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인 심재철 의원(사진)이 '남성 우월주의' 논란에 휩싸였다. 심 원내대표는 4일 영입된 여성 법조인 7명을 소개하며 “대개 보면 남자들은 직장에 나가 돈만 벌어다 주고 여자가 가정을 꾸린다. 가정에서 일어난 일은 그래서 거의 다 여자의 몫이다”라고 발언했다.
이에 여성계와 여권은 발끈했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남녀역할에 대해 왜곡된 시선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여야의 논쟁은 둘째치고, 기자는 과거에 만났던 심 원내대표 부부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기자는 심 원내대표가 정치권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그들 부부를 취재했다. 당시 기자가 맡고 있던 코너는 <정치인 내조외조>였다. 정치인의 아내가 어떻게 남편을 내조하고 있는지가 주제였다. 홍문종 의원 부부, 최연희 의원 부부 등을 만나 주로 정치인 남편을 둔 전문직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들었다.
취재 시점인 1998년 당시 심재철 원내대표는 1996년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해 당시 원외 지구당위원장(안양 동안구)이었지만 주목을 끄는 신인정치인이었다. 부인은 출판사 대표라는 직함을 갖고 신인정치인 남편을 내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들을 만나게 됐다.
심 원내대표는 1980년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 MBC 기자 출신으로 1996년 총선 당시 신한국당의 인재영입 케이스로 정치권에 들어왔다. 체구도 작고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반듯한 외모를 지니고 있으며 5공청문회 당시 당당한 태도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신인 정치인이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당시에도 잘생긴 외모와 유려한 말솜씨로 인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부인은 문예당이라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권은정 대표였다. 권 대표는 2003년 부부의 이야기인 <질그릇 아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기자가 그들을 만날 당시 아내는 출판사 대표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고 남편은 신체장애를 가진 기약없는 정치인, 원외 지구당위원장이었다. 권 대표는 "남편을 한결같이 믿는다"고 했고 심 위원장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게 다 아내 덕분"이라고 했다. 심 원내대표가 지금 "남자는 돈벌고 집안 일은 여자 몫"이라고 말했다니 세월이 무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유한국당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비호감 대상인 가장 큰 이유는 '꼰대'라는 것이다. 그들도 한때는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었다. 다시 한 번 혈기왕성했던 과거를 되새기길 바란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