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오후 2시23분께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철거중 건물이 무너져 차도를 덮쳤다. 사진=뉴시스
서울 강남에서 건물이 무너지며 차도를 덮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차에 타고 있다 숨진 20대 여성과 부상자 30대 남성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여서 주변의 안타까움이 더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4일 오후 2시 23분쯤 서울 3호선 신사역 인근 서초구 잠원동의 지상 5층, 지하 1층짜리 상가 건물이 철거 작업 도중 붕괴했다.
가림막으로 가려져있던 철거중 건물이 앞쪽으로 무너지면서 30톤에 달하는 자재가 도로를 덮쳤고, 신호를 기다리던 차량 4대가 깔렸다. 두 대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대피했고 또다른 한 대에 타고 있던 두 명은 사고 30분 후 구조됐다. 가장 심하게 깔린 한 대에는 내년 2월을 앞두고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예비신부 이모씨(29)와 예비신랑 황모씨(31)가 있었다. 구조작업 끝에 오후 6시께 황씨와 이씨가 차례로 발견됐지만 황씨는 중상을 입었고 이씨는 사망한 상태였다.
해당 건물은 1996년 지어진 것으로 지난해 10월 매각돼 새 건물을 올리기 위한 철거 작업이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절반 정도 철거된 상태에서 무게중심이 무너지면서 건물이 무너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인부들이 4명 있었으나 대피해 인부 중 부상자는 없었다.
이 건물은 서초구청이 진행한 1차 철거 심의에서 철거 계획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나와 '철거 작업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2차 심의 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철거 작업 적합 판정을 받고 공사를 진행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과 네티즌들은 건물 철거시 주변에 피해가 없도록 방지용 벽 등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건물이 제자리에서 위아래로 무너졌으면 인명피해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철거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근 주민은 "전날부터 건물 가림막 가운데가 튀어나오는 등 이상한 조짐이 보였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고 관계자와 목격자들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조사중이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