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SBS 방송화면 캡쳐
경남 창녕에서 심한 가정학대를 받은 9세 여아를 구해준 여성 인터뷰가 네티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아이는 당시 달군 프라이팬에 손끝을 지져 지문이 거의 없고 두 눈은 멍으로 시커멓게 변한 상태였다. 아이는 베란다 창틀을 타고 옆집으로 탈출해 길거리로 나섰지만 갈 곳 없이 헤매던 중 송모씨에게 발견됐다.
SBS는 지난 10일 송모씨를 만난 인터뷰 풀버전을 유튜브(SBS뉴스)를 통해 제공했다. 이 영상은 온라인커뮤니티와 맘카페 등을 통해 퍼지면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3분 분량의 이 영상에서 두 아이의 엄마인 송씨는 그날 차를 타고 지나가던 중 멍든 얼굴에 맨발로 지나가던 아이를 보고 '누가 봐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해 차를 멈추고 아이에게 다가갔다고 했다.
"제가 다가가자 아이는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냥 슈퍼 가려고 나왔어요'라고 했는데 괜찮은 모습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저는 어른이고 부모이고 하니 한 번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송씨는 아이를 차에 태웠다. 차 안에서 아이는 처음에는 괜찮다는 말을 계속 하다 송씨의 설득에 부모가 동생들의 잘못에도 자신을 때린다는 이야기, 먹을 것과 물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등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부모가 쇠사슬로 묶어놓기도 했고, 욕조에 물을 받고 물속에 집어넣어 숨을 쉴 수 없도록 해 괴로웠다는 얘기도 했다.
송씨는 아이에게 계속 말을 걸다 '배가 고프다'는 아이의 말에 편의점으로 가 도시락 등 먹을 것을 고르게 했다. 편의점 직원 역시 아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고 약과 밴드 등을 가져왔다. 송씨는 경찰에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했다.
"손끝을 다친 상태에서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여주려고 하는데 너무 아프다는 거에요. 그 얘기는 경찰에서 안 한 것 같은데... 아빠가 '가족이 될 기회를 주겠다'며 가족이 되려면 지문을 없애야 된다고 뜨겁게 달궈진 프라이팬에 지졌다고 해요."
송씨는 편의점에서 간단한 치료 후 아이를 경찰서에 데리고 가서 신고 후 여경(女警)이 올 때까지 같이 있었다. "남자경찰 한 분만 계셔서 같이 있었어요. 여자아이다보니 폭행 흔적 같은걸 제가 옷을 들춰 봤죠. 등쪽에도 맞은 흔적이 옷 위로 보일 정도였어요."
그는 아이가 경찰서에서 "아빠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라고 하는데 마음이 아팠다며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네티즌들은 이 영상에 "훌륭한 시민에 감사드린다", "이 분 아니었으면 어떤 일이 생겼을지 끔찍하다". "진정한 영웅"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경남 창녕경찰서는 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 계부(35)에 13일 체포영장을 발부해 조사를 마쳤고, 14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경찰은 학대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친모(27)에 대해서도 조사를 할 계획이다. 친모는 조현병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입원중이다.
아이는 발견 후 병원에서 2주간의 치료를 마치고 지난 11일 오후 퇴원했다. 이후 경남도아동보호기관에 인계돼 비공개시설인 학대피해아동쉼터에서 머물고 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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