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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문화

혹시 어머니가 ‘치매’라면?

치매 어머니와 함께한 시간을 기록한 ‘이재우 작가’

이정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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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뇌에 말을 걸다, 사진=카시오페아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는 집이라면, 가끔 기억을 깜빡하는 부모의 모습에 걱정이 자연스럽게 따라 온다. ‘혹시 치매가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지만, 말 꺼내기는 어렵다.  
최근 이재우 방송작가는 치매 어머니와 함께 한 2년간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책을 출간했다. 《엄마의 뇌에 말을 걸다》는 엄마와 함께 하며, 엄마의 ‘뇌’에 집중한 책이다.
작가는 이상 신호를 보내는 ‘엄마의 뇌’를 뇌 과학 에세이로 풀어냈다.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과학을 통해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다. 이 작가는 1987년부터 방송 작가로 활동하며 공중파 및 각종 언론사의 간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기획·제작해왔다. 2012년에는 불교 언론문화상 작품상, 2018년에는 휴스턴 국제영화제 다큐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작가에게 ‘엄마의 치매’를 뇌 과학으로 바라볼 때 어떤 해법을 찾을 수 있는지 물었다. 이 작가는 책의 내용과 자신의 경험을 섞어서 이야기했다.
 
 
- 책 제목을 《엄마의 뇌에 말을 걸다》로 정한 이유는.
“80세 이상 고령 인구 중 치매가 10명중 2명꼴로 발병하고 있을 정도로 많아지고 있는 ‘치매’라는 질병이 타인의 시선이 아닌 제 자신의 시선으로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었습니다. 세상의 어떤 딸들도(자식도)  방금 한 일을 잊고 반복적으로 하거나, 웃으며 떠드는 가족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든지, 화장실을 10분 간격으로 가고 휴지에 집착하거나 낯선 간병인을 공격적인 태도로 거부하는 등 이상행동으로 엄마가 낯설어지는 과정을 그대로 받아들일 딸은 없을 겁니다. 그중에 저는 유독 ‘왜 그러는지’ 가 궁금했습니다. 왜 그러는지 알아야 어떻게 대처하고 ‘엄마가 아닌 엄마’가 되어 가는 엄마를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2016년 ‘뇌혈관성치매’진단을 받고, 마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는 것처럼 급격하게 나빠지는 엄마의 뇌를 향해 수없이 말을 걸었고, 세심하게 기록하고 관찰하면서 뇌 과학적으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 책의 내용을 설명해 달라.
“저는 책에서 단순히 ‘나의 엄마’의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증상만을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뇌의 노화로 생기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뇌혈관의 문제로 생기는 뇌혈관성 치매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주변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들의 사례를 취재했고, 공통적인 증세들을 찾아서 두 글자 키워드를 10개로 뽑았습니다. 뇌 부위의 기능이 우리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뇌 안에서는 정보가 입력 돼서 출력되기까지 뇌 세포와 세포전달물질, 호르몬 등이 어떻게 네트워킹 되어 작동하는지를 해석했습니다.”
 
 
- 치매 부모의 ‘뇌’는 어떠한 단계로 악화되나. 단계별 특징(징후)를 알려 달라.
“우리 주변에서 많이 발생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뇌혈관성 치매의 경우를 말한다면 공통적으로 기억력, 인지력, 문제해결력 등 종합적인 사고력이 차츰 무너지면서 우리들의 어머니, 엄마는 낯설어지기 시작합니다. 가장 쉽게 드러나는 증세는 기억력입니다. 방금 장터에서 장을 봐왔는데 시장에 가자고 한다든지, 밥을 먹었는데 밥 먹은걸 잊고 밥 달라고 떼를 쓴다든지, 금방 딸을 만났는데 딸 본지 오래됐다든지, 단기기억이 상실되기 시작하다가 점점 뇌안에 해마 깊숙이 저장된 장기기억조차 끄집어내기가 어려워집니다. 단기기억 상실은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고, 우리 뇌속에 저장된 수많은 일생의 기억들을 불러와 전두엽에서 종합적으로 판단, 사고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되는겁니다. 다음 단계는 치매의 정신행동증 즉 책에서 언급했듯이 BPSD(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ms of Dementia)라고 합니다. 세계 노인정신의학회의에서 정의한 건데요. 치매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불안, 초조,  배회, 강박 등의 정신장애로 인해 정상적이지 않은 생각, 감정, 행동을 통틀어 말합니다. 초·중기 알츠하이머 환자 가족들이 힘들어 하는 환자의 증세는 ‘죽고싶다’라고 하는 우울증세라고 하죠. 그리고 지나친 화, 불안, 공격성, 수면장애, 망상 순으로 모두 치매환자의 공통적인 정신행동증상입니다. 저희 엄마도 휴지에 대한 집착증과 낯선 간병인 거부가 강박증처럼 나타났고, 감정을 지배하는 편도체의 이상으로 평생 얌전하신 엄마에게서 공격적 성향도 나타났습니다. 다른 사례자들에게도 수면장애로 인한 이상행동증이 나타났는데요. 밤에 불안한 정서에 시달리다 집밖으로 나가는 행동과 배회로 이어지거나, 고물이나 쓰레기를 주어와 마당에 쌓아두는 행동을 하기도 하죠.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정에서는 이런 정신행동증으로 사건사고가 다반사로 일어납니다. 집 밖으로 나가는 순간 공간감각과 기억이 소실된 환자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잊기 때문에 길을 잃고 헤매다 어디선가 망연히 가족을 기다리겠죠. 세 번째 단계는 혼돈입니다. 제 책의 9장에 해당되는 이야깁니다. 혼돈의 시간입니다. 물론 혼돈이 오기 전에 저희 엄마는 파킨슨 진단을 받았고, 고관절 수술을 하는 등 운동장애로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파킨슨질환은 느린 운동, 정지 시 떨림, 근육 강직, 질질 끌며 걷기, 굽은 자세와 같은 파킨슨 증상들을 특징으로 하는 진행형 신경 퇴행성 질환입니다. 저희 엄마도 손떨림, 근육강직, 질질 끌며 걷기 등의 증상에서 시작됐습니다. 뇌간 아래에 쌓이는 단백질이 원인으로 밝혀졌고, 흑색질까지 영향을 미치면 증상이 더 심해지는 질병입니다. 저희 엄마의 경우는 척추 측만증을 갖고 있어서, 자주 넘어져 골절상을 입은 것도 뇌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었습니다. 치매환자들은 인지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자신이 예전처럼 걸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부지불식간에 일어나 걸으려고 하면서 고관절 골절상을 입게 됩니다. 운동장애를 경험하게 되는 여러 상황들을 말씀드렸습니다. 혼돈 상태에 이르는 과정 중에 이런 저런 상황을 겪으면서 고령인 엄마는 기억, 인지, 사고, 종합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과 해마, 감정 조절을 하는 편도체, 대뇌의 운동피질에서 관장하는 운동기능에 문제가 생김으로 인해 수면장애, 화와 분노, 그리고 운동장애가 나타나면서 혼돈에 빠집니다. 대부분 와상 상태로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약을 쓰는 과정에서 명확하게 뇌의 네트워크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치매 부모를 돌보는데 가족의 집중적인 관심이 필요한 단계는.
“우리는 얼마 전까지 현대인의 질병 중 가장 무섭고, 치사율이 높은 재앙으로 ‘암’을 꼽았습니다. 이제는 두 개의 질병이 우리의 삶에 재앙이라고 생각합니다. 암과 치매입니다. 이제 암은 조기진단과 치료 생존율을 많이 높이는 단계에까지 현대의학이 발전했습니다. 방송이나 대중 매체에서 치매 증상과 종류, 의학적인 치료 방법, 가족의 고통 등이 이야기 소재로 다루어지면서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한지 10여년 즈음 됐을까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뇌 과학으로 치매의 병인과 병증에 대해 이해한다면 뇌세포의 가소성 원리에 따라 조기 진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어떤 질병이든 예방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미 노화과정이든 혈관문제이든 부지불식간에 뇌 건강을 챙기지 못해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이거나 혈관이 막혀 뇌손상이 오고 있다면, 그로 인해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 시기에 치매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는 핵가족으로 살아가는 시대에 고령 부모님의 변화를 빨리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자존심과 고집이 강한 노부모일수록 조기 진단을 받기가 힘들어지죠. 부모 세대 이전에 장년층들에게도 많은 홍보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조기 진단은 각 지자체 치매센터(치매안심센터)에서 1단계 간단한 치매 진단 키트지로 검사를 하고, 2단계 문진과 함께 하는 검사 그리고 3단계 뇌영상 진단 등으로 가능한데 이를 실천하기까지, 가족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죠. 치매 진행을 늦추고 오랜 시간 우리들의 어머니가 어머니 다운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지훈련, 뇌세포재생훈련이 가능한 시기 즉 뇌를 변화시킬 골든타임을 최대한 활용해야합니다. 퍼즐게임이나 노래와 율동 간단한 체조 나아가서는 명상이나 댄스 등의 프로그램을 함으로써 뇌에 자극을 주고, 뇌혈류에 산소가 돌게 하기 때문입니다. 뇌(뇌세포)가소성, 즉 뇌는 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 시기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저희 엄마의 경우는 거부증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쳐서 수직 하강하는 엄마를 봐야했습니다. 두 번째로 치매 부모의 뇌를 이해하고 대처해야할 단계는 위의 2단계 여러 가지 정신행동증이 나타날 때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역노하는 부모를 따지거나 설명하려 들거나, 같이 화를 내는 방식은 금물입니다. 요의나 변의를 느낀다며 10분 간격으로 화장실을 들락거릴 때 조금 전에 화장실 다녀왔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가지 말라고 말리거나 하는 것도 나쁜 방법입니다. 밤마다 망상과 환상에 신음하는 환자에게 아무도 없다. 그런 귀신 없다, 무슨 말을 하는거냐 부정하는 방식도 옳지 않습니다.”
 
 
- 뇌 과학을 이해하면, 치매 부모를 보살피는데 어떠한 점이 도움이 되나.
“첫째 요건으로 정신이상행동을 인정해주기, 앞서 답변한 바와 같이 인지력이 떨어지는 치매 부모에게 설명하고 하지 말라고 한다고 해서 행동수정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상행동의 원인은 우울에 의해서라면 행복 호르몬 도파민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수면장애 때문이라면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이 균형을 이루지 못해서입니다. 뇌 세포의 연결망 어디선가 접촉이 되지 않아, 필요한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을 생성하지 못하거나, 운반하는데 오류가 발생해서라는 뇌과학을 이해하면 해법이 나옵니다. 둘째 요건인 감정 파국이 멈출 때까지 기다려주기도 마찬가집니다. 편도체에서 ‘강화 습관화’작용으로 공포기억이 뿌리 깊게 있을 때 제어할 수 없는 파국 반응을 윽박지른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기다리면 스스로 잦아듭니다. 대부분 보호자들은 급하게 문제행동을 해결하려고 하다가 더 크게 격노하는 부모와 마주하게 됩니다. 세 번째 인격적으로 존중해주기는 특히 배변 문제에서 놓치기 쉬운 요건입니다. 아무 생각 없는데 어떠냐는 식으로 옷을 벗긴다든지, 뒤처리를 노출 된 상태에서 함부로 한다든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윽박지른다든지,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는 옳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도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주시던 우리들의 어머니십니다. 그 수고로움을 잊지 않으면서 인격적인 존재로 대해야겠죠.”
 
 
- 치매 부모를 모실 경우, 가족도 많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모시는 가족 입장에서, 조언을 부탁한다.
“사실 치매 부모를 가정간호 하는 집이 얼마나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서 일찍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모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취재한 사례자들 대부분은 평균 5년은 자식이 모시다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면 요양시설로 모셨습니다. 가정에서 간병하는 동안 형제간에 의가 상하거나 아예 외면하는 자식들이 생기기까지 합니다. 50대 낀 세대의 자식들은 맏자식, 장남이 무한대의 책임감을 느끼는 유교적인 사고와 인공지능을 맞닥뜨리는 4차혁명 시대까기 겪으면서 사는 세대이기 때문에 고령 부모를 부양하는 과정에서 그 간극 때문에 벌어지는 형제간의 동상이몽이 드러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경제적인 부담과 부모 부양에 대한 책임감과 인식 그리고 현실적으로 케어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여건 등이 얽히고설켜서 가족 보호자들의 스트레스가 심화됩니다.
보호자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가 중요합니다. 무너져가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보면서, 나의 길을 예감하며 우울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또한 사랑했던 부모가 무너져가는 과정을 받아들이지 못해 막막한 심정이 계속됩니다. 막막함과 우울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간병, 간호하면서 가끔씩 즐거운 일을 찾아 잠깐이라도 뇌에 행복 호르몬을 만들어야합니다.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시간 내서 하세요. 그래야 부모님이 가시는 날까지 함께 하며 울고 웃는 추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자식들이 무너지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형제간의 생각과 마음의 간극 때문에 생기는 심적 고통은 곪을 때 까지 참거나 방관하지 말고 시시때때로 서로 아픈 마음을 감싸고 공감하면서 풀어야 합니다. 어느 한 자식이 같이 살면서 케어하지 않는다면 공동육아나 마찬가집니다. 누구도 한 자식이 그 책임을 다하기는 힘든게 요즘 현실입니다. 치매 부모를 공동육아할 때 형제간에 갖춰야할 예의는 공유와 공감입니다. 치매 부모는 좋은 감정을 기억합니다. 기억 못하겠지만, 기억하는 엄마, 아버지에게 따뜻한 손길 한번 더 주고, 좋은 얘기 많이 들려주세요. 저도 매일 “엄마 제일 이뻐”. “엄마 많이 좋아졌네”, “엄마 우리 다 행복하게 잘 살아요” 귓전에서 말합니다. 평소에 좋아하던 노래도 항상 불러드립니다. 항상 후렴구를 같이 해주던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 가슴 아프지만요.”
 
 
 

입력 : 2019.08.22

조회 :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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