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진=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대선후보 중 한 명으로 요리연구가 백종원씨를 언급해 화제다. 백종원씨를 ‘심각하게’ 후보군으로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그만큼 참신한 인물이 대선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그럼에도 그간 보수 야권에서 보기 힘든 파격적인 발언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발언은 짧고 간결하다. 그래서 청자(聽者)의 귀에 잘 들린다는 특징이 있다. 원론적인 수사(修辭)가 아닌 구체적으로 요점을 딱 지목해 ‘명료하고 선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총선 이후 정치권에서 뒷전으로 밀린 미래통합당이지만, '김종인식 화법(話法)'만은 늘 그렇듯이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김종인식 화법'은 지난 총선에서도 제법 힘을 발휘했다. “민주당이나 북한이나 비슷” “조국 살릴 거냐, 경제 살릴 거냐”가 대표적인 예다. 언론은 원론에 치중하는 황교안 대표의 발언보다 김종인 당시 총괄선대위원장의 발언에 더 비중을 뒀다.
김종인 위원장은 “나는 추호도 ~할 생각이 없다”는 말을 자주 쓴다. ‘추호 노인’이란 별명도 그래서 붙은 것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식의 화법은 ‘사심 없이 일한다’는 느낌을 준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傳言)이다.
정치인들 대다수가 앞뒤 재가며 말하지만, 김종인 위원장은 그런 식의 ‘잔머리 굴리기’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얘기다. ‘창조적 파괴’ 운운하며 ‘보수를 허물자’는 취지의 발언 역시 그가 아니면 하기 힘든 말이었다.
김종인 위원장은 구체적인 담론도 제시하고 있다. '기본소득'이 대표적인 예다. 구체적인 재원(財源) 조달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지만, 진보만의 이슈인 복지 현안을 본격 거론했다는 점에서 나름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사회문제로 대두된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어린이들을 보호할만한 시설이 부족해서 국가가 아직 학대 어린이를 데려다 보호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어린이를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일까.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출범 20여 일 만에 소폭 상승했다.
《문화일보》는 리얼미터와 YTN 의뢰로 지난 15∼19일 전국 성인 2509명을 상대로 진행한 6월 3주차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에 대해 보도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도층의 통합당 지지율은 31.5%로 나타났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 당일(1일) 발표한 5월 4주차 조사 당시 중도층의 통합당 지지율(24.5%)과 비교하면 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보수층 지지율은 54.8%에서 54.5%로, 진보층 지지율은 9.4%에서 9.1%로 각각 정체하거나 소폭 하락했다. 전체 지지율은 26.3%에서 29.1%로 2.8%포인트 상승했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 이후 3주간 통합당 지지율은 소폭이나마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통합당 정통 지지층인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지역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PK 지역의 지지율은 29.3%에서 37.5%로 상승했고, TK 지역의 지지율은 40.4%에서 46.5%로 올랐다. 수도권도 서울이 27.9%에서 29.1%, 경기·인천은 22.6%에서 26.4%로 각각 상승했다. 연령별로는 20∼50대에서 약 4%포인트씩 상승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종인 비대위가 당장 성과를 내고 있지는 않지만, 기본소득과 같은 진보적 어젠다에도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다는 열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 대해 중도층 유권자들이 기대감을 갖고 통합당을 재평가하면서 지지율이 올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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