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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괌 추락 항공기 유가족 대표 Y씨의 씁쓸한 근황

뇌물수수·공갈·도박혐의…腐敗로 얼룩진 末路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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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지난 1997년 8월, 괌에서 대한항공이 추락했다. 229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Y씨는 이때 아버지와 여동생을 잃었다. 유가족 중 가장 처음으로 시신을 한국으로 인도한 그는 당시 유가족 대표(위원장)를 맡았다. 32살의 나이였다.
 
1년 후인 1998년, Y씨는 돌연 구속된다. 대한항공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였다. 검찰에 따르면 Y씨와 몇몇 유가족들은 당시 합동분향소를 대한항공 연수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대한항공 간부에게 3차례에 걸쳐 2억5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보상금과는 별개였다.
 
그의 소식이 다시 들려온 건 2015년이었다. 이번에도 불명예스럽게 뉴스를 장식했다. ‘옥중(獄中) 편의 알선’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이른바 ‘땅콩회항’으로 구속 수감 중이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옥중 편의를 알선하고, 이권을 챙겼다는 혐의였다. 당시 검찰은 “Y씨가 대한항공 관계자에게 ‘교도관 지인 등에게 조 전 부사장의 편의를 부탁하겠다’는 조건으로 그룹사의 수의 계약을 따내는 등 이권을 챙겼다”고 했다. Y씨는 이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 받았다.
 
기자는 최근 의외의 곳에서 그의 근황을 접했다. 현직 경찰관 주모씨의 뇌물 수수 의혹사건을 취재하면서다. 취재 과정에서 고소장을 하나 받아서 읽는데, ‘피고소인’에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Y씨였다. 이 고소장은 그가 1998년 처음 구속되고 2015년 다시 소식을 알리기까지, 17년 간 어떤 삶을 살았는지 짐작케 했다.
 
고소인은 한 분양대행사무소의 대표이사 김모씨다. 김씨는 경찰관 주씨와 Y씨를 같이 고소했다. 고소장은 2017년 12월 제출됐다. 내용은 이렇다.
 
김씨는 당시 각종 사건에 연루돼 경찰조사를 받고 있었다. 어느 날, 알고 지내던 경찰관 주씨가 김씨에게 제안한다. “내 지인인 Y씨에게 미분양 세대를 하나 내어주면, 당신이 연루된 사건을 도와주겠다”고. 간절했던 김씨는 부탁을 들어줬고, 그때부터 Y씨와 인연이 시작됐다.
 
입주 후 Y씨는 김씨에게 또 다른 제안을 한다. “대한항공 면세점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이 건물의 펜트하우스를 빌려줄 수 있느냐”고. 이번에도 김씨는 들어줬다. “임대료는 나중에 수익이 나면 받을 테니, 가스비 등 관리비만 내고 사용하라”고 했다.
 
그런데 Y씨의 말은 거짓이었다. 무상으로 빌린 펜트하우스에서 면세점 사업이 아닌, 인터넷 경마 도박을 했다. 그러면서 당시 동업자인 정모씨에게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2014년의 일이다. 그 이후 ‘옥중 편의 알선’ 사건으로 구속이 되면서, Y씨는 김씨에게 “출소 이후 모든 걸 처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1년 2개월의 수감생활 이후 그는 잠적해버렸고, 미납된 관리비 및 권리문제 등으로 김씨는 Y씨를 끝내 고소했다.
 
Y씨가 경찰 인맥을 이용, 사기를 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2013년에도 지인에게 “경찰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현금 20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당시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 받았다.
 
단장(斷腸)의 슬픔. 30대 초반이었던 1997년, Y씨가 겪었을 감정이다. 올해 그는 55세다. ‘떠올리면 아픈 이름’이 지난 20여 년간, 그에겐 다른 의미로 쓰인 것 같아 씁쓸하다.
 
글=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0.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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