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영국산 호크 공격기 ‘폐품’ 처리하는 空軍
지난 3월31일 정부가 잠실 제2롯데월드 건축을 허용키로 최종 확정함에 따라, 이르면 내년초 공사 착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정부는 제2롯데월드 건축에 따른 서울공항(경기도 성남) 비행 안전 문제와 관련, 공군 본부와 롯데물산 간의 합의서 이행을 조건으로 초고층(112층•555m) 신축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군과 롯데 측은 서울공항 동편 활주로 방향을 3도 변경하고, 서울공항에 배치된 輕(경)공격기 KA-1 대대(12대)를 2012년 원주로 이전하는 문제에 대해 합의했다. 롯데가 활주로 변경과 대대 이전 공사를 한 뒤 이를 공군에 기부채납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성남공항에서 원주로 이전하는 KA-1 1개 대대의 작전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성남공항에 주둔하고 있던 KA-1 대대의 임무는 북한의 공기부양정 등 상륙부대가 인천 앞바다로 상륙하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그러나 프로펠러 경공격기인 KA-1이 성능상 유사시 원주에서 인천까지 작전이 불가능하다는 맹점이 있었다.
따라서 공군 내부에서도 전력보강을 위해 경북 예천의 제6전투비행단(훈련비행단) 소속 영국산 제트공격기인 호크 Mk67 1개대대(16대)와 공격기로 전용이 가능한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대를 추가구입해 전력을 확보하면 동해상과 서해상을 모두 아우르는 전시통제가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군 관계자들도 예천의 공군 제6전투비행단에서 원주 비행단으로 이전•배치하면 제트기 성능으로 서해안으로 신속히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역 경공격기를 도태?
그러나 공군은 어찌된 영문인지 이미 2~3년 전부터 호크기를 도태시키로 하고 내부적으로 검토를 해오다 2008년 10월, 2012년 조기 도태시키기로 확정했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월간조선이 입수한 ‘공군 작전기 유지계획서’를 통해 확인됐다.
군 관계자들은 원주에 있는 주한미군의 아파치 공격헬기 1개대대가 철수한 이후 전력공백을 KA-1과 함께 호크기로 메꿀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군이 호크기 조기도태를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호크기는 인도 공군 등 지속적으로 수출이 되고 있어 향후 20년 동안 후속군수지원에 있어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공군은 조기도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공군의 호크기 도입사업은 1988년 시작하여 1993년까지 완료하였기에 지금까지 혹사당하여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기체수명은 상당정도 남아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공군 관계자는 “현재 도태시켜 제 3개국, 특히 인도네시아 공군에 인계하려고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결국 훈련기 고객에게 불용자산을 불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T-50 수출에도 지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호크 Mk67은 1992년 대당 850만 달러에 도입했고, 현재 10년 이상 작전에 투입이 가능한 전술기다. 1992년 9월부터 도입한 T-50(호크 Mk67)을 현재 공군은 17대를 보유하고 있고, 주한 美공군이 보유한 제트 전선통제기 OA-10와 동일한 임무를 수행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공군은 1991년 걸프전 당시 프로펠러 전선통제 작전을 수행하다 이라크군에 격추당하면서 제트엔진의 OA-10 전선통제기로 전면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에서 1995년 사이에 무장훈련기 겸 전선통제기로 사용하다 1995년 사천기지에서 무장만재 후 이륙하다 불시착하는 사고를 당한 이후, 일반 고등훈련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정부도 유감표명
영국제 호크기는 저고도에서 F-16에 버금가는 우수한 기동성능을 자랑한다. 호크는 30mm기관포를 장착하고, AIM-9 사이드와인더, 로켓포, 자유낙하폭탄(범용폭탄) 등을 탑재할 수 있다.
도입 초기, 호크기는 미국과 다른 시스템체계의 기체라서 운용미숙에 따라 가동률이 높지 않았지만, 창정비 시설을 갖추고 시뮬레이터를 보유하는 등 지원시스템을 구축한 이후에는 완전한 운용능력을 획득하여 높은 가동률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도 우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 영국 정부는 자국의 항공산업을 대표하는 항공기 중 하나인 호크기를 조기에 도태시키려는 한국 공군의 계획에 유감을 표시하며 국가간의 국방산업, 기술 교류에 지장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조만간 영국 정부는 한국 국방부에 유감표명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한국 공군이 보유한 호크기는 제작단계에서 기수전방에 레이저 거리측정기와 전방감시적외선 시스템을 장착할 수 있도록 여유 공간을 갖고 만들어져 해당 장비를 설치할 경우 전천후 경공격기로 임무수행이 가능해 진다.
호크 훈련기는 도입 당시 KF-16 전투기 교육과정용으로 운용하려고 했으며, 현재 T-50이 도입되면서 임무가 중복되어 지원기 과정 양성용으로 운용되고 있다.
공군이 ‘쌩쌩한’ 경공격기를, 그것도 1900억원이 넘는 달러를 내던지며 도태시키려는 속셈은 무엇일까. 현재 공군은 전술항공통제사령부를 창설을 준비중으로, 이 부대의 운용기체는 현재 성남의 KA-1 저속통제기 1개대대에 추가해 무장탑재능력을 향상시킨 개량형 공격기를 도입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고등훈련기 개발사업을 추진, 2006년 T-50의 인수를 시작해 2008년 인수를 마쳤으며, T-50으로 편성된 고등훈련기 부대를 창설해 이미 교육생 훈련에 들어갔다. 2차 사업도 2009년 10월이면 종료된다.
공군은 국산 T-50 고등훈련기와 호크 경공격기가 임무가 중복되자 고민에 빠진 것이다. T-50 이 도입되어 배치된 이후 호크Mk67(T-59)은 전투기 고등훈련과정에서 배제되어 지원기훈련과정으로 돌려졌고, T-50도입이 완료된 이후에는 훈련기 과정에서 빠져 예비기 상태로 남아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호크기가 전투능력이 있으니 원주로 보내 서해안 방어용도로 사용하자”고 했다고 한다. 실제 공군은 호크기를 주로 훈련용으로 사용하여 왔지만, 대지상공격기나 전선통제기와 같은 전술기로의 전용이 가능하므로 유사시 여전히 공격기로서의 임무를 수행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호크기의 교관조종사 등은 대지공격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갑자기 작년 10월, 전작권 전환후 전술항공통제사령부를 창설하기 위해 호크기를 도태시키고 T-50으로 전면 바꾸기로 했다는 것이다.
성남공항에서 KA-1 대대가 빠지면서 발생하는 공백을 훨씬 나은 성능을 보유한 호크기로 대체하는 것이 최선책일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군의 반대를 무릅쓰고 잠실롯데 초고층빌딩 허가를 해준 것에 대한 설득논리라는 생각이다.
지금부터라도 공군의 호크기는 TA/FA-50이 도입•완료될 때까지 경공격기 전용으로 부대운영을 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호크기는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면서 현용 훈련기와 경공격기로 운용되고 있다.
예산이 부족하고 국가경제규모가 작은 나라라면 한국공군이 보유한 호크기 수준의 기체라면 레이저거리측정기와 FLIR를 채용하는 개량을 실시하여 오랫동안 지상지원 공격기로서 활용하려 할 것이다.
베스트셀러기 호크를 버리고 국산 T-50으로 대체하기 위해 아까운 전력을 버리는 것은 경솔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