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7일 마침내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 종로에 출마한다고 선언했지만 한국당 내부의 공천관련 잡음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황 대표와 측근들은 황 대표의 '용단'이 당내 대표급 및 영남권의 의원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황 대표의 선언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전혀 없었다.
8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사진)는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 의장의 전화를 받았다. 서울 강북 험지로 올라오라는 말씀이 계셨고, 나는 이제 너무 늦었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또 "당을 위해 지난 25년간 할 만큼 했다. 이젠 그만 놓아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고향(경남 창녕)인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그는 한국당이 공천을 주지 않으면 무소속 출마도 불사할 뜻을 보이기도 했다.
황 대표가 7일 기자회견을 하기 직전 당내에서는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고 강남갑의 이종구 의원도 (6일) 지역구를 떠나겠다고 했으니 영남지역 출마를 고집하는 다른 의원들 입장에서는 버틸 명분이 없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었다. 현재 TK지역에서 불출마를 하겠다는 의원이 한 명도 없는데다 홍준표, 김태호 등 대선주자급 후보들이 영남지역 출마를 고집하고 있는 점이 당 입장에서는 골칫거리였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실제로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내가 먼저 죽어야 우리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당의 중진의원들도 저와 생각이 같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의원이 이를 대놓고 거절한 것이다. 경남 산청·함양·합천·거창에 출마한 김 전 지사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의 요구를 거역한 적이 없다. 2011년 김해 보궐 선거, 2018년 경남지사 선거도 나갔다. 질 수밖에 없는 선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갔다"며 "하지만 이번만큼은 고향 분들의 (출마) 요청을 거절할 수 없다. 당의 사정도 민심 위에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험지에 출마하겠다"며 종로 출마를 고려했던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새로운 출마지를 찾아야 하는 형편이다.
황 대표는 자신의 종로 출마로 분위기 쇄신을 기대했지만, 이후 현역 의원의 불출마선언이나 험지출마선언은 이어지지 않은 만큼 향후 공천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밖에 한국당 영입인사들이 대부분 지역구 출마보다는 비례대표를 원하고 있는 점도 한국당이 공천국면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를 내지 않기로 했고,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은 한선교 대표가 공천의 전권을 휘두르겠다고 공언한 만큼 자유한국당이 직접 영입인사들을 비례대표로 '챙겨줄' 명분이 없다.
또 보수통합신당이 출범하면서 다른 정당과 공천 비율 및 지역구 배분을 논의해야 하는 점, 각 지역구의 유력 예비후보들이 '사전 힘빼기'인 경선보다는 전략공천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점 등 한국당이 헤쳐나가야 할 난제는 쌓여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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