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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온 나라가 조국 일가 문제로 시끄러운 가운데 소위 ‘전국경제투어’를 한다는 명목으로 10일, 충남 서산시 해미읍을 찾아 지역 경제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문재인 청와대’의 대변인 고민정씨는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의견들을 경청했다고 주장했다.
고민정씨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역 경제인과 만나 또 ‘이순신’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서산 해미읍성은 원형을 온전히 보존한 우리의 소중한 문화․역사유산이다. 특히 이곳은 이순신 장군이 무관으로 첫 출발할 때 군관 생활을 했던 곳으로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구할 수 있었던 기반을 닦은 곳”이라며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지난 7월, 두 차례 이순신을 언급하며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문재인식 대일(對日) 항전’을 주장하고 나서 석 달 만의 일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이순신의 사실상 첫 무관 생활은 함경도 삼수(三水)의 동구비보(董仇非堡)에 권관(權管)으로 갔을 때다. 이순신은 1576년 2월, 식년시 무과에 급제하고 나서 권지 훈련원 봉사(權知 訓練院 奉事)로 관직 생활을 시작했다. ‘권지(權知)’는 “임시로 어떤 일을 관장함”을 뜻한다. 훈련원은 “군졸의 재주를 시험하고 무예의 연습, 병서와 진법 강습을 하는 기관’이다.
요즘으로 따지면 이순신은 군 간부 시험 합격 후 군사학교 임시직 교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셈이다. 사실상 이때부터 ‘무관’이라고 할 수 있지만, 소위 말하는 ‘야전 생활’을 한 것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같은 해 12월, 함경도 동구비보권관으로 부임하면서부터다. ‘권관’은 외적의 침탈에 대비하기 위해 변경의 최일선에 설치한 진(鎭)이나 보(堡)에 있던 ‘종 9품 무관’이다. 이순신은 함경도 변경에서 2년 넘게 지금의 ‘소대장’격인 ‘권관’으로 복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순신과 해미읍성은 특별한 연관성도 없다. 이순신의 24년 무관 생활 중 해미 병영에 머물렀던 기간은 10개월에 불과하다. 당시 그는 충청도 병마절도사(각 도의 육군 지휘 책임자, 종2품) 휘하의 군관으로 복무했다. 당시 ‘육군 장교’ 이순신이 수군 진법을 연구했다거나, 전선 건조에 대해 고민했다는 기록은 찾기 어렵다. 이순신의 청빈함을 알 수 있는 일화만 전해질 뿐이다.
해미읍성이 왜구 침략에 대비해 축조된 곳이기는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처럼 해당 지역이 “이순신이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구할 수 있었던 기반을 닦은 곳”이라는 걸 뒷받침하는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도대체 문재인 대통령은 무슨 근거로 해미읍에 가서 또 ‘이순신’을 찾은 것일까.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역사적 사실과 엮어서 자신의 '저의'를 에둘러 표현하고 싶을 때는 관련 내용을 꼼꼼하게 조사하고, 숙지하는 일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