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국정원장·검찰총장·국세청장·경찰청장) 중 검찰총장과 국세청장이 교체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후임에 누가올지 관심을 끌고 있다.
문무일 현 검찰총장의 임기는 오는 7월 24일까지로, 이미 후임 선발을 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국세청장은 임기가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한승희 현 청장이 2년간 재임한 ‘장수(長壽) 청장’이라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이냐 아니냐'가 관건
일단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는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이다. 2017년 5월, 이영렬 지검장의 후임으로 화려하게 검찰로 복귀한 윤석열 지검장은 그때부터 ‘파격’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랐다.
이영렬 지검장이 사법연수원 18기, 윤 지검장은 23기로 무려 다섯 기수를 뛰어 넘었기 때문이다. 윤 지검장은 노승권 당시 1차장(21기), 이동열 3차장(22기)보다도 아래 기수였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영렬 전 지검장과 연수원 동기다. 따라서 문무일 총장 후임으로 윤 지검장이 총장에 발탁될 경우, 그 역시 파격 인사로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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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사진=뉴시스 |
윤석열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 부임 직후부터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소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공소유지는 물론, 삼성 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등을 관장하며 칼날을 휘둘렀다. 문재인 정권이 사활을 걸고 있는 전(前) 정권 비리를 수사하던 그였기에, 윤 지검장의 ‘검찰총장행(行)’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윤 지검장, 수원고검장에 非選된 이유는?
하지만 총장 직행에 다소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윤 지검장이 고검장 직위를 거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그 대안으로 지난 3월 발족한 ‘수원고등검찰청’에 윤 지검장이 간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일단 징검다리 형식으로 수원고검장을 거치게 한 뒤, 후임 총장으로 임명한다는 ‘그럴 듯한’ 시나리오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수원고검장에는 이금로(사법연수원 20기) 대전고검장이 임명됐다. 당시 수원고검의 지휘를 받는 수원지검이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수사관을 수사하고 있다는 게 ‘불발 이유’로 꼽혔다. 윤 지검장이 수원고검장으로서 김 전 수사관 사건을 지휘할 경우, 자칫 ‘공정성 논란’이 야기될까봐 그의 고검장 발탁을 주저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윤 지검장에 회의적이란 시각도 있다. 당초 적폐청산 수사를 2018년 말까지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지만, 윤 지검장의 의지가 워낙 강해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얘기가 법조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만약 윤 지검장이 총장으로 임명될 경우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청와대와 윤 지검장이 대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발언의 의미
청와대조차도 윤 지검장을 통제하기 어려운 ‘강성(强性)’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2일 ‘사회 원로 간담회’에서 적폐청산 수사에 대해 “수사는 정부가 통제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청와대와 검찰이 처해 있는 미묘한 관계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 5월 20일 차기 총장 국민 추천 작업을 마치고, 본격적인 인선 작업에 돌입했다. 피추천자에는 윤석열 지검장을 비롯해 봉욱(19기) 대검찰청 차장검사, 황철규(19기) 부산고검장, 조은석(19기) 법무연수원장, 김오수(20기) 법무부 차관, 이금로(20기) 수원고검장, 김호철(20기) 대구고검장, 박정식(20기) 서울고검장, 박균택(21기) 광주고검장 등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괄호 안은 사법연수원 기수)
김오수 차관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보조를 맞춰왔다. 청문회에서 결격 사유가 될 만한 정치적 사건을 맡지 않았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조은석 연수원장은 검찰에 쓴소리를 해온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은정 부장검사 등을 연수원 강단에 서게 하는 등 권력 핵심과 보조를 맞추는 듯한 행보를 보여 왔다.
황철규 고검장은 차기 국제검사협회(IAP) 회장으로 피선돼 ‘국제통’으로 분류되고 있다. 차기 총장으로 가장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는 봉욱 차장은 주변에 ‘적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 내에서 주류로 인정 받는 ‘기획통’이란 것도 강점이다. 이금로 고검장도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막강한 차관급' 국세청장
국세청은 과거 ‘경제 안기부’라 불리며 통치권자의 신임을 받는 인사들이 청장에 많이 발탁됐다. 특히 권위주의 군사정권 시절, 국세청장의 대통령 보고는 배석자 없는 독대(獨對)였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은밀히 얻은 정보는 국정원(안기부)의 그것만큼 고급 정보였다는 게 정설이다.
박정희 정권 때 이낙선·오정근 청장, 전두환 정권 때 안무혁·성용욱 청장은 모두 대통령과 같은 군(軍) 출신으로 통치권자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차관급 직위임에도 장관급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거친 한승희 국세청장은 오는 6월로 임기 2년을 맞이한다. 한승희 청장이 대과(大過) 없이 국세청 조직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그간 유임 가능성도 제기돼왔다. 국세청장 직위에는 법으로 정해진 임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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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승희 국세청장. 사진=뉴시스 |
하지만 정권 차원에서 청장을 한 명이라도 더 지명해야 조직의 충성심을 끌어낼 수 있고, 관례상 2년 안팎 주기로 청장이 교체돼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무일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7월쯤 한승희 청장 역시 교체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부 출신으로는 일단 '3파전' 양상이다. 이은항 국세청 차장(행정고시 35회)과 이은항 차장의 행시 동기인 김현준 서울지방국세청장, 그리고 김대지 부산지방국세청장(행정고시 36회)이 꼽히고 있다. 한 일간지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청와대가 이 세 명을 대상으로 인사검증에 들어간 걸로 안다”고 전했다. 이중 이은항 차장과 김현준 청장이 김대지 청장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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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지방국세청장 시절 업무보고를 하는 이은항 국세청 차장. 사진=뉴시스 |
호남 출신의 약진
출신 지역으로는 전남 순천(이은항), 경기 화성(김현준), 부산(김대지)이며 연령으로 따지면 이은항 차장(1966년생), 김대지 청장(1967년생), 김현준 청장(1968년생) 순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세청 요직엔 호남 출신이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정일보> 분석에 따르면, 박근혜 정권 시절 임환수 청장 재임 시 차장과 각 지방국세청장, 본청 조사국장, 법인납세국장, 그리고 대기업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각 지방청 조사1국장과 4국장 등 15개 핵심 요직 중, 11명이 현재 관복(官服)을 벗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6명이 영남 출신이었다.
지금은 이은항 차장을 비롯해 김명준 조사국장, 김형환 광주국세청장, 이준오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윤영석 부산청 조사1국장 등 5명이 호남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매체는 “국세청 인사는 늘 개인의 역량보다는 정권의 향배에 따라 저울추가 기울어진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지적했다.
2만명에 달하는 국세청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선 '내부 출신 청장이 적임'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럴 경우, 조직 개혁이 더딜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승희 청장도 국세청 사무관 출신으로 국제조세관리관, 조사국장을 지낸 내부 출신이다.
지난해 세무조사 과정에서 납세자가 국세공무원과의 대화 내용 등을 녹음할 권리를 보장하는 ‘국세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가 무산된 적이 있다. 기획재정부가 추진한 이 법이 국회에서 보류되는 과정에서 국세청의 반대가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러한 ‘기득권’을 깨기 위해서라도 외부 출신이 임명돼야 한다는 것이다.
盧 정권에서 靑 근무한 김영문 관세청장도 하마평
외부 출신으로는 김영문 관세청장과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영문 청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그 덕분인지 김 청장은 검찰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관세청을 맡아 2년간 조직을 이끌어왔다. 김병규 실장은 국세청에서 공직을 시작해 기재부 재산소비세정책관, 조세심판원 상임조세심판관 등을 거친 세무 전문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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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문 관세청장. 사진=뉴시스 |
외부 인사가 국세청장에 인선될 경우, 교수 출신으로 2009년 7월 선임된 백용호 전 국세청장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다만 김영문 청장의 경우, 내년 총선 출마설이 나오고 있어 배제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규 실장은 그간 기재부 세제실장이 관세청장으로 발탁된 전례를 밟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