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군 72년만에 첫 트랜스젠더 군인 논란 : 월간조선

군 복무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군 복무를 희망한 5기갑여단 소속 변희수 하사에 대해

육군이 전역 판정을 내렸다. 변 하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에 돌아갈 그날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혀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육군은 22일 "오늘 전역심사위에서 변 하사에 대해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전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변 하사는 23일부터 민간인 신분이 된다.

변 하사는 작년 11월 휴가 중 태국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법원에 성별 정정을 신청했으며 여군으로 계속 복무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육군은 변 하사의 신체 일부가 성전환 수술로 크게 훼손돼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전역심사위에 회부했고 전역 결정을 내렸다.

앞서 변 하사와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성전환 수술을 장애로 본 건 성 정체성 차별"이라며 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인권위는 육군에 전역심사를 3개월 후로 늦춰줄 것을 권고했지만 육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육군은 전역 결정이 신체훼손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며, 성정체성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또 유사한 심신장애 판정자들의 사례와 비교해볼 때 변 하사의 요청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변 하사는 이날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끝까지, 육군에 돌아갈 그날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며 "저 하나로 성소수자들이 국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복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면 괜찮지 않느냐는 생각으로 (공개석상에 섰다)"고 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이 나라의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이 되고 싶었다"며 "성정체성에 대한 혼란 때문에 꿈을 이루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이를 억누르며 남성들과의 기숙사 생활도 이겨내고 가혹했던 부사관 양성과정도 이겨냈다"고 밝혔다.

그는 성전환수술을 받게 된 과정에 대해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서 마음의 짐을 벗고 싶었고, 소속부대에 정체성을 밝혔으며 소속부대에서도 저의 뜻을 존중해줬다"고 했다. 이어 "인권친화적으로 변모하는 군에서 저를 포함해 모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사명을 수행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현재 우리 군에는 성전환 수술 군인에 대한 복무 규정과 법령이 없으며, 국방부측은 이에 대한 규정 마련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캐나다와 벨기에 등 20개 국가에서 성소수자의 군복무를 공식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트랜스젠더 복무 금지 행정지침을 발표했지만 각 주에서 위헌논란이 일어나면서 성별정정이 완료된 트랜스젠더 군인의 입대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국립 트랜스젠더 평등센터(NCTE)는 현재 1만5000여 명의 트랜스젠더 군인이 현역으로 복무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론의 반응은 엇갈린다. 성소수자에 대한 문제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육군이 공론화 과정 없이 섣부른 결론을 냈다는 의견도 있지만, "여군 복무를 원한다면 당연히 전역 후 여군 시험을 봐서 입대하면 될 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여군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함께 생활해야 하는 여군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