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동반자, 휴지

미국 유학을 와서 겪는 생소함은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의식주에 해당하는 부분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법이다. 그래서 이번 이야기에서는 미국의 화장실 문화에 대해서 논해 볼까 한다.

화장실.. 이곳은 인간들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사색(思索)의 현장이다. 마치 먹는일 만큼이나 중요한 일로써 먹었으면 배출하는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화장실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무엇인가? 한국에 살던 나에게 이 질문을 받았다면 수세식 양변기, 휴지없는 휴지걸이, 지독한 악취. 물론 이런 점들이 차차 개선되어가고 있으며 솔직히 요새 한국의 공공 화장실은 놀라울 정도로 개선되었다. 향기를 뿜어주는 기계에 초강력 에어타올(바람으로 손을 말려주는 기계), 그 외에도 마치 미술관 같은 분위기에 화장실 데코레이션(Decoration)까지.. 하지만 아직까지 일부 지방이나 학교시설내에 화장실은 개선이 가히 필수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필자도 중학교시절 지저분한 화장실이 싫어서 참으려고 애를쓰거나 아예 화장실 갈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집에서 처리하고 온다던지, 최악에 상황에는 깨끗한 교사용 화장실로 잠입한다던지 갖은 고생을 다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웃으며 말할수있는 일종에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이런 추억은 미래의 우리들의 자손들에게까지 별로 안겨주고 싶은 추억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솔직히 인간은 다른건 다 참고 용서가 되어도 본능을 건드리는 일은 결코 용서가 안 된다.

그럼 선진국이라 불리우는 미국은 얼마나 다른가?

모든이에 사색의 현장에 필수품! 휴지!

미국 화장실에서 지금까지 약 6년간 살아 왔지만 휴지가 없었던 적은 거의 손에 꼽을정도로 없었다. 휴지 없는 화장실은 극히 드문 현상이다. 설사 없다 할지라도 대체품이 있다. 예를 들면 손 닦을때 쓰는 휴지. 한국에서는 허다한 일인데 왜 미국에서는 보기드문 일인걸까? 미국인이 휴지를 적게 쓰는건가? 답은 “oh~ NO!” 이다. 미국인의 체격상 더 썼으면 더 썼지, 덜 쓰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럼 왜 그리도 휴지가 항상 충만한건가? 미국인들은 휴지를 지참해서 다니는가? 아니다. 그건 바로 바로 휴지 걸이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

미국의 모든 화장실에는 휴지걸이가 하나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체로 모든 휴지걸이는 두개로 되어 있다. 그럼 그 두개의 휴지걸이에 휴지는 하나뿐인가? 아니다. 당연히 두개 모두 새것이 걸려있다. 따라서 휴지가 한개가 떨어져도 Back Up(보충)휴지가 준비되어 있다.

더군다나, 이 휴지걸이들은 섬세한 부분까지 고려되어있다. 그건 바로 도난방지. 꼭 이렇게 충만한 휴지를 보면 집에 가져가서 쓰려는 구두쇠아닌 구두쇠들이 꼭 있다. 따라서 그 점 역시 감안해서 휴지 걸이는 열쇠로 열어야지만 휴지를 빼고 넣을수 있다. 아니면 아예 손으로 뺄수 없게 되어있는 특이한 휴지 걸이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 화장실에는 휴지 마를 날이 없다.

이 충분한 휴지걸이를 보고 있노라면 사색을 통해 몸이 가벼워짐은 물론 마음도 가볍다.

오히려 휴지가 너무 많아서 양변기 위에 깔고 써도 될만큼 충분하다. 간혹, 휴지걸이가 하나인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절대 놀라지 마라! 하나지만 휴지 두깨는 최홍만이 한달써도 다 못쓸만큼에 아주 두꺼운 특수 휴지가 달려있다. 재질은 일반 휴지지만 두깨는 공장용이다. 따라서 죽죽~ 길게 뽑아써도 무난하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 포인트 하나! 미국에서 변기용으로 나오는 휴지는 국산 두루마리와 차이가 있다. 첫째; 엠보싱이 없다. 대신 물에 더 잘 녹는다. 감촉은 좀 떨어지더라도 변기 막히는 일은 없다. 물론 비싼것들은 있지만 일반적으로 공공시설에 구비된 휴지는 엠보싱이 없는 제품이다. 둘째; 두루마리 휴지가 더 두껍다. 얼핏보기에는 똑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더 두껍고 더 얇은 휴지가 빽빽이 말려 있다. 따라서 더 오래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