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이후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해 온 중도층이 이탈했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하는 무당층(無黨層)이 열명 중 네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칸타코리아가 S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26명을 상대로 실시해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현재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8.5%가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했다. SBS·칸타코리아는 지난 5월 9일과 8월 15일에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은 5월엔 29.9%, 8월엔 34.8%였다. 무당층이 4개월만에 8.6%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최악인데다가, 수 많은 의혹의 중심인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이 무당층을 잡아야 하지만 집안 싸움만 한창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퇴진을 요구 중이다.

홍 전 대표는 14일 "전투에 실패한 장수는 전쟁 중에 참(斬)하기도 한다”며 “그래서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고사성어도 있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민경욱 의원은  "전쟁 중에 장수를 바꿔서는 안 된다”며 “책임은 좀 더 있다가 물어도 된다”고 반박했다.

민 의원은 “지금 분열을 꾀하는 자는 적이고 내부 총질도 금물”이라며 “정치 원로들께서는 제발 이 혼란한 정국을 헤쳐나갈 지혜를 나눠주십사고 부탁드린다”고 했다.

홍 전 대표의 이야기도 일리가 있다. 최근 보수층 일각에서는 한국당의 황교안·나경원 투톱 체제에 대해 불만이 제기되는 게 사실이다.

일부 보수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가 그간 강한 대여 투쟁을 표방해왔지만 실제로는 정부·여당의 정책·인사 드라이브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원외에 있는 홍 전 대표가, 그것도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인물이 '치고 올라가야 할 이 시점'에 당 지도부를 흔드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그래서 민 의원의 "지금 분열을 꾀하는 자는 적이고 내부 총질도 금물"이란 반박 또한 일리가 있다. 그런데, 민 의원도 막말로 대변인직에서 물러난 인물이다. 맞는 말을 해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입장이다. 자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권투로 따지면 자유한국당은 상대는 그로기 상태인데, 결정타를 못날려 KO를 못시키고 회복할 시간을 주고 있는 것이다. 4전5기의 대명사 홍수환씨와 시합한 ‘지옥에서 온 악마 엑토르 카라스키야는 홍수환을 1~2회에 네 번이나 다운 시켰지만 결국 KO 시키지 못했다. 짧은 휴식시간이었지만 컨디션을 회복한 홍수환은 3라운드에서 결국 카라스키야를 KO시켰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