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7남으로 미국에서 '생추어리 처치'를 세운 문형진씨 부부. 사진=AP통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파운드랜드의 ‘세계평화통일안식처 교회(생추어리 처치)'에서 열린 합동결혼식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뉴욕에서 서쪽으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이 교회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한 신도 600여 명이 각각 한 손에 총을 들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교회는 고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막내아들 문형진(38)씨가 세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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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현지시각) AP통신에 따르면, 생추어리 처치는 합동결혼식 참석자들에게 ‘AR-15’ 반자동 소총을 가져오라고 통보했다.
생추어리 처치 측은 '참아버지(True Father·문선명)'의 후계자이자 '두 번째 왕(2nd King)'인 문형진 목사가 주례한다면서 이날 예식 참가 부부들에게 "쇠막대(rod of iron)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교회는 이 총기(AR-15)가 성경 속 ‘쇠막대(rod of iron)’를 상징한다고 믿고 있다. AR-15는 2주 전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플로리다 고교 총기 참사에서 사용된 총기다.
교회는 이 총기(AR-15)가 성경 속 ‘쇠막대(rod of iron)’를 상징한다고 믿고 있다. AR-15는 2주 전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플로리다 고교 총기 참사에서 사용된 총기다.
이날 참석자들은 문형진 목사의 주례로 왕관을 쓰고, AR-15 반자동 소총을 한쪽 팔에 낀 채 혼인 서약을 했다. 일부는 총알로 왕관을 장식하기도 했다.
여성들은 일제히 하얀 드레스를 입었고, 남성들은 검은색 정장에 빨간색 넥타이를 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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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진 목사는 “전능하신 신이 무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부여한 권리를 통해 서로를 보호하고 인류를 번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로 인해 지역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교회에서 불과 1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역 초등학교는 안전 우려로 이날 휴교했다. 언론 수십 곳이 취재를 위해 현장을 찾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주최 측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합법 총기 소지 면허를 소지한 100여 명이 총기를 가지고 예식에 참석했다.
주최 측은 "모든 총기는 총알이 장전되지 않은 안전한 상태로 식장에 반입됐다. 총기 소지자는 모두 입장 전 안전 검사를 받았다"며 "총기는 케이스에 보관된 채로 반입됐고 예식 중에만 손에 들고 있었다. 안전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별다른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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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식 참석자 중 170여 명은 한국에서 갔다. 현지 언론인 '미주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총기 소지가 안 되기 때문에 미국 도착 후 한 사격장에 가서 총알을 5발씩 쐈고, 총기 소지를 입증하는 차원에서 78만 원(총기 구입 상품권 비용)을 냈다. 총기를 실제 가져오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는 종교적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생추어리 처치 지도자인 문형진씨는 총기가 "가족과 커뮤니티, 천일국(이상세계)을 보호하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상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형진씨는 고 문선명 총재의 7째 아들로 미 하버드대 철학과와 하버드대학원 세계종교학과를 졸업했다. 과거 국내에서 통일교 지도자로 사실상 낙점됐지만 2012년 문선명 총재 사망 후 3년 뒤인 2015년 교권을 박탈당했다. 현재 통일교는 고 문선명 총재의 부인 한학자 총재가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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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진씨는 한때 형들을 제치고 통일교의 후계자로 낙점받았으나 3년 만에 물러나야 했다. |
그러나 통일교 2대 총재임을 주장하고 있는 문씨는 2015년 미국에서 생추어리 처치를 세웠다. 교회 측에 따르면 문씨는 이 교회에서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