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회부 법조 기자들이 5월 7일 보도본부 통합뉴스룸 사회재난주간으로 영전한 이영섭 전 사회부장에 대한 인사에 집단 반발, 김종명 보도본부장 및 엄경철 보도국장에게 입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이 반발한 이유는 이영섭 신임 사회주간이 법조팀 기자의 취재 보고 내용을 뉴스타파 기자에게 카톡으로 유출했다는 이유에서다. 뉴스타파 기자에게 넘어간 보고 내용은 뉴스타파가 지난달 4월 9일 “조선일보의 ‘윤석열 아내 구하기’… 사실관계 틀렸다”는 매체 비평 기사에 ‘뉴스타파가 최근 입수한 한 언론사 검찰 출입기자의 3월 초 정보 보고 내용’이라면서 인용되었다. "대검 관계자, '뉴스타파는 이00한테 10억원으로 도이치 주식 매수하게 일임한 사람이 사모(김건희)라고 보도했는데,돈 맡긴 사람은 권00이다. 주어가 잘못됐다"이라는 대목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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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섭 전 KBS 사회부장이 뉴스타파에 유출한 법조기자들의 보고 내용은 조선일보 기사를 반박하는데 인용됐다. |
KBS 법조기자들의 성명에 의하면, 이영섭 신임 사회주간은 법조팀 기자의 취재 보고 일부분을 뉴스타파 기자에게 카톡으로 그대로 전송했고, 그 보고가 인용된 것으로 보이는 뉴스타파 기사가 보도된 뒤에야 그 사실을 밝혔다고 한다. KBS 기자들은 이에 대해 보도국장 및 보도본부장에게 문제 제기를 했고, 본부장은 사회부장을 불러 경고문을 읽는 ‘이례적인 경고 조치’를 하는 한편 기협 보도위원회에서 "(이영섭 부장이 한 일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이번 일이 작용돼 부서장 평가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 7일 인사에서 이영섭 사회부장이 사회주간으로 승진하자 KBS 법조기자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KBS 법조기자들은 “6개월 일한 사회부장을 이례적으로 주간으로 영전시켰다”면서 “그동안 본부장과 국장이 밝혔던 입장은 다 무엇이었습니까? 본인 입으로도 이번 일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한 이영섭 부장이 KBS의 사회부 뉴스를 총괄하는 사회주간의 적임자라고 하면 어느 누가 수긍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사람을 사회주간으로 발령한 기준은 무엇입니까?”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어렵게 일하고 있는 법조팀 기자의 보고를 타사 기자에게 복사·붙여넣기 방식으로 보낸 부장의 행위는 지난 한달 내내 끊임없이 고민해봤지만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매우 부적절한’ 일을 하고 후속 조치에 대한 노력도 없었던 부장을 사회부 뉴스를 총괄하는 주간으로 승격시킨 것은, 평기자들의 문제제기에 귀를 닫겠다는 수뇌부의 선언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KBS 법조기자들은 본부장에게 이영섭 전 부장을 사회주간으로 영전시킨 인사를 단행한 이유를 설명하고 이번 보고 유출 사건에 대해 보도국 구성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KBS 법조기자들의 성명]
우리는 이번 주간 인사가 부끄럽고 참담합니다.
이영섭 신임 사회주간은 법조팀 기자의 취재 보고 일부분을 뉴스타파 기자에게 카톡으로 그대로 전송했고, 그 보고가 인용된 것으로 보이는 뉴스타파 기사가 보도된 뒤에야 그 사실을 밝혔습니다. (기사 링크: https://newstapa.org/article/JHn8o)
당시 사회부장이었던 이영섭 주간은 '사안을 잘 아는 뉴스타파 기자에게 취재를 하려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예민한 기사가 쏟아지는 법조팀에서 어느 누구도 보고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취재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미 우리의 내부 취재물은 뉴스타파의 오보 논란을 해명하는 반박 기사에 이용됐습니다.
부장과의 신뢰는 깨졌고 함께 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국장과 본부장에게 의견을 전달했고, 기다렸습니다.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두 분의 말씀을 믿었습니다. 본부장이 사회부장을 불러 경고문을 읽은, 본부장 말에 따르면 "이례적인 경고" 조치 이후, 4월 27일 기협 보도위원회에서 "(이영섭 부장이 한 일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이번 일이 작용돼 부서장 평가를 하지 않겠느냐"고 한 말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충격이었습니다. 6개월 일한 사회부장을 이례적으로 주간으로 영전시켰습니다. 그동안 본부장과 국장이 밝혔던 입장은 다 무엇이었습니까? 본인 입으로도 이번 일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한 이영섭 부장이 KBS의 사회부 뉴스를 총괄하는 사회주간의 적임자라고 하면 어느 누가 수긍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사람을 사회주간으로 발령한 기준은 무엇입니까?
이번 사안을 둘러싸고 보여준 수뇌부의 행태는 무책임하고 무능력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공개적으로 문제 삼지 않았던 건 취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와 KBS 조직 전체에 큰 오명으로 남을 수 있다는 고심 때문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법조팀은 살얼음판을 걷듯 어렵게 일해 왔습니다. 출입처에선 "KBS는 정권편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고, "검찰과 내통한다"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까지 감내해야 했습니다. 사실만 보도해도 정치적으로 공격받고 악용되어온 상황에서 법조팀원 모두 최선을 다해 묵묵히 일해 왔습니다. 부장도 법조 보도에 부담과 고민을 가졌을 것이고, 데스킹 과정에서 몇 차례의 갈등은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렵게 일하고 있는 법조팀 기자의 보고를 타사 기자에게 복사·붙여넣기 방식으로 보낸 부장의 행위는 지난 한달 내내 끊임없이 고민해봤지만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본부장 경고 이후에 부장이 보인 태도도 실망스러웠습니다. 본부장은 후배들에 대한 사과, 재발방지 및 신뢰와 소통 노력을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부장은 팀장을 통해 카카오톡 메시지로 법조팀원에게 사과했을 뿐, 신뢰와 소통을 회복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매우 부적절한" 일을 하고 후속 조치에 대한 노력도 없었던 부장을 사회부 뉴스를 총괄하는 주간으로 승격시킨 것은, 평기자들의 문제제기에 귀를 닫겠다는 수뇌부의 선언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인사는 능력주의는 고사하고 당연히 지켜져야 할 책임의 원칙에도 어긋납니다. 국장, 본부장의 미흡한 판단력과 보도국 전체에 만연한 안일한 분위기가 빚어낸 일입니다.
본부장과 국장은 이영섭 전 부장을 사회주간으로 영전시킨 인사를 단행한 이유를 설명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번 보고 유출 사건에 대해 보도국 구성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혀 주십시오.
2020년 5월 7일
사회부 법조팀 김지숙 김수연 김채린 이지윤 방준원 최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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