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5배 이상 뛴다? : 월간조선

미국이 내년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으로 약 6조원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방위비(1조389억원)의 5배에 가까운 액수다.

30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주 방한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외교·안보 당국자들과 만나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24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을 연달아 만났다. 외교 소식통은 "(볼턴이) 면담 시간의 절반 이상을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할애할 정도로 힘을 쏟았지만 구체적인 요구 액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이 2019년 방위비 분담금으로 협정한 금액은 1조389억원으로, 2020년 분담금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를 통해 올해 안에 협상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군 주둔국의 방위비 분담액이 지나치게 적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주둔비용 분담 원칙을 정하기 위해 '글로벌 리뷰'를 진행해왔다. 글로벌 리뷰는 대체로 동맹국의 부담을 크게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중이다. 볼턴 보좌관은 이번 방한에서 국내 관계자들과 글로벌 리뷰 진행상황에 대해 의논했으며, 미국측은 SMA 협상을 조만간 시작하자고 제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측은 분담금 액수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했지만, 일부 언론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 달러(한화 약 5조9천억원)를 요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방위비 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액수다. 이는 그간 미국이 부담해 온 주한미군 인건비와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 직간접 비용까지 모두 합한 규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방위비 분담금의 구체 규모는 향후 제11차 SMA 협상에서 논의돼야 할 사항"이라며 "이번 볼턴 보좌관의 방한 일정에서는 액수와 관련해 협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액수는 협상이 시작돼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볼턴 방한 당시 원칙적 의견교환이 있었고 구체적 액수에 대한 협의는 없었다"며 "분명한 것은 합리적인 수준의 공평한 분담금을 향해서 서로 협의해나간다는 공감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29일 브리핑을 통해 "볼턴 보좌관 방한 자리에서 방위비 분담금의 구체적인 액수는 언급되지 않았다”면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협의해나가기로만 했다”고 말했다.

한·미는 올해 한국의 방위분담금을 작년(9602억원)보다 8.2%(787억원) 인상한 1조389억원으로 책정하는 내용의 제10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문에 지난 3월 서명했다. 협상 유효기간은 1년으로 2020년 방위비 분담금은 미국과 다시 협상해야 한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