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재 총영사가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관들의 일탈행위가 그칠 줄 모르면서 외교부 기강이 해이를 넘어 '기강참사' 수준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참사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기강해이는 더 심각하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외교관 성추문이 불거질때마다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겠다'고 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8일 “A총영사가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귀국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A총영사는 외무고시 출신 정통 외교관으로 50대 남성이다. 피해 여직원은 해당 의혹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고, 권익위가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일본에는 삿포로와 센다이, 니카타, 요코하마, 나고야, 고베, 오사카, 후쿠오카, 히로시마 등 9개 지역에 한국 총영사관이 있다.

정부 안에서도 "기강이 중요한 외교부의 조직 나사가 풀려도 너무 풀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외교부 공무원들이 일으킨 사건사고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외교부의 기본 업무인 의전부터 사고가 많았다. 2017년 8월 한·파나마 외교장관 회담에서 파나마 국기를 거꾸로 게양하고 2018년 11월 외교부 공식 영문 트위터에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로 표기했다. 올해 3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말레이시아에서 인도네시아어로 인사해 논란이 됐다. 4월에는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스페인 전략대회에 구겨진 태극기를 세웠다.

 

외교관의 일탈행위도 있었다. 청탁금지법을 위반하고 부하 직원에게 폭언 등 갑질을 한 혐의로 김도현 전 주베트남 대사와 도경환 전 주말레이시아 대사가 각각 해임 처분을 받았다. 한국 비자 발급 브로커와 유착관계 의혹 등이 제기된 정재남 주몽골 대사도 중징계 요청으로 중앙징계위에 회부된 상태다.

성 추문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4월엔 외교부 사무관이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달 22일에는 김문환 전 에티오피아 대사가 부하 직원 성폭력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