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당 비례대표공천도 우파 후보들 외면하려나? : 월간조선

4‧15총선을 앞두고 여야 주요 정당의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비례대표 공천이다.

당초 보수우파세력은 미래통합당 공천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좌파세력의 농간으로 인해 박근혜 탄핵이라는 비상상황이 벌어졌고, 지난 2년간 좌파세력의 실정(失政)과 허위, 무능이 드러난 만큼, 이번 총선은 이념전쟁이 될 것이고, 그렇다면 우파 투사들이 많이 공천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리는 순간부터 무너지고 말았다. 우파진영에서 추천한 인사들이 모조리 공천관리위원에서 탈락한 대신, 자기가 몸담았던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을 향해 “좀비정당”운운 했던 김세연 의원 같은 사람은 삼고초려(三顧草廬)해서 모셔갔기 때문이다. 결국 김세연 의원 같은 이들이 주장해서 ‘문빠’ 김미균씨 같은 사람을 서울 강남병에 공천하는 ‘공천참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문제는 이런 ‘공천참사’가 비례대표 공천에서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우파진영 인사들은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정당) 비례대표 공천관리위원들이 과연 게이트 키퍼(gate keeper)역할을 제대로 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공천관리 위원들이 전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도대체 어디서 뭘 하던 사람들이냐”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누가 그동안 우파진영에서 고생해 온 사람들인지, 누가 ‘무늬만 우파’인지, 누가 좌파경력을 감추고 우파행세를 하면서 공천을 따내려고 하는지 등을 변별(辨別)할 능력을 가진 사람이 공천관리위원회 내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미래한국당에 공천을 신청한 사람은 530여명이 넘는다. 비공개로 신청한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 가운데는 정말 괜찮은 인물들이 적지 않다. 북한인권운동이나 탈북자 지원운동에 헌신해 온 사람, 문화‧예술 영역에서 좌파와 싸워 온 사람, 안보전문가, 젊은 자유주의 활동가 등등…. 눈을 크게 뜨고 보면 보이는데, 공천관리위원들이 이들을 제대로 가려낼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을 걱정해야 할 판국이다.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선정을 앞두고 우파진영에서는 많은 주문들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비례대표공천에서라도 이념적으로 확고한 우파인사, 특히 그동안 좌파와 실제로 싸워본 이력이 있는 이들을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그 롤모델로 거론되는 사람이 전희경 의원이다. 자유기업원 사무총장을 하다가 갓 마흔을 넘긴 나이에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간 전 의원은 지난 4년간 당내 그 누구보다도 당차게 좌파세력과 싸워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사람들이 이번 비례대표에서 많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좌파문화권력과 싸울 수 있는 투사가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사실 지금 대한민국 우파세력이 좌파세력에게 정권을 빼앗기고 이 지경으로 추락한 데에는 ‘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게 큰 원인이었다. “문화계 인사들 영입한답시고 관료화한 문화단체의 장(長)이나 문화예술계 명사(名士)들을 모시는 것으로는 안 되고, 좌파문화권력과 싸워본 사람을 세워야 한다”는 요구들이 있다.

“북한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낼 사람이 국회에 꼭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과거에는 국회 내에 김문수, 박선영 의원 같은 이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사람이 전혀 없다. 때문에 바깥에서 아무리 북한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봐야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비례대표 공천은 정당이 국민들에게 주는 메시지이다. “우리 당은 이런 사람들 써서 이런 정책을 펴겠다, 이런 세상을 만들겠다”고 하는….

이런 메시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2012년 제19대 총선 당시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이었다. 당시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는 모두 21명이었는데, 전태일의 여동생 전순옥씨로 시작해서 임수경씨로 끝났다. 은수미,진선미,김용익,남윤인순,김광진, 김기식, 도종환, 최민희 등 좌파운동권의 출출맹장들이 가득했다. 운동권 출신이 아닌 사람들도 가만히 보면 ‘2012년 대선’에서 ‘용도’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이들은 앞세운 민주당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박근혜 정권 내내 박근혜 정권 흔들기에 앞장섰다. 그런 '박근혜 흔들기'가 쌓이고 쌓여 최순실사태, 탄핵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투쟁을 통해 단련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2016년 총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 나가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도약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후 공공기관장으로 활동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미래통합당은 지역구 공천을 통해 국민들에게 선명한 메시지를 주는 데 실패했다. 특히 이 나라 보수정당을 짝사랑해온 ‘집토끼’들에게 잔인할 정도로 냉정했다. 이는 다양한 특성을 갖는 다양한 유권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지역구의 특성상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한다는 말로 변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비례대표의 경우는 그런 구속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그렇다면 비례대표제도를 적절히 잘 활용해서 당의 이념적 정체성(正體性)을 확립하고 좌파정권과 싸우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만 지역구에 내세우기는 어려운 이들을 등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미래한국당마저 미래통합당 지역구 공천처럼 사천(私薦) 논란으로 잡음을 내거나 ‘산토끼’를 잡겠다고 겉멋을 부리다가 ‘김미균 참사’를 되풀이한다면, 이는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의 비극으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