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지 그레이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4월 26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의 건강상태에 대해 "그가 사망했거나 무능력한 상태라고 거의 믿는다"고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이다. 김정은이 20일째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외신에선 김평일, 김여정 등 북한의 후계구도까지 언급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주영 북한 공사 출신의 탈북민인 미래통합당 태영호 당선인은 "(김정은 여동생인) 김여정 체제로 가겠지만, 현 체제를 떠받드는 60·70대 세력의 눈에 김여정은 완전히 애송이"라며 "다른 옵션으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김평일의 존재"라고 했다.

김여정이 유력한 후계자이지만 나이가 어린 만큼, 같은 백두혈통이면서도 김일성의 후계자로 거론됐던 김평일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김평일은 김일성의 두 번째 부인 김성애의 장남으로, 김정일의 이복동생이다. 김일성을 빼닮은 외모와 타고난 보스 기질을 앞세워 남산고등중학교 시절부터 '김일성 후계자'로 꼽혔지만 1970년대 김정일과의 후계 경쟁에서 탈락하며 '곁가지' 신세가 됐다.

권력을 승계한 김정일은 결국 대규모 숙청을 통해 김평일 추종 세력을 제거했다.

북 권력 투쟁에서 패한 김평일은 1988년 이후 헝가리·불가리아·핀란드·폴란드·체코 대사 등으로 떠돌았다.

1998년 폴란드 주재 대사로 발령 났고, 17년 만인 2015년 1월 체코 주재 대사로 옮겼다. 해외 생활을 하면서도 집중 감시와 견제를 받았다. 2015년 체코로 옮긴 것도 김평일의 위상이 높아질 것을 우려한 김정은의 견제 때문으로 알려졌다.

30년 넘게 명색이 대사였지만 북 외교관들은 그를 만나면 무슨 말을,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어떻게 했는지를 깨알처럼 보고서로 써야 했다. 대화 내용을 빼먹거나 김평일과 가까운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면 바로 숙청당했다.

그런데도 1990년대까지 북한에는 김평일의 추종세력이 존재했다. 1994년 12월에는 평양에서 김정일과 김평일 추종세력 간에 총격전이 벌어져 7~8명의 희생자가 생기기도 했다.

김정은은 2019년 김평일을 북한으로 불러들였다. '백두혈통의 방계'를 곁에 두고 감시하며 미국 등 외부 세력이 김평일을 '자신의 대안'으로 고려하는 상황을 미연에 막겠다는 것이다.

김평일은 김정일 생전엔 거의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다가 김정일 사망 4년 후인 2015년 7월 제43차 대사회의 참석차 평양에 들어가 김정은을 만났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