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서구 클린로드 설치 사업 관련, 공무원과 특정 업체가 부정 계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은 서울시내 클린로드로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사진=조선DB)
인천 서구청의 돈 5억3000만원이 증발했다. 서구청 공무원 두 명과 특정업체가 당초 공사대금이었던 이 돈을 특정인에게 전달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두 공무원은 현재 업무방해, 업무상배임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경찰은 이 ‘특정인’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서구의 민주당 관계자가 연루됐는지도 수사 중이다.
인천 서구는 지난 해 초 수도권매립지 주변 백석고가도로 일대에 미세먼지 저감장치인 ‘클린로드’ 설치 사업을 추진했다. 실시간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 자동으로 물을 분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업체 선정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서구는 지난 2019년 4월 B업체와 사업 계약을 맺었다. 이 업체는 특허 기술이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특허를 보유한 업체로 둔갑해 설계에 반영됐다. 공사비용지급도 문제였다. 서구가 B업체에 선급금 명목으로 지급한 공사비는 5억3000만원이다. 선급금이 지급된 이후에도 공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이의상 서구 의원은 “착공계 제출 후, 5억3000만원 선급금을 받고도 공사는 시작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던 중 서구청은 갑자기 7월 2일 시공업체에 공사중지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공사가 중단되면 지급된 선급금을 회수해하지만 구청은 이를 회수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 의원은 “공사계약서, 선금지급 검토서, 선금지급 조건 승낙서, 각서 등 모든 서류에도 언제라도 서구청에서 업체에 선급금 반환 요구를 하면 해당 업체는 지체 없이 반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수사가 시작된 이후, 해당업체에서 세 차례에 걸쳐 (서구청에) 선급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구의회는 이에 지난 2019년 9월 서구의회조사특위를 꾸렸다. 이후 경찰도 가세했다. 6개월여 조사 결과, 서구청 소속 공무원 두 명이 공사업체와 공모(共謀)한 정황이 드러났다.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에 따르면 현재 이들은 업무방해, 업무상배임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경찰 조서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2019년 4월 5일, 인천서구청 사무실에서 B사(社)의 공법을 염두에 두고 제안 참여 의사나 동의 없이 R사(社)의 특허공법을 자문위원회의 상대평가공법으로 참여시켜 B사 공법이 유리하게 평가되도록 도로살수시설공법검토자료를 작성한 다음, 이러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채 평가위원이 참여한 신기술, 특허공법 선정 자문위원회에 제출하고 평가 절차를 진행하도록 해 위계로서 클린로드조성사업 신기술, 특허공법 선정 자문위원회의 공정한 평가업무를 방해했다(업무방해)”는 혐의를 받고 있다.
조서는 또한 “2019년 6월 18일 위와 같은 장소에서 공사지연 또는 중지가 불가피해 당장의 공사착공이 불가능함에 따라 재착공 확정시까지 사업부서 담당공무원으로서 선금지급을 지연하게 함으로써 인천서구청의 재산을 보전할 임무가 있음에도 그 임무에 위배해 선금 5억3579만1000원을 지급케 함으로써 동액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업무상 배임)”고 기술하고 있다.
조사특위 관계자는 3일 “경찰은 이 과정에서 서구 지역의 민주당 관계자가 연루됐는지도 수사 중”이라면서 “구청 공무원들이 당시 민주당 서구을 국회의원 지역 사무실을 방문해 클린로드 공사 위치 변경 등 관련 내용을 의논한 증거 자료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글=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