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했던 내국인과 중국 관광객이 설 연휴 기간 국내로 몰려들면서 ‘우한폐렴 사태’가 급속도로 악화될 것이란 예상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설 연휴를 마치고 28일 국정에 ‘복귀’한다. 문 대통령은 연휴 동안 경남 양산에 머물면서 양친의 묘소에 성묘를 다녀오고, 설 당일 가족과 차례를 지냈다. 27일에는 참모들로부터 세배를 받고 점심을 함께하며 연휴 기간에 그린 구상을 공유하고 향후 국정 방향을 논의한다고 한다.

2015년 6월 당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의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확산에 따른 피해가 커지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청와대가 직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당시 문 대표는 “복지부는 이미 초기대응 실패로 실기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신뢰를 잃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국가자원을 총동원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럼에도 지금껏 우한폐렴과 관련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유추할 수 있는 그의 언행은 많지 않다. 21일,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설 연휴, 국내외로 이동이 많은 시기이니 만큼 이 시기 특별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며 "지금까지 공항과 항만 검역 중심으로 대응이 이루어졌는데, 이제는 지역사회에서도 충분한 대응체계를 갖추도록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22일에는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상황을 보고받고 검역 및 예방조치에 만전을 기함과 동시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종합적으로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26일에는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을 통해 자신이 당일 오전 10시 25분부터 37분 동안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과 통화하며 적극적인 조치를 당부했다고 밝힌 게 전부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국민을 향해 “정부를 믿고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마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네 번째 '우한폐렴' 확진자가 나온 상황에서도 ‘국정 복귀’는 28일부터 하겠다고 한다.

설 연휴 시작 전, 문재인 대통령은 “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자신을 다 버리거나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최대한 열심히 하되, 자신의 충분한 휴식과 자유 시간을 가지고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공직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최고 고위직 공무원으로서 스스로 이른바 ‘워라밸(일과 개인 삶의 균형’을 실천한 것인가.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이들 입장에서 보면 이 정권의 ‘내로 남불’ ‘아전인수’ 사례는 한두 개가 아니지만, 이처럼 ‘국민 생명’이 달린 문제가 확산되는 가운데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오해’를 산다면, 차후 책임론에서 문 대통령은 벗어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문재인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연휴 기간에도 ‘우한폐렴’ 확산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갖고, 관계 당국에 적절한 지시를 했다고 주장하겠지만, 이는 ‘말’로는 입증하기 어려운 문제다. ‘국민적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문재인 청와대’는 설 연휴 기간 ‘우한폐렴’과 관련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 ▲문 대통령의 지시 사항 일체 ▲'국민 안전'을 외쳐 온 문 대통령이 해당 사안의 예의주시했다는 증거 ▲그 외 국정 관련 문 대통령의 행적 등을 '분·초' 단위의 시간대별로 빠짐없이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