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전통적인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오세훈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현 국무총리)가 맞붙었다.

거물들의 맞대결이었지만 여론조사 기관이 내놓은 결과는 싱거웠다. 20%포인트 가까이 오 후보가 앞섰던 것.

당시 새누리당도 손쉬운 승리를 점쳤다. 그런데 선거가 다가오면서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더니 결국 정 후보가 승리했다.

차이가 컸다. 정 후보의 득표율은 53.3%. 오 후보의 득표율은 39.2%였다.

오 후보의 패배 원인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왔는데, 서울시 선대본부장을 맡은 게 치명적이었다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었다.

서울시 선대본부장인 만큼 서울 전체 선거 유세에 집중하다 보니, 종로 유권자들 사이에서 오 후보가 우리 지역을 너무 등한시한다는 여론이 형성돼 낙선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게 공동상임 선거대책위원장과 서울 종로 출마를 맡겼다.

이 전 총리도 오 후보와 마찬가지로 당 선대본부장과 지역구 출마를 병행하게 됐다. 전국 현장을 다니는 ‘유세 지원’ 선대본부장이 겪을 시간적·물리적 한계는 불가피하다.

지금은 이 전 총리가 황교안 자유한국당과의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고 있지만 4년 전에도 크게 뒤지고 있던 정 후보가 승리했다.

자유한국당은 이 전 총리의 대항마로 황 대표를 내세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황 대표는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밝혔고,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략공천 1호는 반드시 황 대표의 종로 출마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게 있다. 만약 황 대표에게 종로를 맡기려면 '종로' 선거에만 '올인'하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총리도 선대본부장을 맡기 때문에 황 대표가 맡아도 괜찮다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여론 조사 결과만 봐도 두 사람은 출발선이 다르다. 황 대표를 종로에 출마시키려면 그 외에 전국을 다니며 유세를 할 선대본부장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번 총선은 진짜 '적폐'를 가리는 선거가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 실패, 경기 둔화, 탈원전 실패, 3대 권력형 비리, 검찰 대학살 인사 등 '심판' 받아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 만약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이 패배하거나, 황 대표가 종로 빅매치에서 이 전 총리에게 패배한다면 어떻게 될지는 불보듯 뻔하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