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黜黨)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동정적이던 혁신위원회 위원들의 분위기도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은 빠르면 다음 주 중으로 이 문제를 마무리지을 것이라고 한다.
기자가 만난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을 서두르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이 당적(黨籍)을 유지하고 있는 한 내년 지방선거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여론조사를 해 보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이 ‘박근혜 적폐 청산’프레임으로 나올 경우, 자유한국당은 경북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패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경남지역의 경우는 당내 구(舊)민주계와 친노(親盧)세력의 지지기반이 겹치고 있는데, 구민주계를 중심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없이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부산은 친박 출신인 서병수 시장 측근들의 비리문제 때문에, 울산은 김기현 현 시장이 눈에 띄는 업적이 없는데다가 노동자세(勢)가 강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은 친노 핵심인 김경수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김해을)을 이기기 어려운 것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도 전망이 어둡다고 한다. 대구에서는 김부겸 현 행정안전부 장관의 인기가 워낙 높아 자유한국당 후보가 패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는 "김관용 현 지사가 3선을 마치고 그만 두는 경북은 그나마 자유한국당 후보가 승산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방조직이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잘 해 오던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들이 은밀히 여당 공천 가능성을 노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에 더해 여당은 대구-부산 지역에서 지역 기반과 능력이 있는 3급 공무원들에게 ‘떨어질 경우 다른 자리로 보상해 주겠다’면서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라고 부추키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지금 자유한국당에서 ‘박근혜 출당론’이 나오고 있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적폐 청산 프레임’에 휘말리면 선거에서 전패(全敗)한다는 위기감의 소산이라는 것이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참패하면 여당은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영입공작을 펼칠 것이고, 당은 사분오열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낙동강 교두보’라도 만들면 2020년 총선에서 보수세력의 반격이 가능하겠지만, 그러지 못하면 보수세력은 반격이 불가능할 정도로 궤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출당론’에 대한 보수세력 일각의 반응은 차갑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는 것은 탄핵이 정당하다고 인정하는 것 아니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면 자유한국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여론조사를 해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에 찬성하는 의견이 TK지역에서도 50%를 넘는 것으로 나온다. 다른 지역에서는 70~80%가 넘는다”면서 “이른바 ‘태극기 민심’과 일반 국민들의 민심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