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된 이듬해인 1980년 차기 총선(1981년 11대 총선)에 출마하길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첩보가 기록된 미국 국무부의 외교문서가 40년 만에 기밀 해제돼 15일 공개됐다. 이런 사실이 미 공식 문서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이번 미 국무부 문서는 작년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을 위해 한국 외교부가 요청하면서 이번에 공개된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에 군인이 광주에서 시위대를 향해 발포 명령을 내렸다거나 그런 책임자가 있다는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서에는 ‘12·12사태’ 두 달 뒤로 당시 군 보안사령관이자 ‘실권자’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스물여덟 박근혜’의 총선 출마를 지지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런 증언이 드러난 것 또한 처음이다.

1980년 2월에 작성된 미 국무부 문서는 “암살된 대통령의 딸에 갑작스러운(rash) 야심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정을 잘 아는 민주공화당(DRP) 국회의원’에 따르면 박근혜가 다음 총선에 자신의 아버지 고향이 포함된 지역구에 출마하길 바란다(wish)”고 전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경호 근무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 일가와 친해졌던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이런 상황을 알고) 박근혜에게 출마를 강력히 권고(urge)했다”고 전했다. 문서는 또 “민주공화당 지도부가 박근혜의 출마가 박정희 시대를 주요 선거 이슈로 만들어 당내 분열을 일으키고 제3당 창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김종필이 박근혜가 출마하지 않도록 설득하려고 할 수도 있지만, 그가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11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았다. 이 시기 박 전 대통령은 영남대 이사장으로 취임했지만, 재학생들의 반발 등으로 7개월 만에 물러났다.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나날이 만족스러웠다. 정치를 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종종 받았지만, 단호히 거절했다"고 썼다.

박 전 대통령은 은 1998년 4월 대구 달성에서 있었던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가 처음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건 1997년 12월로, 당시 대통령 후보인 이회창 총재의 지지를 선언하며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부터다.

당시 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에 성공한 김대중 대통령(DJ)은 야심 차게 동진(東進) 정책을 추진했다. DJ의 국민회의는 보수의 본향에 진보의 깃발을 꽂기 위해 안기부 기조실장 출신인 엄삼탁씨를 내세웠다. 이에 이회창 총재가 이끌던 한나라당은 ‘거물 엄삼탁을 꺾을 수 있는 대항마로 박 전 대통령을 내세웠고, 진보의 동진을 막는 데 성공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