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국내의 초, 중, 고 대부분의 학교들이 방학을 주었다. 방학은 학생들이 항상 기다리던 꿈 같은 기간이다. 방학때 우리는 미뤄두었던 것,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려한다. 또 신체적으로도 휴식의 시간으로 학기가 시작하기전에 몸을 건강히 만들어두는 시간이다.

헌데 요새 학생들에게 이런 방학은 또다른 학기의 연장선에 있다. 국내에서는 방학이 되면 아이들에게는 학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생활이 시작된다. 학교를 대신하는 학원들 때문에 방학특강등을 등록해서 다녀야 하는게 보통이다. 그래서인지, 방학이 되어서도 주변을 보면 어디 에서도 뛰어노는 아이들을 볼수 없다. 필자가 어릴적만해도 곤충을 잡으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동네 산을 휘젓고 다니며 아이들과 모여 비비탄 총싸움도 하고 그랬는데, 요새는 그런광경마저 보기 힘들다. 각박하게 도시화된 환경 탓도 있겠지만, 너무 과한 교육열때문이기도 하다.

그럼 미국의 학생들에게 방학은 어떤 시간이며, 미국 아이들은 무얼하며 시간을 보낼까? 미국 아이들에게 방학숙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학교마다 차이는 있고, 특정 선생님에 따라 특별 숙제를 내줄수도 있겠지만, 대다수 학교에서는 방학동안에 숙제는 거의 존재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책 한두권 읽는정도이다. 그렇다면 그 무구히 많은 시간들을 무얼하며 보낸단 말인가? 학원? 아니다. 미국에 학원이라는 기관은 상당히 생소한 것이다. 학원이라는 개념 자체가 잡혀있지 않다. 한번은 필자가 다른 미국아이들에게 방학동안 한 일을 서로 말한적이 있다.

그때 필자는 학원을 다녔다고 말하자, 그들은 어리둥절해 하면서 학원 자체를 또다른 학교 쯤으로 알아 듣고는 한국은 왜 그리도 공부를 많이 하냐며 물었다. 나의 대답 또한 그리 마땅치 못했다. 단지 한국의 높은 교육열로 인해 모두가 그렇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아이들에게 있어서 긴 방학은 새로운 기회의 시간이다. 그 시간에 가고 싶었던 곳을 배낭여행으로 가보기도 하고, 일을 하기도 하고, 하지 못했던 책읽기에 전념하기도 한다. 또 어떤아이들은 지역 봉사를 위해 애쓰기도 한다. 미국 아이들은 그럼 왜 놀지 않는가? 여기에는 환경적 요소가 뒷받침된다. 사실 미국은 마땅한 놀이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고 모든도시가 한국처럼 많은 빌딩에 여러 가게들이 즐비한곳은 정말이지 아주 큰 주요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전무하다.

한국 아이들처럼 PC방, 플스방, 노래방, 당구장, 보드게임방, 심지어 클럽따위나 이런곳이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그들은 처음 방학을 주면 흔히 논다고 해봤자 한 며칠 신나게 집에서 비디오게임 좀 하고 나가서 친구들과 농구따위의 스포츠를 하며 지낸다.

그러다 보면 쉽게 질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필자의 친구중 한 녀석은 방학동안 뭐 했냐는 나의 질문에 방학이 너무길고 지루해서 버티기 힘들었다. 그래서 결국 공부를 했다라는 대답마저 들었다. 이런 대답을 한국에서는 듣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놀땐 놀고 공부할때 공부한다라는 말은 우리도 들어봤다. 하지만 쉽사리 하기 어렵다. 공부도 질리도록 놀아본 놈이 그 맛을 아는법이다. 질리도록 놀아봐야 공부의 소중함을 알것이다. 미국의 부모들은 대체로 방학동안에 아이들에게 관대하다. 자기계획정도를 세우도록 하고는 자신이 스스로 어떻게 해야할지를 정하게  한다. 

아이들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교육이다. 한국처럼 부모님들이 시켜서 하는 강압적 교육은 하지 않는다. 이런 교육관이 그들의 독립적 사고를 키우는 원천이다. 미국 아이들은 보통 13살정도가 되면 자기 용돈도 자기가 벌어서 쓰게하며 일부는 아예 가정의 생활비 일부를 내게끔 하기도 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평소에 하지못했던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많이 번 친구들도 있다. 물론 일자리라고 해봐야 자신의 아버지 회사에서 허드렛일을 하거나 아는사람 집에가서 잔디를 깎는다던지 아이들 돌보기 (Baby sitting), 신문배달, 세차하기 등이 있다. 한국에 비하면 상당히 독립적으로 키우는 식이다. 이런 강한 자립식은 대학에 오면 극에 달한다. 마치 호랑이 어미가 자신의 새끼와 이별하듯이, 대학학비는 자신이 돈을 벌어서 다닐수 있는 학교를 택하여 오는 아이들이 참 많다.  한국처럼 무조건적인 좋은학교를 택한다기 보다 자신이 스스로 부담 가능한 학교를 가는것이다. 따라서 설사 하버드 대학같이 좋은 대학이 되었을지라도 동네 주립대학을 택하는 아이들도 있다.

미국 아이들에게 있어서 방학은 새로운 기회의 시간이다. 경험하지 못한것들에대한 새로운 경험을 할수 있는 기회의 시간인것이다. 놀라운 사실중에 하나는 한국 아이들이 방학동안 피땀흘려 공부한 그 시간이 결과로 나타나지 못하는 경우도 즐비하다는 것이다. 자기 하고 싶은것 다 하며 논 미국 아이들에 비해 오히려 뒤쳐지거나 더 나아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많다는 것이다. 왜일까? 필자의 견해로는 그 아이들에게 있어 심적부담감과 압박감이 작용해서가 아닌가 싶다. 시켜서 하는 교육의 결과와 자발적으로 해서 하는 교육의 결과는 차이가 천차만별이다.

한국부모님들도 이점을 알아야 할것이다. 한번쯤 아이들에게 놀게 해 보아라, 미치도록 놀게하면 오히려 자기 자신이 더 불안해서 공부를 하려 할것이다.

언젠가 공부를 하기 싫어했던 필자는 어머니께서 공부를 하지말고 놀게 내버려둔적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마음껏 놀았지만 한 일주일쯤 지나니깐 노는것 만큼 지루한것이 없더라. 결국 학업의 필요성을 몸소 깨달았다. 이런이유 때문일까? 노인분들에게도 “쉬세요.”라는 말만큼 서운한 말이 없단다. 누구든지 자신이 하던일이 멈추게 되면 불안하고 힘든법이다. 학생의 본분을 스스로 깨우칠때 그 능률은 배가 된다. 고달프게 공부만 한 자녀를 한번쯤은 신나게 놀게 두는것도 장기적으로 윈윈(Win Win)할 수 있는 비법이 아닐까 싶다. 

이번 방학에 무엇을 할것인지 계획을 세워보고 방학이 끝날때 자신이 얼마나 그 계획에 충실했는지 따져보는것도 다음 방학을 알차게 보낼수 있는 방법이다. 계획은 항시 실현 가능한것부터 차근차근 짜야 효과가 있다. 이번 방학도 대한민국에 수만명의 학생들에게도 진정으로 기회의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필자의 간절한 바램이다.

워싱턴 DC 통신원, 김동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