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까지 번진 아이돌 오디션프로그램 투표조작 의혹, 엠넷의 '프로듀스' 시리즈는? : 월간조선

음악전문채널 엠넷(m-net)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 101'에서 투표조작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거세다. 이번이 4번째 시즌인 '프로듀스' 시리즈는 시청자, 즉 '국민 프로듀서'의 투표로 아이돌 그룹을 선발하는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측의 투표조작이 이뤄졌다면 프로그램의 컨셉 자체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일부 시청자들은 제작진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논의중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전달과정에서 생긴 통계상 오류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며 "탈락한 멤버 팬들의 일방적 주장"이라는 반박도 나오고 있어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 만드는 아이돌이라는 컨셉으로 시작한 '프로듀스' 시리즈는 2016년 처음으로 시작해 지난 7월 19일 4번째 시즌의 마지막 방송이 끝났다. 매 시즌 101명의 아이돌 연습생이 참가해 득표수에 따라 11명 또는 12명이 아이돌그룹으로 데뷔했다. 시즌 1~3을 통해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 등 인기그룹이 탄생했고 시즌4에서 선발된 11명은 'X1(엑스원)'이라는 그룹으로 데뷔하게 된다.

투표조작의혹을 제기한 팬들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매스트는 24일 "다음주 중 '프로듀스X101' 제작진을 사기·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에게 방송법,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도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 중이다. 투표조작 논란이 나온 이유는 최종회에서 발표된 득표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매스트에 따르면 '프로듀스X101'은 1~20위 연습생들의 최종 득표수 사이에 일정한 패턴이 반복됐다. 1위 김요한과 2위 김우석의 표 차이는 2만9978표다. 3위 한승우와 4위 송형준, 6위 손동표와 7위 이한결·8위 남도현, 10위 강민희와 11위 이진혁의 표 차이도 각각 2만9978표로 똑같았다. 연습생 20명 모두 7494.442에 특정 숫자를 곱하면 해당 득표수와 유사한 값이 도출된다. 예를 들어 1위 김요한은 7494.442에 178을 곱하면 133만4010.68다. 반올림하면 최종 득표수인 133만4011표와 일치한다.

엠넷은 조작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내부에서 데이터를 확인했지만 전혀 문제가 없다"며 "문자 투표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이에 대해 "일종의 채용비리이자 취업사기"라며 비난에 나섰다. 하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제보가 워낙 많아 내용을 한번 살펴봤다. 투표 결과는 조작이 거의 확실했다. 1~20위 득표숫자가 특정 숫자(7494.44/총 득표수의 0.05%)의 배수(1등 178배에서 20등 38배까지 모두 다)다. 주변 수학자들에게도 물어보니 1~20등 20개의 이런 숫자 조합이 나올 확률은 수학적으로 0에 가깝다고 한다. 투표결과가 사전에 이미 프로그램화돼 있었다는 이야기"라고 썼다.

하 의원은 "청소년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 조작은 명백한 취업사기이자 채용비리다.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을 위해 문자 보낸 팬들을 기만하고 큰 상처를 준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해서라도 그 진상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엠넷측은 "집계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지만 최종 순위는 이상이 없다"고 발표했다.
프로듀스X 101 제작진은 "득표수로 순위를 집계한 후, 각 연습생의 득표율도 계산해 최종순위를 복수의 방법으로 검증했다"면서 "그러나 해당 제작진이 순위를 재차 검증하는 과정에서 득표율을 소수점 둘째 자리로 반올림했고, 이 반올림된 득표율로 환산된 득표수가 생방송 현장에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순위의 변동이 없었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