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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교 후배인 미국 주재 외교관의 ‘제보’를 받고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서 정치권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공익제보의 성격이 강하다”며 “구걸외교의 민낯을 들키자 공무원에게 책임을 씌우는 것은 공무원 탄압이고 공무원에 대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오신환 의원은 “현직 외교관이 국가 기밀을 외부에 유출한 것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중대한 국기 문란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 헌법과 법률에는 ‘국기문란’에 대한 정의가 없다.
형법상 ‘국헌문란’이 있기는 하다. ‘형법’ 제87조는 ‘내란죄’를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국헌문란’의 뜻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신환 의원은 이른바 ‘한미 정상 통화 내용 유출’이 헌법이나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켰다고 보는 것인가.
형법상 ‘국헌문란’의 또 다른 정의는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즉,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국회, 법원, 선거관리위원회, 헌법재판소 등을 강압해 그 권능행사를 못 하게 하거나 아예 전복하는 게 ‘국헌문란’이란 얘기다. 오신환 의원은 ‘한미 정상 통화 내용 유출’이 소위 ‘헌법기관’을 전복했다고 여기는 것인가. 비판하려는 취지는 알겠지만, 부적합한 표현은 그 비판의 설득력을 스스로 훼손한다는 점을 오 의원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