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바쁘다는 한 유능한 '검사'가 처한 현실 : 월간조선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쁜 검사는 누굴까?

아마 한동훈(46·사법연수원 37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라는데 이견(異見)을 달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가 도맡고 있는 사건은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적폐 수사’다. 그간 한동훈 차장이 지휘한 사건만 봐도, 그가 얼마나 숨가쁘게 달려왔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체면’을 구기는 사례가 적잖이 뒤따랐다.

대표적인 예가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이다. 한 차장은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장 자격으로 이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그 과정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등을 구속기소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재판에서 재판장이 검찰 측 공소장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와 관련 <조선닷컴>(2018년 12월 21일 자)은 재판부가 지적한 오류가 38개에 달한다며 “날짜나 명칭, 직책을 잘못 쓴 단순 오기부터 불분명한 기재, 앞뒤가 맞지 않는 기재 등 유형도 다양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재판에 출석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자신의 공소장에 문제가 있다며 검찰을 거세게 비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이었던 제가 법정에 선 참담한 마음을 어찌 전하고 싶지 않겠느냐마는 모두 생략하고 사건에 관해서만 말하겠다"면서 작심한 듯 25분가량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검찰 공소 사실은) 근거가 없는 것이고 어떤 것은 정말 소설의 픽션 같은 이야기다. 공소 자체가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80명 넘는 검사가 동원돼 300페이지 넘는 공소장을 창작했다. 법관 생활을 42년 했지만 이런 공소장은 처음 본다"고 비판했다.

'드루킹 사건'으로 1심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던 성창호 판사도 한동훈 차장이 이끄는 사법농단 수사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성 판사는 이후 재판 배제에 이어 대법원 징계 청구 대상에까지 올랐다. 이 역시 검찰이 올린 개가(凱歌)로 꼽힌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한동훈 차장을 비롯한 검찰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평판사는 "사법농단 수사팀에 불려간 판사만 100여 명이 넘는다"며 "자기들(검찰)은 깨끗하고 우리(법원)만 부패했다는 얘긴데 얼마나 교만한 짓이냐"고 울분을 터트렸다. 판사들이 검찰에 적잖은 원한을 품은 듯하다.

삼성 사건 역시 한동훈 차장을 시험대 위에 올려 놓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검찰에 고발하자,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가 배당받았다. 특수2부는 한동훈 3차장의 지휘를 받는 부서이다.

지난 5월 25일 법원은 영장이 청구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에게 ‘증거인멸 과정에서 김 대표를 공범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함께 영장이 청구된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부사장 등 2명은 내달 4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다. 만약 이들에게 청구된 영장마저 기각된다면 검찰의 수사 역량에 물음표가 달릴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MB) 전 대통령 항소심도 한동훈 차장이 공소유지에 전력을 다하는 사건 중 하나다. 지난 3월 6일 재판부가 MB의 보석을 받아들이자 법조계 안팎에선 ‘자존심 강한 한동훈 검사에게 옥의티 하나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동훈 차장 입장에선 그만큼 사력을 다해 항소심에서 MB의 유죄 판단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한동훈 차장은 매우 유능한 검사로 알려져 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명문 현대고와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수료한 수재(秀才)형 검사다.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 2006년 현대 기아차그룹 수사의 실무를 맡았고,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한 적도 있다. 장인은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사건'에 연루됐던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이다.

검찰 주류인 ‘특수통’인 동시에, 법조인 장인까지 갖춘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란 점에서 성골(聖骨) 중의 성골인 셈이다. 그런 한동훈 차장이 산적한 현안은 물론, 검찰을 향하는 따가운 눈초리를 매끄럽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