 고참의 편애로 생활이 편했고, 여성과 차단된 환경에서 적절히 욕구를 해소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성접촉은 점차 대담해졌다. 그는 제대 후 자신을 기다려 준 여성과 헤어졌다. 그는 현재 나이가 비슷한 스탠 체형의 남자를 좋아한다.
 
 
  “민주주의와 인권에 침 뱉는 행위”
 
  김씨의 광고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동성애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한 동성애자는 “성적 소수자들의 20여 년 인권운동 역사가 이 글 하나로 호도되고 먹칠을 당하는 기분”이라며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동성애’라는 이름하에 고통당하고 죽음까지 내몰린 자들이 떠오르면서 그 슬픔은 배가되고 곱절이 된다”고 했다.
 
  ‘아로새김’이란 필명의 블로거는 “동성애자, 나도 양심고백합니다”란 글을 통해 “진정 감정적으로 인권문제를 인식하는 것은 동성애자 인권운동 진영이 아니라 김정현씨 본인”이라며 “이 나라의 진정 국민적 재앙은 동성애자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입법이 아니라, 혐오·폭력·야만이 피와 목숨으로 이뤄낸 민주주의와 인권에 침을 뱉는 것”이라고 김씨의 글을 반박했다.
 
  김씨는 이러한 반박에 대해 “그분들도 글에 나온 용어나 세태 자체에 대해선 공감했다. 다만 남녀관계의 성적 욕구와 변태적 윤락 문화를 내세워 ‘물타기’하려는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것이 있으면 직접 게이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해 보라”고 했다.
 
  김씨가 알려준 게이 커뮤니티 사이트를 직접 방문해 살펴봤다. 그가 말한 대로 동성애자들이 식성을 공개하며 자신의 짝을 찾고 있었다. ‘때짜’와 ‘마짜’ 등 성역할과 찜방에 대한 설명도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찜방의 성병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찜방에서의 무용담을 자랑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동성애는 구약성서 <창세기>에도 등장할 만큼 오래된 사회 현상이다. 동성애에 대한 도덕적 논란은 사실상 인류 역사와 함께 이어져 왔다. 동성애의 선천성과 후천성, 에이즈와의 관계, 종교적 갈등 등 논란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게이 언약식’ 촬영지를 두고 유명 드라마 작가와 방송사,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서로 대립하는 등 한국식(式) 동성애 논쟁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동성애 차별금지법안을 두고 정치권과 종교계가 갈등을 겪고 있다. 무엇이 동성애자를 진정 위하는 길인지 빨리 결론을 내야 할 때다.⊙
 

입력 : 202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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