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시스
총선이 끝나자 윤석열 검찰이 다시금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당원 명부 부당 유출 의혹과 관련해 24일 황운하(대전 중)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대전지검 공공수사부(부장 이상현)는 이날 오전 황운하 당선인 선거 사무실로 검사와 수사관을 파견, 서류와 컴퓨터 파일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당선인은 대전 중구 민주당 당내 경선 과정에서 당원 명부를 부당하게 유출해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황운하 당선인은 그간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 등을 두고 검찰과 대립 관계를 이어왔다. 특히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면서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김기현 울산시장을 수사했다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 16일 이상직(전북 전주을) 민주당 당선인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 당선인은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 당원들에게 중복 투표를 유도하는 문자를 보냈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총선 전에도 김영배(서울 성북갑) 민주당 당선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김 당선인은 경선 관련 여론조사를 조작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당선인은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김 당선인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에서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지낸 황운하 당선인까지 포함하면 세 사람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공직을 지냈다.
‘신라젠’과 ‘라임자산운용’ 사건 수사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신라젠 의혹은 신라젠이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의 기대감으로 주가가 고공 행진을 하다 임상 중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폭락할 당시 회사 임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악재 공시 전 보유 지분을 내다 팔고 거액의 손실을 피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신라젠 임원 대부분의 신병을 확보했다. 검찰은 지난 17일 이용한 전 대표이사, 곽병학 전 감사를 구속했다. 지난 21일 서울남부지검은 신라젠 서울 사무소와 문은상 대표이사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파일, 이메일 자료 등을 확보하기도 했다. 신라젠 사무소 압수수색은 지난해 8월에 이어 두 번째다.
검찰은 문 대표가 미국 자(子)회사로부터 임금 명목으로 거액의 부당이득을 취한 의혹도 수사 중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최근 문 대표가 2017년 6월쯤 회사 주요 임직원들에게 “신라젠 미국 자회사로부터 임금을 받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문 대표에 대한 신병 확보에도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 사건은 핵심 피의자인 이종필 라임 전 부사장,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체포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미 서울남부지검은 라임의 뒷배를 봐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전 청와대 행정관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한 바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가 무척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임 사건은 지난해 10월 플루토, 테티스 등의 펀드를 환매중단하면서 불거졌다. 환매 중단은 일종의 파산을 의미하는데 환매 중단된 펀드의 규모는 1조60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향후 피해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지난 2월 금감원의 회계법인 실사(實査) 결과, 라임이 운용했던 펀드는 사실상 원금 전액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사당국은 김봉현 회장이 이종필 전 부사장과 공모해 라임으로부터 자금을 받은 뒤 무자본 인수합병(M&A), 횡령 등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 펀드 설계·운용을 총괄하며 부실자산 매입, 수익률 조작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듯 ‘윤석열 검찰’은 검찰과 대립각을 세워온 황운하 당선인을 비롯해 ‘권력형 비리’로 의심되는 신라젠·라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의 칼날이 모두 여권(與圈)을 향해 있는 모양새다. 여권 일부 인사들은 검찰의 이러한 움직임에 반발하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한 일간지는 “여권에서는 총선 후 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 칼자루를 윤 총장에게 줘서는 안 된다는 말도 꾸준히 제기됐다. 조만간 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를 계기로 윤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일간지도 “'윤석열 검찰총장 퇴진론'이 전면에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당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현안을 두고 검찰과 정부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검찰이 민주당 당선인 수사를 확대하면 당내 반발 기류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