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DB
《뉴스타파》가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10년을 맞아 공개한 ‘노무현 친필 메모’ 중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을 비판한 신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글귀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3월,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도중 “언론과의 숙명적인 대척” “식민지 독재정치하에서 썩어빠진 언론”이란 문구를 적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정권 핵심 인사들의 ‘언론관’도 이와 유사했다. 노무현 정권에서 ‘버럭 총리’로 불렸던,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해찬은 2004년 10월 18일(현지 시각), 독일 방문 도중 현지에서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역사의 반역자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을 흔들려고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조선과 동아는 정권을 농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나나 끝까지 철저하게 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해찬은 같은 달 2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이해찬의 보좌관 출신이자 노무현 정권 당시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낸 유시민 역시 2005년 10월 17일, ‘열린우리당’의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독극물에 가깝다”고 비난했다. 이게 과연 ‘민주(民主)’를 강조하는 이들이 거리낌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언론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 현재 문재인 정권의 최전방에서 갖은 공세를 온몸으로 막는, 문재인 극렬 지지층 사이에서 이른바 ‘사이다 총리’란 칭송이 나오는, 현재 범여권 차기 대권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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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 시절 이낙연 국무총리 사진=조선DB |
2004년 10월 22일, 새천년민주당 의원이었던 이낙연 총리는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앞서 언급한 이해찬의 발언을 비판하면서 김우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과 다음과 같은 문답을 나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역사가 오래된 2개 신문사를 가리켜서 “역사의 반역자다”, “내 손아귀 안에서 논다” 이렇게 말씀을 했는데, 대통령께서는 이 발언에 동의하시나요?
김우식: 그것은 제가 여기서 답변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낙연: 비슷한 시기에 “대통령께서는 총리의 업무사항에 대해서 만족하신다.” 이런 청와대 브리핑이 나왔는데 이런 발언에도 해당되는 것인가요?
김우식: 저도 그 신문을 보고 오해가 있겠다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미 윤태영 부속실장이 청와대 브리핑에 그런 것을 작성해서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어떻게 딱 맞추어진 것처럼 보여져서 매우 당혹스러웠습니다.
김우식: 그것은 제가 여기서 답변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낙연: 비슷한 시기에 “대통령께서는 총리의 업무사항에 대해서 만족하신다.” 이런 청와대 브리핑이 나왔는데 이런 발언에도 해당되는 것인가요?
김우식: 저도 그 신문을 보고 오해가 있겠다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미 윤태영 부속실장이 청와대 브리핑에 그런 것을 작성해서 얘기한 것인데 그것이 어떻게 딱 맞추어진 것처럼 보여져서 매우 당혹스러웠습니다.
(중략)
이낙연: 제가 인생을 별로 길게 산 편은 아닙니다마는 인생이나 기업이나 역사나 모두 명암이 있을 수 있고 역사가 긴 언론사도 영욕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한마디로 “반역이다, 뭐다”라고 단정하는 것, 실장님이라면 그렇게 하실 수 있겠습니까?
김우식: 비서실장 입장에서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가 좀 곤혹스럽습니다.
이낙연 위원: 예를 들면 손기정 선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운 것이라든지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밝힌 기자들의 노력 이런 것을 반역이라고 보십니까?
김우식: 그렇지 않습니다.
이낙연 위원: “내 손아귀에서 논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김우식: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낙연: 무슨 약점을 잡았다든가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다든가 또는 앞으로 생살여탈권을 갖게 될 것이라든가 그런 것을 연상할 수 있거든요. 그런 것은 아닌가요?
김우식: 글쎄, 총리께서 그렇게까지 얘기하셨겠습니까? 저는 그렇게까지는 생각 안 하고……
이낙연: 그러면 총리가 의미 없는 말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까?〉
김우식: 비서실장 입장에서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가 좀 곤혹스럽습니다.
이낙연 위원: 예를 들면 손기정 선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운 것이라든지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밝힌 기자들의 노력 이런 것을 반역이라고 보십니까?
김우식: 그렇지 않습니다.
이낙연 위원: “내 손아귀에서 논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김우식: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낙연: 무슨 약점을 잡았다든가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다든가 또는 앞으로 생살여탈권을 갖게 될 것이라든가 그런 것을 연상할 수 있거든요. 그런 것은 아닌가요?
김우식: 글쎄, 총리께서 그렇게까지 얘기하셨겠습니까? 저는 그렇게까지는 생각 안 하고……
이낙연: 그러면 총리가 의미 없는 말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까?〉
이낙연 총리는 2004년 10월 2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해찬이 다시 같은 취지의 비난을 하자 “5·16쿠데타의 주역이고 ‘유신본당’인 김종필(金鍾泌) 전 국무총리 아래에서 교육부 장관으로 일한 이 총리는 역사의 반역 아니냐”고 힐난하면서 “지도자의 언동은 균형과 품격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 바 있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