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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정치

미국의 인사청문회는 '사생활'은 안 건드린다?

음주벽,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과거 발언 등 사생활이더라도 공직수행능력과 관련되면 검증 대상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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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온갖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조국 후보자의 이중적 언행과  딸의 특혜성 진학- 장학금 수령, 가족이 운영하는 사학의 비리와 난맥상 등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이른바 조국 표 ‘사법개혁’을 저지하기 위한 음해, 정쟁으로 몰면서 조국 후보자를 ‘결사 옹위’하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8월 20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잇단 의혹제기에 "한국당이 인사청문회를 정쟁의 장으로 완전히 타락시켰다" "한국당은 추측을 소설로 만들고 부풀리며 가족 신상털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참에 사법개혁의 상징인 조 후보자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조국 후보자도 자신이 장관이 됐을 경우 추진할 정책들을 미리 발표함으로써 인사청문회를 ‘정책청문회’로 몰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사실 공직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마다 위장전입, 세금-건보료 미납 같은 사소한(?) 문제들을 가지고 공방을 벌이는 것은 우리 정치의 ‘적폐’였다. 지금은 집권당인 민주당도, 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를 바가 없었다. 그 때문에 유능한 인물들이 장관 취임 제안이 들어와도 스스로 사양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대목은 분명 시정되어야 한다.
 
그럼 인사청문회의 원조(元祖)격인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에서는 ‘사생활’의 영역은 철저히 배제하고 깔끔하게 후보자의 자질, 정책만 가지고 청문회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일견 사생활로 치부될 수 있는 문제더라도 그것이 공직수행과 연결될 수 있는 문제, 즉 판단력, 언행 및 주장의 일관성, 위법-불법행위, 인종차별-성차별적 언행 등에 대해서는 철저히 검증한다.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언론이 문제제기를 시작하면 자진사퇴하는 경우도 많다.

1993년 1월 클린턴 행정부의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됐던 조 베어드 변호사는 불법체류 외국인을 가사도우미로 고용한 사실이 드러나 낙마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일찌감치 미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다고 결심하고 그녀를 지명했다. 처음에는 여론도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불법체류 외국인을 가정부로 고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엄정하게 법집행을 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 자리에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을 앉힐 수는 없다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게다가 부부의 연봉이 60만 달러나 되는데도 불법체류자를 가사도우미로 고용해 사회보험료 납부를 회피하려 했다는 것도 여론을 악화시켰다.  베어드 지명자는 맞벌이 경력직 여성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잘못을 사과했고, 장관이 되면 공정하게 법집행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여론은 계속 나빠졌다. 인사청문회를 해야 하는 상원 법사위 의원들은 하루에도 수십통의 항의전화를 받았다. 클린턴 대통령의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등을 돌렸다. 결국 베어드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후보 지명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노동부 장관으로 지명했던 앤드루 퍼즈더 후보자는 ‘불법체류자 도우미-직원 고용’과 ‘전처 학대 논란’ 끝에 자진사퇴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그가 패스트푸드 회사 CEO로 있으면서 전체 직원의 약 40%를 불법체류자로 채웠었고, 불법체류자를 가사도우미로 고용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사람이 노동부 장관을 맡으면 안 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처를 학대하고 협박했던 사실까지 드러났다. 공화당 의원들이 먼저 등을 돌렸다. 결국 퍼즈더는 자진 사퇴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공직 후보자 가운데 첫 낙마자가 됐다.

1989년 조지 H.부시 (아버지 부시)에 의해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됐던 존 타워 전 상원의원은 음주벽이 문제가 돼서 낙마했다. 그는 24년간 미연방 상원의원을 지내면서 국방력 강화 등에 기여한 바가 큰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그가 장관으로 지명된 후 그의 음주벽, 여자관계, 그리고 상원의원을 그만 둔 후인 1986~1988년 동안 방위사업체를 위해 계약 알선을 해 주거나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거액을 받았다는 게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타워가 술을 심하게 마시거나, 아내가 아닌 여자와 어울리는 것을 봤다”는 증언이 처음 나올 때만 해도 시시한 가십거리 정도로 여겨졌다. 논란이 제기되자 행정부와 상원 군사위원회는 FBI(연방수사국)의 조사 결과를 기다린 후 청문절차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FBI는 수 차례에 걸쳐 수천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했다. 보고서 자체만으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시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온갖 혐의는 근거없고 악의에 찬 헛소문임이 밝혀졌다”면서 타워의 인준을 자신했다.
하지만 상원 군사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무엇보다도 ‘그런 음주벽 때문에 유사시 국방장관으로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데 지장이 있지 않겠느냐’ ‘방산업계의 로비로부터 벗어나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타워는 인사청문회에서 “취하도록 마신 적이 없다”고 변명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결국 상원 군사위원회는 표결 끝에 타워를 낙마시켰다. 새로 취임한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가 상원 인사청문 과정에서 낙마한 것은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혹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발언을 했다가 낙마한 경우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육군장관으로 지명된 마크 그린은 장관으로 지명되기 전에 한 강연에서 “성전환은 질병" "일부 미 공립학교가 이슬람교를 주입시키고 있다”고 말한 동영상이 알려지면서 논란 끝에 자진 사퇴했다. 
작년 7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항소법원(고등법원) 판사로 지명한 라이언 웨슬리 바운즈 판사가 과거에 쓴 인종차별주의적 기사가 문제가 돼 낙마했다. 그는 1995년 보수성향의 학생신문에 쓴 기사에서 다문화주의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면서 '인종적 사고'(race-think)라는 말을 만들어 사용했다. 그는 이 기사에서 소수인종 단체의 존재는 대학의 다양한 커뮤니티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전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학내 인종주의 반대 단체들을 폄하하면서 “백인 학생들은 '아리안(비유대계 백인) 학생연합'이 없어도 잘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 흑인 및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 출신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인준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자 그는 자진 사퇴했다. 

공직자로서의 결격 사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사청문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가정사가 드러나자 가족이 입을 상처를 우려해 스스로 그만 두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패트릭 섀너핸은 작년 11월 이후 국방장관 대행으로 일하다가 정식 장관으로 지명되어 상원 인사청문과정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장관으로 지명된 직후 섀너핸 부부가 과거 술을 마시다가 언쟁 끝에 쌍방 폭행을 저질렀던 일, 아들이 자기 어머니를 야구 방망이로 구타해 중상을 입혔던 일 등이 드러났다. 섀너핸 지명자는 “내가 인준 절차를 계속하는 것이 세 자녀가 우리 가족의 삶에서 정신적 외상을 초래한 시기를 다시 경험하게 하고, 치유를 위해 수년 동안 노력했던 상처를 덧나게 할 것”이라면서 자진 사퇴했다. 

반면에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경우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대법관으로 지명한 브랫 캐버노 판사는 대학 시절 여성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자신의 알리바이를 제시하고 일부 의혹 제기는 여성운동가의 날조임이 드러나 작년 10월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공직 후보자를 지명할 경우 미국에서는 FBI, 국세청 등이 나서서 철저하게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한다. 이렇게 한번 걸러진 다음에 공직 후보자를 지명하는 데다가 청문회 과정에서는 많은 경우 여야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불필요한 정치공세는 삼간다. 
 
대신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자기 당 출신 대통령이 지명했다고 해서 무조건 옹호하는 일은 없다. 베이드, 퍼즈더, 타워 후보자들의 경우 여당(대통령 소속당) 의원들의 이반이 결정타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조국 후보자를 무조건 ‘결사옹위’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또 공직 지명자들은 논란이 커질 경우 염치를 알기 때문에, 혹은 가족이 입을 상처를 우려해 스스로 물러난다. 그래서 미국에서 정작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하는 비율은 2% 정도라고 한다.
 
 
글=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9.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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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 등이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제가 읽은 책들을 소개하면서 세상과 역사에 대한 생각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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