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제’ 수능 국어 22번과 40번 풀어보니… : 월간조선

수능 국어 22번 문항

22번 문항, 그러니까 17세기 조선후기 가사인 신계영의 〈월선헌십육경가(月先軒十六景歌)〉는 EBS에 지문이 나왔다지만 교과서에 없는 지문이다. 고교 국어교사에게 물어보니 이전에 본 적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기자가 대학교재 《고전시가》 책을 살펴봐도 잘 보이지 않았다.

비록 ‘킬러 문제’다운 긴장감은 없더라도 학생 입장에선 충분히 부담스러웠을 문제다. 고전 산문이나 운문에 자신있는 극소수의 학생을 제외하고 말이다. 객관식 ①~④번 문항은 주위만 기울이면 쉽게 패스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밤블이 밝가시니’는 ‘밤불이 밝았으니’ 정도로 해석이 된다. ‘아적믈이 미러오니’에서 ‘아적믈’은 아침 물, 즉 밀물을 뜻하니 ‘밀물이 밀려오니’로 풀이된다.

⑤번은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한다면 쉽게 정답을 고를 수 있었을 것이다. <월선헌십육경가>에는 어부의 고단함이 담겨 있지 않다. 양반(선비)의 시각에서 쓴 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계영은 벼슬길에 물러나 충남 예산군 신암으로 낙향, 자신의 가옥을 ‘월선헌(月先軒)’이라 칭하면서 자연 풍광과 사계의 흐름을 노래한 전원 시가가 <월선헌십육경가>다.

게다가 설의법은 반어가 아닌 긍정의 수사다. ‘경도 됴커니와 생리라 괴로오랴’는 ‘경치도 좋거니와 생활이 괴로우랴’로 해석된다. 괴롭지 않다는 얘기다. 생리(生理)라는 말이 조금 헷갈릴 수는 있겠다.

40번 문제는 왜 국어문제에 수식풀이를 넣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메뉴얼만 보고도 기계조립이 가능할 정도로 문장해독력을 길러야 한다는 점에선 십분 이해는 간다. 다만 학생 입장에선 짜증이 났을 것이다. 계산을 하다가 문제를 덮었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기자는 처음엔 수식을 계산하지 않고 풀었다. 밑줄을 긋고 지문을 찬찬히 읽었다. 이해도는 높아졌지만 생경한 단어가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수식 계산을 직접 해보았다. 짜증이 났다.

①갑 은행이 공시한 BIS 비율은 바젤위원회가 제시한 규제비율을 상회하겠군.

풀이=갑 은행의 BIS 비율을 계산하면 110(50+20+40억원)/1000(300+300+400억원)으로 11%. 따라서 규제비율인 8%를 상회한다. 맞는 표현이다.

②갑 은행이 보유 중인 회사채의 위험 가중치가 20%였다면 BIS 비율은 공시된 비율보다 높았겠군.

풀이=갑 은행의 보유 중인 회사채 위험 가중치가 현재 30%(300억)다. 이를 20%(200억)로 낮추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BIS 비율은 증가한다. 맞는 표현이다.

③갑 은행이 보유 중인 국채의 실제 규모가 회사채의 실제 규모보다 컸다면 위험 가중치는 국채가 회사채보다 낮았겠군.

풀이=지문을 읽어보면 ‘OECD 국가의 국채는 0%, 회사채는 100%가 획일적으로 부여되었다’는 표현이 있다. 국채비율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그러니 위험가중치는 국채가 회사채보다 낮을 수밖에. 맞는 표현이다.

④갑 은행이 바젤I 협약의 기준으로 신용 위험에 따른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한다면 회사채는 600억원이 되겠군.

풀이=제일 골치 아팠다. 바젤Ⅱ에 따른 회사채에 반영된 위험 가중치는 50%다. 따라서 회사채의 위험 가중자산 300억원이 되려면 50%를 반영한 600억원이다.
바젤I에서 화사채의 위험가중치를 100% 획일적으로 부여한다고 했으니 600억원이 된다. 맞는 표현이다.

⑤갑 은행이 위험 가중자산의 변동없이 보완자본을 10억 원 증액한다면 바젤Ⅲ 협약에서 보완된 기준을 충족할 수 있겠군.

풀이=바젤Ⅲ에서는 단순 후순위 채무가 제외된다. 따라서 보완자본을 10억 원 증액하면 자기자본은 80억원이 된다.
이럴 경우 바젤Ⅲ의 보완된 기준(6%)과 상관없이 BIS 비율 8%에 해당된다.
따라서 바젤Ⅲ 협약의 보완된 기준을 굳이 충족시킬 필요가 없다. 또 문항의 뉘앙스가 바젤Ⅲ 협약에 따라 겨우 충족되었다는 의미다. 그러니 틀린 표현이다.

정답은 두 문제 다 ⑤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