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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통령이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쓰다니

부산-유럽 직항 개설, 총선 앞두고 부산에 '선물' 곱게 보이지 않는 이유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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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항공사 핀에어가 자국 브랜드 '마리메꼬'와 콜라보한 항공기 외관. 사진=뉴시스

오얏(자두)나무 아래서 갓 고쳐쓰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의도와 상관없이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대통령이 고향 또는 정치적 기반 챙기기에 나선다면 아무리 아니라고 항변해도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영남권의 숙원이었던 유럽 직항이 드디어 열리게 됐다. 부산 김해공항과 핀란드 헬싱키 공항을 잇는 직항 노선이 내년 봄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핀란드 대통령과 만난 후 공식 발표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내 고향 부산과 유럽이 연결돼 기쁘다”고 했다.
 
지금까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유럽에 가려면 서울로 이동해야 했고, 그 교통비가 만만치 않았다. 현재 부산에 사는 사람이 유럽에 가려면 서울까지 가는 교통비가 항공편이든 KTX든 자차든 왕복 1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 이런 상황이 1980년대 후반 해외여행자유화 이후 계속돼왔다.
 
당연히 영남권 정치인들과 지자체장들은 꾸준히 김해공항 유럽직항을 추진해왔고, 국적항공사 및 외항사와 접촉하며 직항을 논의했다. 핀란드 항공사인 핀에어는 2014년부터 부산-헬싱키 노선 개설을 추진했다. 이 항공사가 노선을 추진한 이유는 간단하다.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국적항공사 눈치보기’에 급급하며 부산-헬싱키 노선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부산-헬싱키의 저렴한 한국-유럽 항공권이 풀리면 인천과 유럽을 직항하는 국적항공사 노선이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인천에서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주요 공항으로 가려면 11~12시간이 소요되지만 헬싱키는 한국에서 9시간대에 도착할 수 있고 그만큼 가격이 낮게 책정될 수 있다. 저렴하게 유럽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노선이다. 이 노선이 열리면 국적항공사 노선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를 막으려는 국적항공사들의 ‘로비’가 불가피했다. 국토부가 핀에어에 “국적항공사 손실을 보전해야만 허가해주겠다”고 압박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런데 이 해법은 뜻밖의 곳, 총선에서 나왔다. 내년 총선은 현 정권을 심판하는 척도다. 특히 대통령의 고향이며 민심의 ‘캐스팅 보트’가 될 수 있는 PK지역은 여야 모두 반드시 잡아야 할 곳이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도 총선과 관련된 뜨거운 이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영남권에 유럽 직항을 개설해준다는 것은 현 정권이 지역 민심을 긍정적으로 사로잡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찝찝함이 남는 이유는, 이렇게 쉽게 해결될 일이 5년간 진행되지 않았던 이유가 ‘정치적 판단’이라고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지역 이슈가 중앙정치의 희생양이 돼야 하는 건지 의문이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9.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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