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설이 있다. 우리는 음력설을 쇠는데 북한은 양력설을 더 중시한다. 북한은 1946년 1월 1일을 공식적인 설로 규정했다. 음력설을 휴일로 지정한 것은 1980년이다. 음력설에는 연날리기, 팽이치기, 윷놀이, 씨름 등의 민속놀이가 행해진다.

물론 북한에선 설 보다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과 김정일의 생일인 ‘광명성절’이 설보다 중요한 기념일이다.

우리는 설 연휴가 가까워지면 다이어트 정보들이 쏟아진다. 평소보다 높은 열량 음식을 과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북한은 설에 떡국 한 그릇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를 살려보면 북한 주민 식단의 다양성은 굉장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성 단백질을 대부분 명절 또는 기념일(지원되는 육류가 국영상점에서 판매되는 시기)에 소비하는데, 요즘에는 그마저도 어렵다는 것이다.

농업 및 식량안보 선임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현장 방문, 국가 및 시·군 단위의 주요 관계자 인터뷰, 공공배급제 의존 가구와 협동농장 농민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북한 주민 식단의 대부분은 탄수화물(쌀, 옥수수 또는 감)이었다.

북한 주민들은 이것으로 국, 죽, 면을 만든 뒤 소량의 건조 미역, 시래기와 함께 먹는다. 김치(배추를 양념, 소금 및 식초로 가공함)와 겉절이도 가격이 저렴할 때나 먹을 수 있다.

합동조사단이 방문한 대부분 가구는 육류를 전혀 소비하지 않았다. 설에 닭으로 국물을 낸 떡국을 먹기 위해 닭을 사려면 고정 가격에 육류를 판매하는 국영상점에서 사야 하는데, 물건이 잘 공급되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장마당에서 구매해야 하는데 가격이 국영상점의 20배다. 예를 들어 국영상점의 달걀은 개당 10~12원인데, 장마당은 300원(2018년 10월 기준)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