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노조원 써 달라'고 새벽부터 데모하는 노동자들 : 월간조선

주말인 토요일 아침부터 바깥이 시끄럽다. 시계를 보니 아침 6시. 아침마다 이러는 게 벌써 열흘이 넘는다.

"한 순간을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민주노조 우리의 자랑...너와 나, 너와 나, 철의 노동자~~"

인근 아파트 재개발 현장에서 매일 아침 6시부터 확성기를 틀어놓고 시끄럽게 굴고 있다. 도저히 못 참겠어서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가 보았다. 현장 앞 인도에는 일단의 노동자들이 줄을 서서 집회 중이고, 경찰차, 소방차 등이 몰려와 있었다. '민주연합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이라고 쓴 차량도 보였다. 집회 인도자가 외쳤다.

"주민 여러분,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시끄럽다고 해서 죽지는 않습니다. 저희는 오늘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일용직 노동자들입니다."

"우리에게는 가족이 있습니다. 그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우리는 오늘 하루치 일당을 포기하고 여기에 모였습니다. 동지 여러분, 민주연합을 믿고...."

소음 측정을 하고 있는 사복경찰관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 왜 저러는 겁니까? 부당해고 당한 겁니까?"

"그건 아니고요, 건설회사에서 노동자들을 쓰는데, 민노총도 있고, 여러 노조가 있잖아요? 저 사람들은 민주연합이라는 새로 생긴 노조인데, 회사에서 사람들을 쓰면서 노조별로 할당을 하는데, 원하는 것만큼 할당 받지 못하자 저러는 겁니다."

"벌써 열흘째 저러는데 어떻게 좀 할 수 없습니까?"

"이렇게 소음측정을 하고 있지만, 기준치 이하로 나오고 있어 어쩔 수 없습니다."
"이렇게 잠을 설치고 나온 사람이 있는데, 소음측정치 이하라고 그냥 놔두기만 할 겁니까?"

"저희로서는 어쩔 수가...."

"나도 세금 내고 사는 시민입니다. 세금 내면 내는 만큼 잠이라도 편하게자야 할 것 아닙니까? '사람사는 세상'이라면서 잠이나 좀 자고 삽시다."

"'사람 사는 세상'이니까 저런 사람들도 보호해 주려는 거지요."

답답해서 가슴을 치며 말했다.

"저런 사람들만 보호해주고, 가만히 세금 내고 사는 평범한 시민들은 보호 안 해 주나요?"

"왜 저희들 보고 그러세요? 저건 합법집회입니다. 저희들에게 뭐라고 하지 말고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에게 뭐라고 하세요! 우리도 며칠 째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어요!"

사실 뭔가 해결책이 나올 것 생각해서 나가 본 건 아니었다. 대강 상황은 듣고 있었지만, 현장 분위기가 어떤지 알아보려 나가 본 것이었다.
답답했다. 일용직 일자리를 얻겠다고 특정 노조를 중심으로 '떼'의 힘으로 밀어붙이고, 거기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매일 같이 이 난리를 치고...

문제는 이런 일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자기네 조합 일용직 노동자를 쓰라고, 자기네 타워크레인 기사를 쓰라고....이것도 다 '일자리'가 없으니 벌어지는 일 아닌가? '새벽시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트럭이 와서 일용노동자들을 실어가던 시절이 갔으니 벌어지는 일이다.

노동자의 능력이 있으면 일자리를 차지하는 게 아니라, 힘이 센 노조에 속해 있어야 일자리를 차지하는 상황도 어이가 없다. 힘이 센 노조가 일자리를 더 많이 차지하고, 거기에 항의해 '떼'로 몰려가 항의하면 그게 관철되고....그건 '반칙과 특권' 아닌가?

현장사무소에 얘기를 해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태도다. 어제는 하루 종일 공사장 입구가 가로막히는 바람에 일을 못했다고 한다.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언론보도를 통해 알고 있던 일이지만, 실제로 겪으면서 보니 복장이 터진다.

더 답답한 것은 경찰의 무기력이었다. 그들의 고충도 이해가 간다. 그들로서야 법대로 할수밖에 없다고 하겠지만,평범한 시민들보다는 '떼'에게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초라한 공권력에 연민마저 느껴졌다. 그나저나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동네 사람들을 모아 매일 새벽 경찰서장이나 여당 당협위원장에게 전화질을 하면 좀 나아질 수 있으려나? 정말 '이게 나라냐?'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