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을 앞두고, 여성계 인사 130명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여성 대통령을 말할 자격이 없다"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가 20년 넘게 계속되는 동안 박 후보는 누구와 함께 있었나. 60% 가까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문제에 작은 관심이라도 보인 적이 있느냐. 15년 넘게 국회의원을 하면서 여성 권익을 위한 법안을 단 1건이라도 대표 발의한 적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130명 중에는 위안부 할머니를 이용해 받은 성금을 유용했다는 의심을 받는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자( 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의 전신>)의 이름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썼다. 각국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 참석할 때면 그들에게 일본의 만행과 아베 총리의 뻔뻔함을 알리는 데 열중했다.

일본 군 성노예 피해 본 분들이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데, 일본을 이끄는 아베 총리는 사과도 안 하는 무책임한 철면피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는 게 당시 박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핵심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타국의 정상들이 아베 총리에게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해 들을 말을 물으면서 "일본 군 성노예 관련해서는 당연히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아베 총리는 '일본 군 성노예 표현'과 관련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타결된 게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죄' 등을 핵심으로 한 협상 합의문이었다.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정부 예산으로 10억엔(약 1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완벽한 합의는 아니었다. 한국 정부는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인 해결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등 세 가지를 약속했다. 국내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러나 거기에는 '일본 측의 성실한 합의 이행'이라는 전제가 분명히 붙어 있었다.

위안부 합의 당시 지금의 대통령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일 위안부 합의 사항인 ‘10억엔 규모의 지원금’에 대해 "정부가 10억엔에 우리 혼(魂)을 팔아넘긴 것이다. 10억엔에 할머니들을 팔아넘길 수 없다”며 재단 설립 자금 100억원 국민모금운동을 제안했다.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시사했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들이 할머니들을 팔아넘겼다는 10억엔. 박근혜 정부는 합의 전 위안부 할머니들과 보상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가장 바라는 건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와 그에 합당한 배상이었다. "죽을 날도 별로 남지 않았는데, 일본의 사과를 받고 그에 걸맞는 배상을 받아서 가난하게 사는 자신의 식구들은 조금이라도 숨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바람이자 사실상의 유지였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때 10억엔이 일본서 들어오는 걸 윤미향 (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만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외교부 주변에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자가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외교부로부터 미리 설명을 듣고도, 피해자들에게 그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고 했었다.

당시 협상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전직 고위 당국자는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발표했는데 그 전에 상당 시간을 두고 협상을 담당했던 외교부 국장이 윤 당선자에게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며 "윤 당선자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고 그런 반응도 기록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와 그를 공천한 정부·여당, 10억원으로 할머니들을 팔아 넘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문재인 대통령. 과연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적폐'라고 손가락질할 자격이 있을까.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