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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현종 안보실2차장의 '삿초동맹' 비유, 적절한가?

삿초동맹은 공통의 대의명분과 이해관계가 있어서 가능...지금 한일간에 공동의 가치가 있나?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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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일본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요시다 쇼인.
"한일 양국이 공유하는 공통의 가치에 비춰볼 때, 두 나라는 마치 19세기에 사쓰마와 조슈가 그랬던 것처럼 협력해야 한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한일간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고 한 말이다. 일단 정부 고위층에서 양국간 관계 복원과 관련되는 메시지가 나왔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사쓰마와 조슈간의 동맹(삿초동맹)을 언급한 게 적절한 비유 같지는 않다. 막부 말 정치노선에 차이가 있었고, 그 때문에 무력 충돌까지 벌였던 두 번이 동맹을 맺은 것은, 한 마디로 공통의 대의명분과 이해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명분은 부국강병을 통한 일본의 자주독립이었고, 이해관계는 막부타도를 통한 권력의 장악이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한국과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일본간에 무슨 공통의 가치, 즉 대의명분과 이해관계가 있나? 있기는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동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미일 동맹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을 자유통일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것은 아베 총리의 일본이 여러 해 전부터 강조해 온 것이다. 그걸 박근혜 정부도 유의해 듣지 않았고, 문재인 정권은 아예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그런 판에 무슨 ‘삿초동맹’ 운운하는지 모르겠다.

 "아베 총리대신 및 그의 존경받는 부친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郎)와 같은 한자 '진(晋)'자를 쓰는 다카스기 신사쿠(高杉晋作)나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이 오늘날 살아있다면, 그들은 미래지향적 양국 협력에 대한 나의 의견에 동의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한 것도 뜬금없다.
요시다 쇼인은 다카스기 신사쿠 등 메이지유신의 주역들을 길러낸 인물. 두 사람 모두 아베 총리가 각별히 존경하는 인물들이다. 그런 두 사람을 소환해서라도 현재 최악인 양국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보려는 충정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야말로 일본의 조선침략이데올로기의 원형을 제공한 사람들이다. 두 사람 모두 진구(神功)황후의 삼한정벌설의 신봉자로 한국(조선)에 대한 우월의식을 갖고 있었으며, 일본이 서양열강의 침략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선을 반드시 식민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혜협력하는 한일관계를 강조하는 데 적절한 예는 아닌 것이다. 오히려 요시다 쇼인이나 다카스기 신사쿠는 지금 살아 있다면 아베에게 “잘하고 있다. 한국은 기합을 좀 줘야 한다”고 말했을 사람들이다.
일본에 대해 화해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대환영이다. 메이지유신의 주역이었던 조슈 사무라이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안고 사는 아베 총리를 향해 삿초동맹과 그가 존경하는 요시다 쇼인, 다카스기 신사쿠를 상기시킨 것도 좋다. 하지만 김현종 2차장의 말은 우리가 일본을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또 한 번 드러낸 것 같아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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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쇼인이 세운 사설학당 소가손주쿠 입구에 있는 '살장토연합밀의지처' 기념비. 사쓰마-조슈-도사의 동맹을 기념하는 비석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글씨다.

입력 : 2019.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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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 등이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제가 읽은 책들을 소개하면서 세상과 역사에 대한 생각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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