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자스민 전 의원. 조선DB.
2011년 5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완득이’에서 주인공 완득이(유아인)의 어머니 역을 맡아 널리 알려진 인물이 있다. 이자스민씨였다.
필리핀에서 의대를 다니다 여행 온 한국인 남성을 만나 1995년 결혼했고, 1998년 귀화했다.
항해사였던 남편은 2010년 여름 휴가지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급류에 휩쓸린 딸을 구하려고 물에 뛰어 들었는데, 더운 날씨에 차가운 물로 갑자기 들어가니 급격한 온도 차에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이다.
그녀는 국내 최초의 이주 여성 봉사단체인 ‘물방울 나눔회’를 만들었고, 다큐멘터리 번역, 영화·방송 출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2011년 7월에는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시에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2012년 1월에는 한 언론사가 주최한 행사에서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 지도자상(賞)’을 받기도 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녀를 주목했다. 사회적 소수자 공천을 내건 한나라당의 영입 후보로 손색이 없었던 까닭이다.
그녀는 2012년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과거 한나라당) 비례대표 15번으로 당선됐다.
이 전 의원은 최근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1일자 <동아일보>([단독]황교안 “박찬주 정말 귀한 분”… 영입 논란 이어지는 한국당)의 보도를 보면 이 전 의원은 19대 국회 이후에도 당적을 유지했지만 지난주 서울시당에 탈당계를 냈는데 최근 심상정 대표 등 정의당 관계자들과 만나 입당 논의도 했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의 지인은 “이 전 의원이 이주여성과 노동자를 위한 활동에 과연 한국당이 도움이 될지 고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이 전 의원을 이주 노동자, 소수자 대표로 내세우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면 노동자의 적이자, 악으로 바라보는 정의당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이 공천을 준 인물을 영입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친 모양새다.
이 전 의원은 4·11 총선 후 자신을 헐뜯는 험담이 인터넷과 SNS에 흘러 다녀 마음에 상처를 입은 바 있다.
"불법 체류자가 판치게 생겼다" "매매혼 가정을 위해 뼈 빠지게 벌어 낸 우리 세금이 거덜난다"는 상식 이하의 저질 비난과 이 전 의원이 '이주민 천국을 약속했다'는 식의 날조된 중상모략이 나돈 것이다.
그때 이주민 권리 보호에 앞장선다는 진보 진영 정치인들은 사실상 침묵했다. 민주통합당(현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일부 인사가 트윗에 이 전 의원 비난을 자제해달라는 개인 글을 올렸을 뿐 당 차원에선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그때를 생각하면 이 전 의원의 몸값은 많이 오른 듯 보인다.
19대 총선 당시 한국당이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 소수자 대표’를 표방하며 영입한 이 전 의원의 탈당을 당은 모르고 있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오늘 언론 보도 이후 서울시당으로 부터 이자스민 전 의원이 탈당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물론, 자유한국당에서 많은 혜택을 본 이 전 의원의 탈당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