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도 달라진 설훈 의원의 ‘윤석열관(觀)’ : 월간조선

“내가 윤석열 총장이었다면 벌써 물러났다”며 사실상 윤석열 검찰총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엔 윤석열 총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었다.

설훈 의원은 지난해 6월 19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했었다. 당시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됐을 시기다. 이 방송에서 설훈 의원은 윤석열 지검장의 총장 후보 지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의미를 부여했다.

“사안이 있으면 사안이 어떻게 하든 그게 바로 잡을 사안이라면 꼭 바로 잡겠다. 이런 취지이기 때문에 총장 후보로서는 아마 많은 국민들이 윤석열이 해야 된다 이런 생각을 했을 거예요.” (발언 출처: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녹취록)

설훈 의원은 박근혜 정권 시절,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이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좌천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설 의원은 “그 당시 정부 여당(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기자 주)은 넘어가길 바라고 모른 척하고 있었는데 검찰 측이 유일하게 윤석열 당시 검사가 나와서 '이거는 아니다. 척결해야 된다' 이렇게 나오다가 바로 권력에 대항하는 모양새가 나오니까 좌천되지 않았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걸 보는 국민들은 윤석열이 옳은 일을 하고 있는데 권력에게 부당한 짓을 하고 있다. 이렇게 평가하고 있는 거거든요”라며 “우리 정부(문재인 정부-기자 주) 들어가서 국민의 뜻에 따라서 윤석열 검사가 제대로 할 수 있는 위치에다 갖다 놓은 거죠”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총장이 박근혜 정권에서는 고초를 겪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그런 윤 총장을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위치(검찰총장직)에 앉혔다는 의미로 읽힌다.

설 의원은 또 “아마 우리가 잘못하면 윤석열 총장 후보는 아마 우리한테도 칼을 들 수 있는 사람일 거라고 봅니다”라며 “우리가 잘못한다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죠. 그런데 그걸 제대로 하는 사람을 코드에 맞다, 어쨌다 이런 이야기는 그분들의 일방적인 생각”이라는 말도 했다.

사회자가 “검경(檢警) 수사권 조정안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검찰의 저항을 무력화시키는 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발탁인사다. 이런 주장 어떻게 보세요”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설 의원은 “그 주장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박근혜 정부 때부터 권력이 있었던 그들의 잘못을 파헤치려는 사람에 대한 저항이죠. 그렇게 봐야 되고 어쨌든 지금 윤석열 총장 후보자는 불의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맞서겠다. 이 입장은 확실히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검찰개혁과 관련해 설 의원은 “그걸 제대로 해내야 제대로 된 총장이라는 평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훈 의원은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같은 해 7월 12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자리에서도 윤석열 총장에 대해 호평했다.

이날 방송은 윤석열 총장과 그의 절친한 후배 윤대진 검사의 형과 관련한 의혹을 다뤘다. 그 직전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윤 총장이 윤대진 검사 형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취지의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바람에 윤 총장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위증 논란이 불거졌었다. 이에 대해 설훈 의원은 윤 총장을 옹호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해당 방송의 녹취록 중 일부다.

“윤석열 후보자가 강직함, 또 불의에 대한 정의감, 이런 건 국민들이 이해를 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정확하다. 말씀대로 돈이나 권력에 굴할 사람 아니다. 이런 이미지를 확실하게 국민에게 줬는데, 그게 사실일 거라 봅니다. 이번 사건도 본인이 사실 안 했는데 후배(윤대진-기자 주)를 보호하기 위해서 기자와 사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했다, 내가 한 거다. 이렇게 자기가 덮어쓴 거거든요.” (발언 출처: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녹취록)

설훈 의원은 또 “보호하려고 자기가 덮어쓴 거기 때문에 이걸 내용을 보면 물론 형식은 거짓말 한 게 됐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자기가 안 한 건 틀림없는 사실이고. 후배를 보호하기 위해서, 참 아끼고 유능한 후배를 보호하기 위해서 나왔던 점에서 보면 그건 참 대단한 인물이다. 이런 생각이 들긴 들어요”라고 했다.

다만 설 의원은 “7년 전 일이기 때문에 잘 기억이 안 날 수는 있지만 그러더라도 이게 기억이 안 나기는 힘들 거라 봅니다. 그럼 사과를 했어야 마땅하다고 봅니다”라며 윤 총장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라도 지금 당장 할 상황이 안 된다면 사과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설훈 의원이 윤 총장의 자진 사퇴를 종용한 사실이 알려지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설훈 의원은 윤석열 총장 임명 시 '돈이나 권력에 굴할 사람이 아니다. 총장으로서 적임자'라고 했다. 그러던 분이 이제는 스스로 물러나란다"며 설 의원을 비판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설훈 씨 그렇게 윤 총장을 내치고 싶으면 정직하게 대통령에게 그를 내치라고 요구하라. 그리고 대통령에게 그에 따른 정치적 후과에 대한 책임을 당당히 지라고 주문하라"면서 "그럴 게 아니라면 궁시렁대지 말고 그냥 입 다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