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모저모 19] 표창원 사라진 용인정, 0.1% 차 초박빙 접전 : 월간조선

4.15 총선 경기 용인정(丁)선거구에서는 둘 다 미국 하버드대 출신이면서도 이념성향과 인생행로는 정반대인 미래통합당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초박빙 접전(接戰)을 벌이고 있다. 젊은층의 유입이 많아 전반적으로 민주당에게 유리할 것으로 여겨지던 지역구지만, 여론조사에서는 미래통합당 김범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후보를 0.1% 차이로 앞서고 있다 (경인일보&알리처치, 4월4일~5일, 18세 이상 성인 518명, 95%신뢰도에 표본오차 ±4.3%). 표본오차 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용인정 선거구가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표창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이상일 새누리당 후보를 상대로 51.40% 대 37.75%로 압승을 거두었던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범수 후보의 선전(善戰)은 뜻밖이라고 할 정도다.

서울대 법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나온 이탄희 후보는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이 ‘영입인재 10호’로 영입한 인물. 법원 내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했다. 2017년 법원행정처로 발령받았지만,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 하의 대법원이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고 주장하면서 사직서를 내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원직인 수원지법으로 복귀했다가 2019년 헌법재판소 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법원을 떠났다.

이 후보는 2019년 10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이 만든 법무부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가 불과 3개월 후인 금년 1월 민주당 ‘10호 영입인재’로 민주당으로 들어갔다. 이에 대해 ‘정치판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판사가 정권의 애완견 노릇하다 국회의원 되는 게 ‘평범한 정의’라네요”, “공익 제보를 의원 자리랑 엿 바꿔 먹는 분을 인재라고 영입(했네요)”라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법개혁’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고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중앙선대위 공익제보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냈던 신평 변호사도 “권력에 이용당한다. 그 정도 분별력도 없느냐. 그런 쪽을 겨냥하고 살았던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대단히 실망스럽다”라고 비판했다.

법원 내에서도 비판이 잇따랐다. 정욱도 부장판사는 “법복을 벗자 드러난 몸이 정치인인 이상 그 직전까지는 정치인이 아니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믿어줄 사람은 없다”, 이연진 판사는 “이렇게 법복을 들고 다니며 정치를 하려고 하는 모습은 법원과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송두리째 흔든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탄희 후보는 대단히 심약한 성격으로 일종의 ‘얼굴마담’에 불과했으며 ‘사법농단’ 파문에 앞장서서 나설 정도의 사람이 못 된다”면서 ‘사법농단’ 파문에서 이탄희 후보의 역할이 지나치게 과장되게 알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에 김범수 미래통합당 후보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을 졸업한 후 예일대 국제정책학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대에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던 고(故) 김상철 변호사가 이끌던 탈북난민보호유엔청원본부와 《미래한국》에서 일하면서 북한인권운동 및 《미래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탈북난민보호유엔청원본부를 계승한 세이브NK 대표와 《미래한국》 발행인을 맡아 일하면서 ‘젊은 보수’의 대표주자로 주목받아왔다.

과거 서울 강남권에서 출마를 모색해 왔지만 "표창원을 잡겠다"면서 2019년 1월 용인정 당협위원장을 맡았다. ‘외래인(外來人)’ ‘낙하산’으로 여겨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후 1년여 동안 지역구 현안을 챙기면서 ‘용인의 가치를 강남 수준으로 키우겠다’를 컨셉트로 지역구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해 왔다.

이탄희 후보와 김범수 후보 모두 미국 하버드 대학 등에서 공부한 엘리트들이지만, 현재 선거운동 양상을 보면 김범수 후보가 훨씬 공세적이다. 김 후보는 “용인에 정치판사가 왜 필요하냐?”면서 선거공보에 이탄희 후보를 ‘정권의 애완견’이라고 표현했던 진중권 전 교수의 유인물을 인용해 이 후보를 정면공격했다. 이에 대해 이탄희 후보측에서는 이 선거공보물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이자 후보자 비방이라고 주장하면서 선관위에 이의신청을 했다.

이탄희 후보는 "법관사찰 지시를 거부하고 사표를 제출한 시점은 박근혜 정권 시기로서 이러한 행위를 두고 '정권의 애완견 노릇'이라 표현한 것은 사실관계부터 그르친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범수 후보는 “진중권 전 교수의 비판에 대해 이탄희 후보는 아무런 토도 달지 못하고 ‘표현의 자유’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던 이탄희 후보가 진중권 전 교수의 발언을 단 한 글자도 덧붙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용한 저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닿지 않는 억지”라고 반박했다. 김범수 후보는 “공직선거에 출마하여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후보는 자신에 대한 검증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이탄희 후보는 지금도 용인시 시민단체의 공개질문서에 대한 답변도 거부, 다른 후보들은 모두 참여하는 토론회에도 참석을 거부하며 자신에 대한 검증을 회피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탄희 후보는 4월 8일 열린 후보자 방송토론회에는 참석했다).

*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