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계파갈등? 예결위원장에 비박계 황영철 낙마시키고 친박계 김재원 추인 : 월간조선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계파갈등'의 조짐이 나타났다. 예결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한 의원총회에서 비박계 황영철 의원과 친박계 김재원 의원이 경선에 나섰지만 황 의원은 "계파 본색이 드러났다"며 원내지도부에 거세게 항의했고, 예결위원장직은 김 의원에게 돌아갔다.

20대 국회 초반 당시 한국당 지도부는 비박계 황영철 의원을 20대 국회 마지막 예결위원장(2019~2020)에 내정했다. 그러나 지도부가 교체되고 '친박-친황(황교안)계'가 장악한 현 지도부가 이같은 약속을 버리고 친박계 김재원 의원을 내세워 예결위원장직을 차지하려 한 것이 갈등의 단초였다.

자유한국당은 5일 의원총회를 열고 예결위원장직 경선을 요구한 김재원 의원과 지난 3월부터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영철 의원을 놓고 투표로 신임 예결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현아 원내대변인이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한다"며 투표를 시작하려는 순간 황영철 의원이 회의 진행에 이의를 제기했다. 후보자 발언까지 언론에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안대로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황 의원이 다시 한 번 "공개를 요구하는 이유를 들어달라"고 요구했지만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 지도부는 "이건 당을 위한 일이 아니다"라고 거절했다.

이에 황 의원은 경선 거부 의사를 밝히고 퇴장했다. 황 의원은 "동료의원을 밀어내기 위해 추악하고 악의적인 사항으로 굴복시키려 한다"며 "같은 당 동료 의원에게 할 수 없는 매우 저질스럽고 추악한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황 의원이 이같은 태도를 보인 이유는 한국당이 애초 예결위원장을 황 의원에게 맡기기로 합의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선이 이뤄진 데 대해 불만을 이야기하려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지난해 7월 의원총회에서 한국당 몫 예결위원장 임기 2년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안상수·황영철 의원이 맡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황 의원은 지난 3월 예결위원장에 선임됐지만, 3선인 김재원 의원이 예결위원장직을 노리고 있다는 말이 계속 돌았다. 황 의원과 김 의원은 현재 각각 정치자금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재판이 진행중이다. 황 의원은 2심에서 의원직 상실 기준의 형을 선고받았고 김 의원은 2심까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김 의원은 자신에게 예결위원장 기회를 줘야 한다며 경선을 요구했고, 이날 경선이 이뤄진 것이다.

김재원 의원은 박근혜 청와대 당시 정무수석으로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렸다. 김재원 의원은 황 의원의 중도 퇴장으로 자연스레 차기 예결위원장으로 선출됐다.

황영철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그 측근을 예결위원장으로 앉히기 위해서 당이 지금까지 줄곧 지켜온 원칙과 민주적 가치를 훼손했다”고 나 원내대표를 공격했다. 그는 "(박근혜 정권 시절) 유승민 의원을 내쫓을 때의 데자뷔"라며 "잘못된 계파의 본색이 완전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비박계 한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당이 결정한 내용을 지도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번복한다면 누가 당을 믿고 따르겠느냐"며 "당장 비박계가 탈당하지는 않겠지만 당내에서 지도부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친박계에서도 "당이 단합해도 모자랄 시기에 이게 무슨 일이냐"는 불만이 나오는 등 계파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