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훈 탄생 100주년 행사 무산 위기...남양주市 예산 삭감 : 월간조선

남양주 문인협회 등이 주최한 조지훈 문학제 모습이다. 올해 10회째를 맞았지만 행사 무산이 우려된다.

올해 남양주시 소재 조지훈 시인의 만년유택이 있는 마석역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조지훈 시인 탄생 100주년 행사(제10회 조지훈 문학제)가 무산위기에 직면했다.

이 행사는 지난 10년 동안 남양주 문인협회(지부장 한정희)와 조지훈문학제운영위원회가 시의 지원과 때로는 경기도의 지원, 그리고 자체 모금으로 진행하여 왔었다.

그동안 마석역 앞에 조지훈 시비를 세우고 조지훈 문학상을 제정하는 한편 심포지엄 개최와 문학신문, 남양주문학지 발간 등을 통해 시인의 정신을 널리 알려왔다.

특히 올해는 조지훈 시인 탄생 100주년으로 보다 다채롭고 풍성한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었으나 남양주시가 40% 이상의 예산을 삭감(600만원 배정)해 행사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코로나 여파에도 남양주시립합창단 예산에는 무려 3억 300만원이 증액되었다고 한다.

조지훈 흉상

남양주예총 관계자는 “이렇게 일률적으로 삭감할 거면 심사는 무엇하러 했느냐는 볼멘소리가 예총의 지부장단 회의에서도 터져나왔다”고 말했다.

한국문인협회와 유족과 함께 행사를 준비해온 주최 측은 “단순한 예산 삭감이 아니라 남양주시의 관심과 의지부족임을 확인하고 절망한다”며 “편중된 문화예술예산이 바로잡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남양주시는 “코로나 19로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가 어려운 만큼 금년에는 이정표 및 안내판 설치 등 묘역 정비에 힘쓸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묘역이 포함된 화도읍 마석우리 222-1번지 일원을 공원으로 조성해 남양주의 품격 높은 지역 명소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또 “심사에 공정을 기하고자 외부 전문가 4인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했다”고 덧붙였다.

☞ 조지훈 시인은 누구인가

조지훈 시인의 본명은 동탁으로 1920년 12월 3일 경북 영양에서 태어났다. 소월과 영랑을 거쳐 서정주와 유치환을 이은 우리나라 서정시를 완성한 박목월, 박두진과 함께 청록파 시인이다.

지훈은 약관 19세의 나이에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장》을 통해 1939년 등단했다. 데뷔 작품인 ‘고풍의상’, ‘승무’, ‘봉황수’ 등은 출세작이자 대표작이 됐다.
이어 발표된 시들은 전통적인 운율과 선(禪)의 미학을 매우 현대적인 방법으로 결합한 것이 조지훈 시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 조지훈과 남양주시의 인연...그리고 조지훈 문학제의 탄생

시인으로 학자로, 교수로 평생을 바친 지훈은 1968년 5월 17일 49세로 일기를 마쳤다. 그와 남양주시와의 인연은 엄한 유학자의 집안에서 그를 온화하고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어머니의 무덤으로 시작되었다. 마석역 뒤편 언덕 위다. 시인은 평소 “내 죽으면 어머니 곁으로 보내 달라”고 했고, 그 유지를 받들어 남양주로 온 것이다.

보통 한 고장의 인물을 평할 때 태어나 탯줄을 묻은 생거(生居), 거쳐 지나가며 업적을 남겼으면 우거(寓居), 죽어 묻혔으면 사거(死居)라 하여 삶의 궤적에 따라 고장의 인물로 선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